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후엔 나 몰라라” 대림산업, 잇단 하자 소송
  • 길해성 시사저널e. 기자 (gil@sisajournal-e.com)
  • 승인 2018.09.03 17:11
  • 호수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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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아파트 하자 관련 소송 가장 많아


대림산업은 ‘인간 존중, 고객 신뢰, 미래 창조’라는 경영이념으로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로 성장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시공능력평가에서 3위에 올랐고, 올해 상반기 정비사업장에서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1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화려한 실적 이면에는 대림산업과 입주민들의 소송전이 자리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10대 건설사 중 아파트 하자 소송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도 전국 곳곳의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줄소송을 당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분양 이후 입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건물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건설사 하자 소송 1위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입주민들과 소통을 원활히 하는 것은 물론, 고질적인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는 등 대림산업 경영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일각에서는 소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을 놓고 ‘인간 존중’을 내세웠던 대림산업 선대 창업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대림산업은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정비 사업 1조원 매출을 달성했지만, 아파트 하자 관련 소송도 가장 많이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합뉴스



올해 들어서도 아파트 하자 관련 줄소송


시사저널이코노미가 최근 5년간(2014~18년) 상위 10개 건설사의 금융감독원 주요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피고로서 아파트 입주민들과 하자 관련 소송(20억원 이상)을 가장 많이 진행 중인 건설사는 대림산업이었다.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건수는 9건으로 총 소송가액은 316억원에 달한다. 경쟁 건설사인 GS건설(1건·36억원)과 비교해 9배 이상 차이가 있었다. 


특히 대림산업은 올해 들어서도 입주민들에게 하자 관련 소송을 가장 많이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월 금암마을 휴먼시아데시앙에서 41억원의 소송을 당했고, 남양산 e편한세상(3월·22억원), 율하2차 e편한세상(8월·30억원) 등 3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진행중이다. 보통 입주민들의 하자 관련 소송은 사업주체가 입주자 대표회의의 보수 요구를 거부하거나 그 경우가 심각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대림산업이 입주자들의 요구는 무시한 채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림산업은 올 상반기 동안 공사금액 기준으로 1조3663억원의 수주실적을 달성하며 건설사 중 유일하게 정비사업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또 건설공사 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등을 종합 평가한 ‘2018년 시공능력평가’에서도 대우건설을 누르고 3위에 올랐다. 대림산업이 1998년 시평 제도가 도입된 이후 3위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건설사들은 기업 평판을 고려해 고객이 제기하는 민원은 법정까지 가지 않고 해결하려 노력한다. 이렇게 소송이 많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하자 관련 소송 건수가 늘어나고 이슈가 된다면 도의적인 부분은 물론 시공능력에 물음표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대림산업은 최근에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하자 관련 문제로 입주 예정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6800여 가구가 입주 예정인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지난 6월 진행된 사전점검에서 가구 평균 10~13건의 하자가 접수됐다. 한 가구당 10건만 잡아도 6만 건이 넘는 셈이다. 주로 방화문 개스킷 파손, 누수, 결로 등의 하자가 발견됐다. 

 

하자 접수가 시작된 지 2개월여가 지난 시점에서도 대림산업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입주예정자는 “한 달 전부터 하자보수 요구를 하고 있는데 전달하겠다는 말뿐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며 “어떻게 입주를 코앞에 두고 집 상태가 이런지 국내 대형 건설사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입주예정자 카페’에서 사전점검 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참여자(395명) 중 89.6%(354명)가 ‘재구매 시 e편한세상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며 대림산업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분양된 수원 광교 ‘e편한세상 테라스’에서는 하자 문제로 ‘입주 거부’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전심사에서 심각한 하자를 발견한 입주민들이 단체로 입주를 거부한 것이다. 관할기관인 수원시까지 나서 입주예정일 15일 전 사용승인 신청을 취하했을 정도였다. 결국 대림산업은 입주지연으로 입주민들에게 손해배상금 26억원을 지급해야 했다. 


업계에서는 10대 건설사 중 유독 대림산업의 하자 소송 건수가 많은 것에 대해 그동안 논란을 일으켰던 하도급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림산업은 최근까지도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은 물론 금품수수, 임금체불 등의 사건에 휘말려 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1차 하청업체→2차 하청업체→3차 하청업체’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 비리나 단가 후려치기가 있다면 업체는 단가를 낮출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공사가 진행되기 어렵다”며 “아파트에서 하자 문제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하도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영 전반에 대한 인식 개선 시급” 


대림산업이 입주민들에 대한 대응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하자와 관련해서도 입주민들의 요구에 ‘배 째라’ 식으로 버텼기 때문에 결국 소송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하도급 갑질에서 보여줬던 전형적인 버티기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대림산업이 하도급업체를 보호하고 입주민들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하도급업체뿐만 아니라 입주민들과도 상생한다는 방식으로 가야 하자가 줄고 입주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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