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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함부로 나서지 마” 경고 나선 트럼프

폼페이오 방북 취소로 한·미 관계 삐걱…“운전대가 흔들린다”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8.31(Fri) 11:00:00 | 1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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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무드로 가던 한반도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발단은 8월24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였다. 이날 트럼프는 사흘 뒤로 예정돼 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해결되고 난 뒤 이뤄질 것”이라고 밝혀 철회 이유를 중국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는 그동안 우리가 알던 미국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보호주의, 경제우선주의와 함께 트럼프식(式) 정치를 나타내는 단어는 ‘성과 독식주의’. 오늘날 미국 경제가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것도 자신 때문이며 이 모든 성과는 트럼프 자신만이 누려야 한다는 논리다. 

 

외교관계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다.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미국 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을 때도 트럼프 본인은 낯 뜨거울 정도로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최근까지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그랬던 그가 폼페이오 방북을 막은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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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반도 평화의 주인공은 오로지 나”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견해차가 상당히 컸다는 점이다. 6월 싱가포르 회담 전까지만 해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뜻하는 ‘CVID’를 공공연하게 사용하던 미 정부 인사들은 7월 폼페이오의 3차 방북 전부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라는 뜻의 ‘FFVD’라는 용어를 썼다. 여기서 미국과 북한의 가장 큰 견해차는 ‘불가역적(Irreversible)’이라는 단어다.  

 

8월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이란을 방문해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지만 핵 지식(과학)은 보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한은 ‘불가역적 비핵화’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때부터 미국 국제문제 싱크탱크 회의에서 자주 인용된 말이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말이다. 

 

이 문구는 원래 러시아 속담이지만, 1987년 INF(중거리핵무기감축) 조인식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쓰면서 유명해졌다. 정리하면 미국은 ‘불가역적’은 아니더라도 검증만이라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핵화 가이드라인을 요구했는데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북 취소라는 벼랑끝 승부수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폼페이오 방북 취소 이유는 이후 미국 언론을 통해 자세하게 보도되고 있다. CNN은 8월28일 미국 정부 내 3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협상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비핵화 프로세스가 무너질 수 있고,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폼페이오 앞으로 보냈으며, 그 직후 트럼프가 폼페이오의 방북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주요 언론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8월초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통해 북한 쪽에 친서를 보냈는데, 그 편지에는 핵 목록 제출과 함께 핵탄두 상당수에 대한 조기 폐기 등이 적혀 있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에 대해 북한은 “종전선언 등 구체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선적인 핵 폐기는 힘들다”는 답변을 미국 쪽에 전달했으며, 4차마저 빈손으로 돌아올 것을 걱정한 트럼프가 폼페이오의 방북을 말렸다고 봐야 한다. 미 국무부 역시 8월28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폼페이오의 4차 방북이 취소된 것은 북한 비핵화에 있어 충분한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잰걸음을 이어가던 북·미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관계의 냉각기도 불가피하다. 9월 중 예정됐던 남북 정상회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걱정스러운 것은 한반도 갈등 해결에 있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 온 문재인 정부가 미·북 양쪽으로부터 모두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WP의 외교·안보 담당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8월27일자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굳은 의지를 보이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함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의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수주 내 승인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조시 로긴은 “북·미 회담에 관여하는 미 정부 고위관계자가 최근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대니얼 스나이더에게 ‘우리는 한국과 관련해 큰 문제가 있다. 한국이 더는 우리와 보조를 맞추지 않고 (북한과의 관계에서) 앞으로 나가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 내 일각에서 개성에 설치하려던 남북연락사무소가 유엔 결의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미국 내 시각과 맥이 닿아 있다.  

 

 

성대하게 9·9절 치르려던 北 계획 차질 

 

우리 정부에만 그런 게 아니다. WP는 8월28일자 기사에서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내각정보관이 7월 베트남에서 북한의 김성혜 통일전선부 책략실장과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 등에 대해 협의한 것에 대해 미국 고위관리들이 불만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대북 소식에 정통한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번 폼페이오의 방북 취소는 미국 주도의 대북 협상에 있어 한국과 일본이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면서 “우리 주도의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과 성과 독식을 원하는 미국 쪽 의견이 충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과거 ‘노벨평화상 수상을 바란다’는 식으로 트럼프의 위상을 높이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화제를 돌려 폼페이오 방북을 취소하는 자리에서 트럼프는 왜 중국을 거론했을까. 이는 혈맹 수준으로 가까워진 북·중 관계를 다분히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당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경제각료들을 대거 대동하고 3차 방중에 나선 것이 미국 정부로선 불쾌했을 수 있다. 김 국무위원장의 3차 방중 직후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즉각 “(북·중)회담 내용을 신중하고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 이러한 속내를 잘 말해 준다. 

 

오로지 미국을 통해서만 경제적 번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트럼프에게 시진핑과 중국 경제는 불편한 상대다. 결국 이번 트위터 발언은 무역전쟁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쪽에 어설프게 대북 지원에 나서지 말 것을 경고한 것으로 봐야 한다.  

 

당장 정권수립 7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9·9절이 시험대다. 김 위원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과 9·9절 정권수립일을 민족적 경사로 지목하고 이를 성대히 치러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내심 북한은 9·9절 이전에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려는 심산이었다. 시진핑 등 거물급 인사를 평양으로 불러 9·9절을 성대하게 치르려는 북한의 계획은 현재로선 벽에 부닥친 상태다. 당초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9·9절 참석을 기정사실로 여겼다. 

 

그렇다고 판이 깨졌다고 보긴 힘들다. 양측 모두 확전은 삼가고 있는 모양새다. 8월28일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이 대신 읽은 성명에서 폼페이오는 “나의 방문이 연기되긴 했지만,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된 것이 확실해지면 미국도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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