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하는 군수’ 오규석 기장군수의 이유 있는 항변
  • 부산 기장군 = 정하룡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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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석 기장군수 “‘부단체장 임명권’ 반환은 ‘제4차 행정혁명’의 시작”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기장군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는 요즘 ‘시위하는 군수’로 알려져 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하라”를, 부산시청 앞에서는 “군수가 부군수 임명도 못하나”를 주장하고 있다. 국회 앞에는 매월 1회, 지난 달 23일부터는 매주 화요일 부산시청 시민광장에서 1인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하라”, “부군수 임명권은 군수에게”

 

지방행정 수장이 상급기관 앞에서 자기주장을 펴는 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오규석(60) 기장군수는 다소 유별난 점이 있다.1995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의 공천을 받아 초대 기장군수에 당선된 후, 이번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에 당선되면서 3선 연임에 성공했다.

 

현 부산의 기초단체장 중 유일한 무소속이다. 또한 2년째 군수의 업무추진비는 0원이다. 그 예산을 고교무상급식으로 돌렸다. 2014년에 이어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전국 226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가장 적은 돈으로 선거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으로 선거비용 1억 3300만원은 보전받을 수 있지만, 3213만 4450원을 사용했다.

 

전국 평균보다 8000만원 가량 더 적었다. 공보물, 명함, 현수막, 포스터, 회계책임자 인건비(수당)가 전부다. 오 군수는 매일 새벽 5시면 현장에 가있다. 폭염 때는 원두막에 선풍기를 달고, 가뭄 때 살수차를 운전하고,병충해 예방시즌에는 연막연무기를 직접 들고 다닌다.

 

업무가 끝나고 귀가하면 밤 10시 30분이다. 그때가 오 군수의 저녁시간이다. 할 일, 할 말 다하면서 상급기관과는 ‘불화’하고, 협력기관으로부터는 ‘짠돌이’ ‘독불장군’이라는 비판을 듣지만 법과 원칙을 소신있게 지킨다는 평가도 나온다. 언제라도 그만둘 각오로 소신껏 공직에 임한다는 오규석 군수를 만났다.

 

 

‘부군수 임명권’이 지자체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지난 10일에는 국회의사당 앞으로 갔습니다. 거기서는 ‘부군수 임명권’ 보다 기초선거(기초의원·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기초지자체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사업을 하려고 해도 기초의회 의원들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석에서는 다 공감을 하면서도 의회에서 결정적인 의결을 할 때는 당리당략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는 겁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관할 기장군의 고등학교 무상급식 인데요. 2014년 기장군이 전국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으면서 추진한 ‘고교무상급식 전면 실시’가 지방의회의 반대로 무산됐다가 2017년이 되어서야 겨우 시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피해를 보았고 행정력 또한 많은 손실을 입었었죠. 풀뿌리 민주주의가 매일 현장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같은 취지에서 부산시에 ‘부군수 임명권’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왜 시위라는 불통의 방법을 택했습니까. 기본적으로 대화와 타협, 논의하고 협의하는 민주적 소통방식이 있지 않습니까.

 

“시도했습니다. 답답한 노릇이지만 오거돈 부산시장님은 저를 만나주지를 않습니다. '지방자치법 제110조 제4항'에 ‘시의 부시장, 군의 부군수, 자치구의 부구청장은 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되, 그 직급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명한다’고 분명히 보장돼 있습니다.

 

한여름 폭염도 처서(處暑)가 지나자 절기(節氣)를 알아 순리대로 서서히 물러나고 있잖아요. 자연의 순환처럼 시대정신 또한 거스를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어느 법에도 광역시장이 부군수를 임명할 수 있다는 법은 없습니다. 인사교류 운운하면서 억지 주장을 펴는 부산시를 보면 참으로 딱한 일입니다. 임명권을 돌려달라는 공문을 또 발송했습니다. 벌써 8번째입니다.” 

 

직접 연무기를 매고 방역 작업에 나서는 오규석 군수 ⓒ 기장군



최근 군력을 집중하고 있는 기장군의 ‘Agile Government Project’는 어떤 것인지요.

 

“‘2018 기장형 Agile Government Project’(기장형 애자일 행정 프로젝트)는 ‘제4차 행정혁명’의 연장이며 대한민국 행정혁명을 선도할 프로젝트입니다. 1차 행정혁명기를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정국으로, 1960~70년대 산업화시대는 2차 행정혁명기, 1987년 6·10 민주항쟁 이후의 민주화시대를 3차 행정혁명기로 나눴습니다.

 

제4차 행정혁명의 키워드는 ‘지방자치’입니다. 자치에는 분권과 수평적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1·​2·​3차 행정혁명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위에서 아래로 상명하복, 일방통행식 체계였습니다. 이는 대량생산·대량소비시스템에 맞는 체제였습니다. 현 제4차 산업혁명시대는 AI, 3D프린팅, 바이오 혁명, 드론 등 모든 영역에서 혁명적 수준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핵심은 개인에게 모든 생산과 소비의 주도권이 넘어갑니다. 행정체계도 이런 기초 위에 다시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기초’가 가장 중요합니다.”  

 

대의원과 당원협의회장, 지역구 주요 당직자들을 당원들이 직접 선출하는 상향식 의사결정 제도를 실천해 이목을 끌고 있는 김해시의 모 국회의원의 경우가 떠오르는데요. 

 

“그렇습니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지역주민과 밀접하게 호흡하고 소통하는 행정체계로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행정기관은 권력이 아니라 ‘서비스’가 되고 행정관료는 군림하지 말고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정책과 사업의 입안 초기단계부터 지역주민, 전문가단체, 이해관계자, 관련 부서 등과 공론화, 소통, 협업하자는 것이 ‘기장형 애자일’, 제4차 행정혁명의 출발점입니다. 실사구시의 실용(實用), 저비용 고효율의 절용(節用),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겸청(兼聽)이 Agile Government의 키워드입니다.” 

 

공약을  ‘빛, 물, 꿈’으로 집약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군민에게 설명 한다면.

 

“간단히 말씀드리면, ‘빛’은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특성을 고려한 약속입니다. ‘비발전 분야’의 원자력을 이용한 의학 및 과학시설의 특성화가 기장군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물’은 기장미역, 기장멸치와 같은 지역특산물의 종자보존과 타 지역과 차별화된 지역 농·수산 특산물 생산·판매·가공을 현대화할 겁니다.

 

실증시험포 및 양묘장 설치 등을 통해 과학영농으로 대표 단일브랜드도 개발할 겁니다. ‘꿈’은 그야말로 꿈의 도시에 살아보는 겁니다. 단순 야구장이 아니라 복합스포츠테마파크를, 그냥 수영장이 아니라 교육과 컨셉이 접목된 생존수영장도 만들고, 산업단지를 조성해도 무분별하게 퍼질러 놓지만은 않겠습니다. 

 

끝으로 저에게는 만절필동(萬折必東), 황하(黃河)가 수없이 굽이쳐도 결국은 동쪽으로 흘러든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부족한 군수를 믿고 10년 넘게 지방행정을 맡겨주신 군민들게 감사드립니다.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군민들께 끝까지 충성하겠습니다.

 

한편, 애자일(Agile)이란 ‘날렵한’, ‘민첩한’이란 뜻의 형용로 IT산업에서 도입된 단어이다. 특정 프로그램을 개발할때 정해진 계획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식을 뜻한다. 고객의 요구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기업,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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