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덕에 성공? 방탄소년단이 월드투어 통해 증명할 진가
  •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31 11:07
  • 호수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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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의 월드투어와 그들의 음악적 성취


이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아이돌 그룹’으로 서게 된 방탄소년단에게는 항상 기록과 수치들이 따라붙는다. 뮤직비디오가 몇천만 뷰를 돌파했다는 소식이나, 빌보드 차트에 몇 위로 등극해 몇 주 동안 머물렀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방탄소년단의 진가를 말해 주는 것일까.

방탄소년단이 8월24일 발표한 리패키지 음반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의 타이틀곡인 《IDOL》은 발표와 동시에 국내의 모든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국내 음원 차트 기록보다 더 주목되는 건 유튜브에 올라온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 쏟아지는 관심이다. 공개 24시간 만에 5000만 뷰를 돌파한 이 뮤직비디오는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룩 왓 유 메이드 미 두(Look What You Made me do)’가 세운 종전 기록(4320만 건)을 경신했다.

하지만 이번 새 음원이 만든 이 기록에 대해 이제 대중들은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올봄에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에서 만든 기록이 워낙 충격적이라 그렇다.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의 정상에 올랐고, 싱글 차트인 빌보드 100에는 10위로 입성했다. 이 기록은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인용한 것처럼 ‘K팝 앨범 최초로 미국 차트를 석권한 기록’이다. 또 이 차트에서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정상을 차지한 건 2006년 팝페라 그룹 일디보의 ‘앙카라’ 이후 12년 만이라고 했다. 이러니 이번 음원이 만든 최단기간 최다 조회 수 같은 기록이 놀랍지 않을밖에.

 

8월26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방탄소년단의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환호하는 © 연합뉴스 팬들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무수히 쏟아져 나온 방탄소년단의 기록들

방탄소년단의 기록들이 쏟아질 때마다, 그 분석기사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게 SNS다. 너무나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어 시대적 흐름의 변화가 내는 효과를 더해 놓아야 그 놀라움을 설명할 수 있어서다. 실로 SNS의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고, 그 새로운 글로벌 네트워크의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아이돌이자 아티스트의 표징으로서 방탄소년단이 내세워지는 건 합당한 논리다. 하지만 기록과 SNS 같은 음악 외적인 분석들이 방탄소년단 고유의 음악적 성취를 가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놀라운 성공은 과연 SNS 덕분이었을까.

8월2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공연을 가진 방탄소년단은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답변을 들려줬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는 이 자리에서 이렇게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SNS가 방탄소년단 인기의 주요인이 됐다고 하신다면, 그건 틀렸다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은 음악과 퍼포먼스, 메시지에 집중하고 생각을 많이 하다 보니, 그런 걸 좋아해 주시고 사랑해 주셨다. 그런 다음에 SNS를 찾아보시고 좋아해 주신 거지, SNS만 보고 저희를 좋아하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리더인 RM도 슈가의 말이 맞다며 나름대로 인기 비결을 이렇게 분석했다. “‘아이 니드 유(I NEED YOU)’ 이전은 무명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도가 낮은 시절이었고, 그 이후로 청춘을 이야기한 ‘화양연화’ 시리즈를 내면서 잘됐다고 보시는 게 외부의 시각이라면, 제가 보기에는 일관성 덕분 같다. 우리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얘기를 했다. 10대 때는 그게 학교였고 20대 때는 청춘이었다. 그게 쌓이다 보니까 이렇게 온 것 같다.”

이들의 이런 이야기는 마치 이번 공연이 어떤 의미인가를 말해 주는 것만 같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출사표처럼 보였다. 무수한 기록과 SNS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온전히 자신들의 음악적 성장을 공연을 통해 보여주겠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올림픽주경기장이라는 ‘스타디움 공연’에서 분명하게 증명됐다. 사실 밀폐된 콘서트홀에서 하는 공연과 이렇게 개방된 스타디움에서 하는 공연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만한 라이브로서의 자신감과 저력이 없다면 시도하기 어려운 공연이다.

거대한 스크린 몇 개를 빼놓고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스타디움 무대에서 그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운 건 방탄소년단의 온전한 음악이었다. 특유의 힙합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EDM 사운드의 강렬함과 다이내믹함이 한 사람을 꼭짓점으로 세워 점점 늘어나며 나중에는 거대한 군무로까지 이어지는 방탄소년단 특유의 퍼포먼스와 어우러졌다. 한바탕 유명 외국 뮤지션의 라이브 공연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대형 스크린이 만들어내는 SNS의 이미지들(영상물, 뮤직비디오) 속에서 빠져나와 현장의 스타디움 무대로 나온 것처럼 연출된 무대는 그 자체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SNS로 막연히 그려지던 방탄소년단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 연합뉴스


《IDOL》이 보여준 경계 해체적 문화코드

방탄소년단의 첫 콘서트가 2014년 2000석 규모의 악스홀에서 열렸던 걸 떠올려보면, 잠실 스타디움에서 이틀간 총 9만여 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하는 이들의 무대가 얼마나 큰 성장을 이뤘는가를 실감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두 차례의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16개 도시 33회 공연 투어에 나선다. 북미, 유럽 지역의 공연은 이미 표가 모두 매진된 상태다. 특히 뉴욕 시티필드 공연은 해외 첫 스타디움 공연으로 그 무대에 서는 한국 최초의 가수가 됐다.

그런데 이 월드투어가 이들이 냈던 일련의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의 완결본인 ‘결 앤서(結 Answer)’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는 건 의미심장한 일이다. 이 시리즈는 그 제목에서 드러나듯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 결론에 해당하는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IDOL》은 그 고민의 해답을 들려준다.

《IDOL》은 신나는 EDM과 사우스 아프리칸 댄스 스타일의 곡에 국악 장단까지 곁들여져 있는 노래다. 거기에는 글로벌 음악의 트렌드와 국악이나 아프리카 음악 같은 로컬의 음악적 장르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이 곡을 담은 뮤직비디오에는 아프리카 사바나의 이미지와 더불어 북청사자놀이가 어우러지며 마치 국악의 ‘얼쑤’가 묻어나는 흥겨운 어깨춤이 K팝 댄스로 형상화돼 있다. 랩과 댄스, 국악이 접목되는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는 축제의 한마당. 학교와 청춘을 노래하던 방탄소년단은 이제 자신들이 ‘아이돌’ 혹은 ‘아티스트’ 같은 다양한 지칭으로 불려도 결국 자신은 자신일 뿐이라는 걸 노래한다.

이것은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탐구하며 내놓은 결론이지만, 거기에는 기묘하게도 경계 해체적 문화코드들이 들어 있다. 글로벌 아티스트로 발돋움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음악적 장르들을 수용해 그들만의 세계로 만들어내고 있다. 마치 SNS가 있어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마차에 올라탄 것처럼 얘기되지만, 실상은 방탄소년단의 아티스트적인 성장이 있었기 때문에 SNS가 이들을 주목했다는 걸 그들의 음악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번 월드 투어는 그들의 성공이 그들만의 음악적 성취로 가능했다는 걸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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