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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 등 아니면 미국도 종전선언 OK

대북특사단, 조만간 트럼프 만나 북한 입장 설명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6(Thu) 17:00:00 | 15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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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냉랭해졌던 북·미 관계가 다시 정상화될 조짐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대북특사단은 9월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답보 상태였던 북·미 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튿날 청와대가 발표한 합의안에 따르면, 남북 양측은 9월18일부터 20일까지 2박3일간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현재 진행 중인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고 상호 신뢰 구축과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해 공동 대응키로 했다. 아울러 미국과의 이견으로 잠시 보류됐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남북 정상회담 이전 개성에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최대의 관심사였던 비핵화와 관련해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본인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남북 간에는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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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D와 CVIG 동시 교환 가능성 커

 

현재 북·미 협상은 CVID(완전하게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보장) 사이에서 멈춰서 있다. 양쪽 모두 서로에게 먼저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선언하라고 요구하는 형국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은 세계 외교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 특징이다. 통상 국가 간 협상은 실무진 대화를 통해 90% 이상 합의안을 마련해 놓고 나중에 최고위층이 합의안에 서명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종의 바텀업(Bottom Up) 방식이다. 

 

물론 싱가포르 회담 역시 일반적인 바텀업 방식으로 진행되리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회담 당일 뚜껑을 열어보니 일반적인 것과는 정반대인 톱다운 방식으로 결론 났다. 두 정상이 큰 틀에서 합의하면 공통의 목표를 달성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실무진 입장에서는 양쪽 정상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기 때문에 보다 효율적으로 합의안 도출에 나설 수 있어서다. 문제는 톱다운 방식으로 회담을 진행하면 디테일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회담 직후 이런 문제는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렇다면 당초 예상과 달리 협상이 장기전에 돌입한 이유는 왜일까. 현재로선 양쪽 모두 싱가포르 회담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데서 이유를 찾아야 한다. 우선 트럼프는 싱가포르 회담 직후 자국 내 엄청난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아무것도 얻은 게 없다는 식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트럼프는 대북 직접 대화로 미국 유권자들에게 차별화를 꾀했다. 그 전까지 미국 대통령이 적국 지도자와 직접 대화에 나설 거라고 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2016년 5월1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하겠다. 그와 대화하는 데 어떤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트럼프의 순진함과 외교적 무지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며칠 후 가진 애틀랜타 유세에서 “대화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김정은과 직접 대화해 북핵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10%, 20% 있다고 해도 나는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트럼프의 일관성이다. 애초부터 트럼프는 북한과의 직접 대화만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문제는 싱가포르 회담 직후다. 이후 트럼프가 헬싱키에서 러시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여론은 들끓었다. 여기에 11월 중간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트럼프는 유권자들의 호감을 살 새로운 대상이 필요했는데 그게 바로 ‘중국’이다. 

 

현재 워싱턴 조야(朝野)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 선(先)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매파와 비둘기파의 중간지대다. 

 

어떤 면에서 보면 미국의 요구는 과하다고 볼 수 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양측은 △북·미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한국전쟁 시 사망한 미군 유해 송환 등 4개 항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후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으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해체했다. 북한 내 미국민 억류자와 미군 유해도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사실상 비핵화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조치를 한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미국은 한·미 연합훈련만 중단한 상태에서 “비핵화를 선언하기 전에는 경제제재 해제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핵 전문가는 “법적으로 두 나라는 아직 전쟁 상태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 국가의 가장 큰 전략무기를 폐기하라고 하면 어느 나라가 선뜻 그러겠다고 하겠는가. 그럴 경우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에게 뭐라고 항변할 것인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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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 한발 물러서

 

이번 우리 방북단과의 면담에서 북한은 여전히 자신들의 비핵화 조치에 미국이 화답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청와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정의용 실장은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해) ‘동시행동 원칙’이 준수된다면 좀 더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취할 용의와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관심은 미국 쪽  반응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종전선언이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1~2년간 핵무기의 70%를 폐기하는 것을 협상카드로 냈다는 소리도 들린다. 물론 미국이 종전선언과 같은 체제보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경우다. 청와대는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에 비핵화 실현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미국 보수층에서는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을 받아들일 경우 북한이 한·미 동맹 붕괴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놔 미국 쪽 부담은 한층 줄어들었다.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연구소 김용국 소장은 ‘조선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은 시대의 절박한 요구’라는 제목의 ‘소논문’에서 “당사국들의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종전선언부터 채택하여 전쟁 상태부터 끝장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정 실장 역시 이날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김 위원장이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과 무관하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평가가 인색한 데 어려움을 토로했다”며 “북한은 동시행동과 원칙이 준수된다면 더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취할 용의와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거듭 전했다. 

종합하면, 체제보장을 하겠다는 최소한의 성의만 보인다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9월4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종전선언이 유엔사령부나 주한미군, 더 나아가 정전협정에 어떠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북한이 동의한다면 미국도 종전선언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세미나에서 이근 서울대 교수도 “미·북 양측이 비핵화 로드맵과 타임 테이블을 모두 외부에 공개해 외부 여론에 이끌려 비핵화로 가는 절차적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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