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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덩어리 대입③] “학교 해외여행 못 간 딸, '동생은 꼭 보내줘라’며 울어”

대구 한 공립고 ‘8박10일 미국 해외여행 프로젝트’ 참여 안 한 학부모 A씨의 한숨

오종탁·조문희 기자 김윤주 인턴기자 ㅣ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1(Tue) 14:00:00 |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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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관 해외여행이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된다.” “배우는 것 없는 해외여행을 비싼 돈 들여 왜 가는지 모르겠다.”

학생 대상 해외여행을 진행하는 학교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견문 넓히기’다. 이면에는 대학 진학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 보려는 의도가 있다. 문제는 제대로 된 근거나 원칙 없이 이어져 온 해외여행이 학교 현장과 대입 과정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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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해외여행에 상처·불만 쌓여  

 

제보에 따르면, 신흥 명문고로 부상한 대구의 한 공립고는 학교 이미지 제고와 차별화를 위해 해외여행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 사달이 났다. 소수 1학년 학생들로 팀을 꾸려서 가던 해외여행을 올해부터 1학년 전체 대상으로 확대해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가 반기를 든 것이다. 

 

이 학교는 지난 5월 학부모들에게 ‘2018 드림프로젝트 참가 동의서’ 제출을 요구했다. 드림프로젝트는 10월3일부터 12일까지 8박10일 동안 진행될 예정인 미국 탐방 프로그램이다. 이 학교는 학생 1인당 내야 할 참가 경비를 약 336만원으로 책정했다. 여행 준비를 위한 쇼핑, 자녀에게 줄 용돈 등을 고려하면 학부모들의 부담이 훨씬 더 커진다. 

 

참가에 동의하지 않은 학부모 A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몇 개월간 해외연수를 가는 것도 아니고, 8박10일 여행을 비싼 돈 들여서 보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게다가 학부모에게 전적으로 금전 부담을 주고 가는 아이, 못 가는 아이 구분해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해외여행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위화감 조성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은 게 아니지만, 해외여행을 포기할 수 없는 요인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해당 학교장은 “앞서(2013년부터 2017년까지) 드림프로젝트를 왜 30여 명 대상으로만 실시하느냐는 학부모 의견이 많아 올해 학기가 시작되기 전 설문조사를 했다”며 “그 결과 1학년 학생 부모 열에 아홉이 ‘전원 대상 확대 시행’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장은 “지금까지 아이들을 대학에 진학시키는 데 해외여행 프로그램이 상당히 이바지했다”면서 “대학들이 이 프로그램에 호응하며 시각을 달리해 우리 학교를 봐 준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대학들 눈길을 사로잡는지에 대해 교장은 “해외를 둘러보는 데서 끝나는 다른 학교와 달리 우리 학교 학생들은 미국 고등학생들과 실제로 함께 지내게 된다”며 “현지 고등학교 일과에 참여하며 우리 문화를 소개하거나 그쪽(미국) 문화를 소개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외여행의 대입 기여도에 관해서는 학교 측 설명이 다소 엇갈렸다. 이 학교의 다른 관계자는 “프로그램(드림프로젝트) 자체를 대학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면서 “대입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즉 ‘돈 많은 아이만 좋은 대학에 가느냐’는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은 없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규정상 해외여행 사례를 학생부종합전형에 활용할 수 없다. 그런데 당국이 일일이 검열하기 어려운 와중에 학생들이 교외 수상 경력, 해외 경험 등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금지 사항을 암암리에 다 적어서 낸다”며 “여기에 해외여행은 고등학생들에게 자신의 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자부심과도 연결된다. 대학생들이 학과 점퍼, 일명 ‘과잠’을 입는 것과 비슷하다”고 전했다. 

 

상식·원칙이 흔들리는 교육현장에 ‘끼인’ 학생들은 혼란스럽다. A씨는 “같은 학교 3학년에도 딸이 있는데, 그 아이는 1학년 때 (소수 학생만 해외로 나갔던) 드림프로젝트에 참가하지 않았다”며 “친구들이 가는 해외여행에 못 간 게 상처였던 3학년 딸이 울면서 ‘아빠, 동생은 꼭 보내줘라’고 말하더라. 분통이 터졌다”고 토로했다. 

 

반면 지난해 드림프로젝트에 참가했다는 한 2학년 학생은 “10일간의 경험이 인생에서 손꼽을 만한 추억들로 남았다”며 “학교 해외여행이 저소득층 학생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나, 학교 측에서 최대한 지원하려 노력하고, 학생들에게 개별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이번 일로 학교 평판이 나빠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상대적 박탈감” vs “대학에서 호응”  

 

다른 학교들 사정은 어떨까. 학교 해외여행 프로그램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많이 들렸다. 몇 해 전 서울 소재 사립 일반고를 졸업한 대학생 B씨는 “고등학생 때 중국 상하이로 수학여행을 갔지만, 중국인과의 교류 등은 하나도 없었다”며 “낯선 환경이더라도 늘 보던 학교 친구들과 있다 보니 해외 문화를 덜 배우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강원도 춘천의 공립 일반고를 졸업한 대학생 C씨도 “해외여행 경험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C씨는 “학교에서 중국·제주도·국내를 놓고 투표를 진행해 중국으로 여행지가 결정됐다”며 “내 주변 친구들은 제주도를 더 가고 싶어 했는데 아쉬웠다”고 전했다. 한 네티즌은 “여름방학 때 반에서 90% 정도가 일본·중국 등으로 나눠서 해외여행을 갔다”면서 “나는 외국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는데,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관련 이야기를 할 때 낄 수조차 없었다”며 씁쓸해했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학교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협력하는 과정”이라며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일정에 따라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도 2016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서 “수학여행은 학생들이 추억을 만들고 함께하는 교육적 목적이 가장 크다”면서 “학교별로 여행비 격차가 커지게 되면 학생들 간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문제가 많으니 학교 해외여행을 폐지하자’는 식의 논의는 너무 급진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다른 네티즌은 “학생들 가정 형편이 상·하만 있는 게 아니다. 중간 계층도 있다”면서 학교 해외여행이 일반 학부모를 대신해 나름 합리적인 비용으로 아이들 시야를 넓혀주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에서 단체로 해외여행 갈 생각 말고 그냥 가정마다 알아서 가라’는 주장도 있는데, 솔직히 극소수 상류층이 아니고서야 그러기 힘들지 않냐”며 “아이에게 해외를 경험시키고 싶지만 혼자 보낼 수 없고, 같이 가자니 돈도 시간도 안 되는 집이 많다”고 했다. ​ 

 

※‘불신덩어리 대입’ 특집 연관기사

☞[불신덩어리 대입①] [단독] 수백만원 비용 ‘학교 해외여행’ 급증(上) 

☞[불신덩어리 대입②] [단독] 수백만원 비용 ‘학교 해외여행’ 급증(下) 

☞[불신덩어리 대입④] 학생부 ‘꼼수’에  멍드는 공교육

[불신덩어리 대입⑤] 학교 해외여행 新트렌드 ‘소규모 테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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