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제의 불로장생] 짜증도 질병이다
  • 이경제 이경제한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9.01 10:52
  • 호수 15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氣)가 고갈된 것이 원인…명상·침향·녹용·마카가 도움

 

올해 여름은 연일 폭염이 계속돼 짜증이 많이 생기고,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져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직장과 가정에서 감정의 충돌로 문제가 생기거나 다투게 된다. 타고난 성격이 나쁜 것이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경우를 기가 고갈돼 생기는 것으로 본다. 기운차고 활력이 넘칠 때는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일이 기가 고갈된 상태에서는 짜증과 시비로 이어진다. 

 

짜증이 계속되면 만성피로를 일으킨다. 그러한 증상은 건강검진을 받아도 확인되지 않으며, 병원에 가도 특별한 병명이 나오지 않는다. 짜증이 나면 몇 가지 신체의 변화가 생긴다.

 

첫째, 조급해지고 참지를 못한다. 작은 일에도 쉽게 화가 난다. 사소한 것을 반복해 생각하며 집착하게 된다. 둘째, 모든 일에 부정적인 생각이 앞서게 되고, 남의 말이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는다. 셋째, 이유 없이 피곤하며 자꾸 눕고만 싶다. 누워도 그다지 좋아지지 않는다. 넷째,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소리나 냄새에 민감하며 늘 불안정하다. 다섯째,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잠을 잘 때 꿈이 번잡하고 어지럽다. 

 

© 시사저널 우태윤


 

이런 기의 고갈을 잘 설명할 수 있는 한의학의 원리가 있는데, 그것이 정기신(精氣神)이다. 우리 몸에는 정기신이라는 세 가지 종류의 에너지가 있다. 정(精)은 욕망, 기(氣)는 감정, 신(神)은 정신이다. 정신 에너지는 상단전인 두뇌에서 활동하며, 감정 에너지는 중단전인 가슴에서 활동하며, 욕망 에너지는 하단전인 배꼽 주변에서 활동한다. 정기신은 《동의보감》을 구성한 체계이면서, 도인 양생술에서는 기본 에너지 시스템으로 보고 있다. 세 가지 기운이 고갈되면 마치 휴대폰 배터리가 바닥난 현상처럼 짜증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짜증이 계속되면 질병으로 진행한다. 

 

두뇌에 있는 정신의 기가 고갈됐을 경우에는 명상이나 기도를 통해 고갈된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정신 고갈에는 향이 있는 약재가 좋다. 침향은 강기온중(降氣溫中), 기를 내리고 속을 따뜻하게 해 준다. 국화차는 명목청열(明目淸熱), 눈을 밝게 하고 열을 식힌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몸의 긴장을 풀어주어 불면증을 완화시켜 준다. 

 

가슴에 있는 감정의 기가 고갈되면 녹용·홍삼차가 도움이 되고, 가슴을 쭉 펴는 동작 등을 하면 좋다. 심폐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유산소운동도 좋은데, 호흡할 때 코가 아닌 목으로 들이쉬고 뱉을 때 몸 안의 노폐물을 배출한다는 생각을 한다. 

 

70대 초반의 남성이 무기력, 불면, 소화불량, 소변불쾌, 정력부진을 호소했다. 이 경우가 바로 정(精) 부족이다. 호르몬 고갈이다. 필자는 남자 갱년기라고 설명했고, 마카가 들어간 한약 처방을 시행했다. 한 달 후, 그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너무 신난다고 하면서 고마워했다. 마카는 안데스산맥 4000m에 서식하는데, 전립선 개선과 정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특히 정기신 중 정(精·호르몬 에너지)을 보충한다. 

 

배꼽 주변에 있는 욕망의 기는 호르몬 활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복분자나 딸기류의 식품은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노화 예방에도 좋고 호르몬 활동을 왕성하게 하므로 정력증진에 도움이 된다. 반신욕과 기마 자세를 하는 것도 유익하다. 짜증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정기신이 활발해 짜증 없는 인생을 살면 얼마나 좋겠는가. 정기신이 충만하면 그것이 불로장생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