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가 부풀리고, 고객 돈 빼돌리고…농·수협 금융사고 ‘여전’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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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협 지역조합 2015~17년 금융사고 174건 발생

 

농협과 수협은 지속적인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상시 전산 감사를 도입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형화 추세에 있는 농·수협 지역조합 직원들의 횡령, 배임 등 사고 빈도 수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금융사고가 농·수협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우려 탓에 정기검사 등에 더해져 강화된 내부통제다. 하지만 직원들의 모럴 헤저드에 기인하는 농·수협 지역조합의 금융사고는 여전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경남 거제의 A수협은 법원 경매 감정 가격이 36억원인 땅을 담보로 42억원을 부당 대출했다. 규정상 대출금이 8억원을 넘으면 외부 감정을 받아야 하지만, A수협은 땅을 자체 내부 감정으로 52억원에 평가했다. 감독기관인 수협중앙회는 담보물 가격조사가 적정하지 못했다며, 관련 직원들에 대해 정직 등 중징계를 요구했다. 

 

경북 구미의 B농협에서는 지점장 등이 2017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고객이 예치한 돈 120억원을 횡령했다. 지점장 등은 6개월 동안 사고를 저질렀지만, 농협 내부 감시망에 걸리지 않았다.

 

경남 창원의 C농협은 수년간 임원에게 ‘근로자의 날’ 행사 명목으로 9000만원이 넘는 보너스를 지급했다. C농협의 조합장과 상임이사는 ‘근로자의 날’ 행사도 하지 않으면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9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이 감사에 뒤늦게 지적됐다. 이 농협은 금리조작을 통해 고객을 농단하기도 했다.

 

ⓒ 연합뉴스

 

 

 

2015~2017년 지역농협 136건 393억원, 지역수협 38건 114억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황주홍 위원장이 농·수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이후 지역농협의 금융사고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에 59건이던 지역농협의 사고 건수는 2016년 30건으로 줄어드는 듯 했지만, 2017년 47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3년간 136건이 발생했다. 사고 금액도 393억6000만원에 달해 금융감독의 시급성이 제기됐다. 

 

지역수협도 2015~17년까지 총 38건의 금융사고가 발생, 피해액이 114억원에 육박했다. 지역수협의 경우 금융사고로 인한 피해 건수와 금액은 각각 2015년 10건 23억6000만원, 2016년 12건 24억5000만원, 2017년 16건 66억4500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사고 금액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적정하게 담보물을 가격 조사한 경남의 한 수협 ⓒ 이상욱 기자

 

 

 

형사고발, 사고 건수의 30% 수준…새로운 금융환경에 대응하는 검사 필요

 

하지만 금융사고 관련자에 대한 형사고발 건수는 그리 많지 않다. 2015~17년까지 지역농협은 36건, 지역수협은 13건으로 전체 사고 건수에 30% 수준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농·수협이 징계를 꺼리는 경향이라고 지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징계가 많다고 알려지면 해당 금융기관이 문제가 많은 것으로 비쳐지는 우려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농·수협 지역조합은 농민 등 서민금융을 다루는 기관인 만큼 계속 잘못을 감추려고 하면 소형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농·수협 지역조합이 금융 감독의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실효성 있는 감독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황주홍 위원장은 향후 농·수협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도 더 엄격히 포괄적으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사고가 나면 당사자나 바로 위 상급자 정도만 문책하고 상위 지휘라인에 대해서는 시늉만 내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지휘라인을 중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규정을 손보는 등 농·수협의 검사 업무가 새로운 금융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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