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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귀재 트럼프, 북핵으로 北·中 일타쌍피

중국에 “적극 협조하라”, 북한에 “딴생각 마라” 동시 경고

송창섭 기자·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10(Mon) 14:00:00 |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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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 중이던 북·미 관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시작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8월24일 트위터 내용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폼페이오의 방북을 자신이 막았으며, 이는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의 4차 방북에 제동이 걸리면서 더디게나마 진전을 보이던 북·미 관계는 일단 멈춰 섰다. 트럼프의 트위터 선언 이후 북한은 아직까지 아무런 공식 반응을 내지 않고 있다.

 

트위터는 정치인 트럼프의 상징물이 됐다. 트럼프에게 트위터는 상대에게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수단이다. 하비에르 코라레스 애머스트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에게 트위터란 증오(hatred)를 통한 분극화(Polarization) 전략에 적합한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렇기에 이번 트위터 내용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첫 번째 문장에서 트럼프는 “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지금 이 시점에 북한에 가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요청(Ask)이라는 단어다. 임명권자 입장에서 왜 ‘명령(Order)’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요청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상대방을 자극하는 데 능한 트럼프치고는 상당히 예의를 갖춘 모습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는 북한과의 협상 판을 깨지 않으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폼페이오 방북 취소의 이유를 “한반도의 비핵화에 있어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취소 이유가 상당히 두루뭉술하다.  

 

다음 트윗에서 트럼프는 진심을 털어놓는다.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중국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게다가(Additionally)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더욱 힘들어졌다. 나는 그들(중국)이 비핵화를 돕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왜 트럼프는 이 시점에 중국을 끌어들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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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상대로 말하면서 중국 비판?

 

“트럼프는 경제정책과 외교정책은 같다고 이해한다. 왜냐하면 외교정책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증진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트럼프가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의 고문으로 활동했던 스티븐 무어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이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말이다. 동맹이든 적이든 최근 무차별적으로 거의 전 세계와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트럼프의 속내를 꿰뚫은 분석 중 하나다. 트럼프가 이렇게 미국의 외교정책에서마저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시하게 된 배경에는 그의 대통령선거 경험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이른바 ‘블루칼라’ 층을 대표하는 미시간주나 위스콘신주 등에서 ‘일자리 회복’ 등 백인 노동자층을 공략하며, 간신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눌렀다. 자신의 모든 정책 방향이 오직 2020년 재선이 목표인 트럼프는 바로 이러한 경험이 외교정책에서도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며, 동맹국 간에도 무역전쟁을 불사하고 있는 측면이다.  

 

트럼프가 겉으로 내세우는 속내는 중국이 대북 압박 정책에 동참하지 않고 대북제재를 느슨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북한에 자금과 원유 등 다양한 원자재를 제공하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러한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실제 속내는 북한 문제 해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통해 많은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 문제를 역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정부도 유엔의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면서, 트럼프의 이러한 주장을 일축한다. 또 이와는 별도로 실제로 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해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전문가는 이에 관해 “트럼프는 거의 매일 중국과 불공정 무역을 제기하며, 미국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면서 “그러한 경제적 손실이 북·중 관계나 북한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그는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며 트럼프의 주장을 일축했다. 중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북한을 지원하더라도 그것이 ‘북한 비핵화’ 등 미국의 외교정책에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지, 무역 분쟁을 치르고 있는 미·중 관계와는 연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트럼프 캠프의 고문을 역임한 무어 연구원의 분석은 더 냉철하다. 그는 트럼프의 이러한 태도는 한마디로 “대중주의자(Populist)의 입장”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많은 미국인에게 이러한 태도는 아주 인기를 끄는 입장”이라며 “트럼프는 이것을 좋은 정치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트럼프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북한을 끌어들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바로 ‘국내 유권자용’ 다목적 카드라는 셈이다. 

