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개인회사로 일감 몰렸다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08.30 17:59
  • 호수 15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욕설 파문 이어 그룹 지배구조도 도마 위…지난해 디엔컴퍼니와 엠서클 내부거래 10% 전후 증가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의 욕설 파문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YTN은 8월27일 윤 회장이 업무보고를 받거나 회의 자리에서 대웅제약 직원들에게 상습적인 폭언을 한 정황을 보도했다. 함께 공개된 녹취록에는 ‘정신병자 XX’ ‘병X XX’ ‘미친 XX’ 등 상대방의 인권을 짓밟는 욕설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윤 회장은 “감정이 격앙됐던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는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반나절 만에 입장을 바꿨다.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업무 회의와 보고 과정에서 경솔한 언행으로 당사자뿐 아니라 회의 참석자들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오늘 이후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다음 날에는 대웅제약과 지주회사인 ㈜대웅의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욕설 파문이 예상외로 커지자 ‘경영 일선 퇴진’이라는 카드를 던진 것이다. 대웅제약 안팎에서는 “시기가 언제냐의 문제였을 뿐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지난 2~3년 동안 윤 회장의 언어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한 직원이 100여 명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웅제약 건물과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시사저널 포토

 

욕설 파문 커지자 경영 일선 퇴진 선언

 

윤 회장의 갑질 논란으로 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역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윤 회장은 현재 지주회사인 ㈜대웅을 통해 핵심 계열사인 대웅제약 등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 회사 외에도 윤 회장은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알짜 비상장 계열사들이 적지 않다. 디엔컴퍼니와 블루넷, 이지메디컴, 인성TSS, 인성정보, 아이스콘 등의 최대주주가 윤 회장이기 때문이다. 엠서클과 인성디지털, 아이넷뱅크 등 손자회사까지 포함할 경우 윤 회장이 실질적으로 거느린 비상장사만 15개에 이른다. 

 

이 중 디엔컴퍼니와 엠서클의 경우 지난해 내부거래 물량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디엔컴퍼니의 경우 윤 회장이 34.6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인 블루넷의 지분(14.83%)과 자사주(11.93%)까지 합할 경우 특수관계인 지분이 60%에 이른다. 의약품과 화장품류 등을 판매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43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116억원을 계열회사 간 거래를 통해 올렸다. 내부거래율은 16.3%에서 26.4%로 1년 만에 10.1%나 증가했다.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해 거둔 이익이 윤 회장의 호주머니로 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엠서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주요 주주는 윤재승 회장(53%)과 디엔컴퍼니(5.10%), 대웅재단(0.64%) 등이다. 지난해 매출 452억원 중 111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내부거래율은 18.9%에서 24.6%로 높아졌다. 경제민주화가 최근 재계의 이슈로 떠오르면서 어떻게든 내부거래를 줄이고 있는 다른 기업들과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윤 회장이 그룹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비상장 계열사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윤 회장은 전형적인 재벌 2세가 아니다. 그는 윤영환 창업주의 삼남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검사로 임관한 법조인 출신이다. 1995년 대웅제약 부사장으로 입사하면서 경영에 합류했다. 1997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2014년 윤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한때 친형인 윤재훈 알피코프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윤재훈 회장은 2015년 알피코프를 대웅제약에서 계열분리한 뒤 독립하면서 분쟁설은 자연스럽게 막을 내렸다.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했지만 윤 회장의 입지는 여전히 불안했다. ㈜대웅의 지분율이 11%대로 나머지 형제들의 지분율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공익재단인 대웅재단(9.98%)과 개인회사인 엠서클(1.77%), 디엔컴퍼니(1.77%), 블루넷(0.26%), 아이넷뱅크(0.16%)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대웅의 영향력을 확대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윤 회장을 둘러싼 의문은 이뿐만이 아니다. 윤 회장이 직접적으로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 중 일부가 네이버 계열로 등재돼 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네이버 측은 “윤 회장이 현재 네이버의 비영리 교육재단인 커넥트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며 “이 때문에 윤 회장의 개인회사 4곳이 네이버 계열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네이버 계열에 포함된 윤 회장 소유 비상장사는 블루넷과 인성TSS, 디엔컴퍼니, 아이스콘 등 4곳이다. 윤 회장이 최대주주인 이지메디컴과 인성정보는 네이버 계열에 포함돼 있지 않다. 심지어 모회사인 인성TSS는 네이버 계열인데, 자회사 엠서클은 네이버 계열사에 포함돼 있지 않아 의문을 더하고 있다. 

 

ⓒ시사저널 미술팀

 

이지메디컴 경영권 ㈜대웅→윤회장 교체 왜?

 

윤 회장과 장남인 석민씨가 각각 60%와 40% 지분을 보유한 인성TSS가 아직까지 외감법인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인성TSS의 매출은 0원이다. 영업적자가 7000만원이지만, 8900만원의 영업외 수익이 있어 17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현재 알짜 계열사인 엠서클의 지분 65.3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엠서클의 자산총계는 369억원이다. 인성TSS는 현재 이지메디컴의 지분 15.20%도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에 이은 2대주주다. 이 회사의 지난해 자산 역시 542억원에 이른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두 회사의 대주주인 인성TSS의 자산은 수백억원을 넘는다. 그러나 금감원 전자공시에 올라 있는 자산 총계는 51억원에 불과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외감법인 등록을 피하려는 노림수가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행법상 자산총액이 100억원이 넘는 회사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의무적인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며 “이 경우 기업의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자산총액을 낮게 책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약품 구매 대행업체인 이지메디컴의 경우 2011년까지 ㈜대웅이 4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였다. 윤 회장은 이 회사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최대주주가 ㈜대웅에서 윤 회장(23.46%)으로 바뀌었다. 이때를 전후로 회사의 외형도 크게 성장했다. 윤 회장이 주주로 들어오기 직전이던 2011년 1075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3416억원으로 6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대웅이 계속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었음에도 윤 회장에게 지분을 넘겼다는 점에서 ‘오너 밀어주기’ 의혹이 일고 있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서울대병원도 현재 이 회사 지분 5.55%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서울대병원의 일감 몰아주기 특혜 의혹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며 “하지만 대기업이나 그에 준하는 기업의 계열사일 경우 서울대병원 인사들을 영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가 ㈜대웅에서 윤 회장 개인으로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의문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시사저널은 대웅제약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유선으로 질의를 하고, 별도로 음성 메시지를 남겼지만 8월29일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윤 회장, 추가 폭로 막으려 서둘러 떠났나  

 

윤재승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향후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월27일 터진 윤 회장의 욕설 파문으로 이틀 연속 하락했던 대웅제약의 주가는 29일 반등세로 돌아선 상태다. 윤 회장의 개인회사와 네이버 간 내부거래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전히 뒷말이 나오고 있지만, 윤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만큼 욕설 파문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특히 대웅제약의 실적이 최근 주춤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대웅제약의 매출은 8397억원에서 9603억원으로 14.4% 증가했다. 올해는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증권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영업이익은 436억원에서 390억원으로 11.8% 줄어들었다. 올해도 36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또다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주축인 윤 회장이 경영에서 배제된 것이다. 윤 회장은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윤 회장은 “대웅제약은 당분간 공동대표(전승호·윤재춘) 중심의 전문경영인 제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대웅의 지분이 25%에 이르는 만큼 경영권 분쟁 가능성 역시 높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오너 일가의 갑질로 대웅제약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재 윤 회장의 갑질과 함께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글들이 잇달아 게재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대웅제약이 혁신형 제약기업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4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대한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사회적 기준과 윤리적 기준을 추가했다. ‘상법상 등기이사나 감사를 맡고 있는 자가 횡령, 배임, 주가조작, 폭행, 폭언, 성범죄 등을 저질러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혁신형 제약기업 재인증을 제한하거나 즉시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의 욕설 파문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취소 사유에 포함된다”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경우 대웅제약의 ‘연내 1조원 클럽 달성’도 사실상 물 건너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윤 회장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았을 때의 일이다. 윤 회장이 법적인 판단을 받으려면 고소나 고발이 있어야 하는데, 고발장이 접수된다고 해도 초범은 불기소 처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윤 회장이 욕설 파문 초기에 서둘러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은 ‘영구 퇴진’ 대신 ‘자숙의 시간’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여론의 향배를 지켜보며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윤 회장이 서둘러 거취를 표명한 것도 직원들의 추가 폭로와 함께 고발 등을 막기 위한 노림수로 본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