 

 

지지층 결집 위해선 중국을 때려야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트럼프는 이번 11월 중간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지층을 결집시킬 대상이 필요한데 ‘중국’이라는 존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11월 중간선거 결과는 하반기 트럼프 정부의 명운이 걸려 있다. 자칫 패배로 끝날 경우 탄핵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으며 재선 가도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워싱턴의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시험 등으로 전쟁 위기까지 치달을 때는 미국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일단 한 고비를 넘긴 이상 트럼프는 상황 관리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만 하더라도 ‘단번에 해결’을 강조했지만, 점점 북한 문제는 장기적인 해결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입장을 전환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나온다. 특히, 오는 11월에 실시될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전쟁 불안을 야기하지 않는 수준에서 상황 관리에만 주력하고 주 타깃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삼겠다는 트럼프 나름의 고단수 전략이라는 것이다. 

 

올 초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한 이래 트럼프 지지율은 30~40% 중반까지 올라왔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도 “트럼프는 지금이 중국의 부상(浮上)에 대한 마지막 저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11월 중간선거 전까지는 본인 방식대로 중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정부 내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가 2000억 달러(약 222조1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현재 진행 중인 의견수렴 절차가 끝나는 9월6일 즉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트럼프의 연이은 공세에 겉으로는 보복 대응을 내세우지만 내부적으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류허(劉鶴) 중국 공산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가 8월30일 제7차 중·일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베이징을 찾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을 만나 “‘과거 미·일 무역 갈등 때의 경험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다시 트럼프의 트위터 이야기로 돌아가자. 트럼프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는 정치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해 초 트럼프 취임 직후 ‘어리석음의 승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그의 철자법과 문법에서 대통령다운 위엄은 찾아볼 수 없으며 일관성도 없고 논리적 모순도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가디언은 “트럼프는 쉬운 실용적인 언어를 사용하지만 구문과 철자 등은 거의 재앙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트위터 내용을 분석하는 ‘트럼프 트위터 아카이브’를 보면, 지난해 1월20일 취임 이후 9월5일 현재까지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가짜뉴스’(301번)였다. ‘중국(China)’이나 ‘중국인(Chines)’이라는 단어는 ‘톱10’에도 들지 못했다. 정작 이 두 단어와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비웃음(Laughing)’이다. ‘중국이 오바마의 기후변화 연설을 비웃고 있다’ ‘중국이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보며 비웃는다’는 식이다.  

 

대신 북한에 대한 자극은 최소화시키는 전략을 편다. 8월30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나는 세상의 그 누구보다 매우 참을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정은과는 여전히 매우 좋은 관계”라고 북한을 치켜세웠다. 폼페이오 방북 취소를 결정한 8월24일 트위터에서 트럼프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가까운 시일 내 방북을 기대한다”면서도 그 시기를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 해결된 후(After our Trading relationship with China is resolved)’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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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中, 우릴 비웃고 있다”

 

이번 트위터 발언은 북한을 상대로 한 경고성 멘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상으로 “우리(미국)와 중국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지 말라”는 뜻인 것이다. 동시에 ‘중국에 기댈 생각은 애당초 하지도 말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러한 생각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세 번째 방북 직후인 7월9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읽힌다. 이날 트위터에 트럼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대해 신뢰를 거둬들이지 않으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대중 무역에 대한 우리의 태도 때문에 협상에 부정적 압력을 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길 바란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는 과거 동맹 수준으로 회복된 북·중 관계를 벌리고, 추후 있을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제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트럼프는 자신이 쓴 책 《트럼프, 포기란 없다》에서 부친에게서 배운 성공법칙 4단계를 ‘△발을 들여놓아라 △일을 처리하라 △일을 적절히 처리하라 △발을 빼라’라고 소개했다. 흥미로운 점은 3단계 ‘일을 적절히 처리하라’라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트럼프 성공법칙의 핵심이다. 

 

책에서 그는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높은 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최고가 아닌 것은 참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를 지금의 북·미 협상에 대입시키면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비핵화 카드로 미국의 골칫거리인 중국과 북한 두 나라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협상’이다.  

 

그렇기에 판이 깨지기는 힘들다. 폼페이오 방북 취소 결정 이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훈련 재개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트럼프가 이를 나무랐다는 소리도 들린다. 매티스 국방장관의 경질설도 조금씩 흘러나온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이는 북한을 향한 ‘강온 양면 전략’으로 봐야 한다. 8월29일 트위터에서 트럼프는 “현재 그럴 필요는 못 느끼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당장 한국, 일본과의 합동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과거보다 훨씬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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