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르포] “빨리 통일되도록 노력해 주세요”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4 13:39
  • 호수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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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취재…“우리는 하나” 한반도旗 흔들며 열정적 응원

 

“빨리 통일되도록 노력해 주세요. 빨리요.”

 

남북한 선수들로 구성된 여자농구 단일팀이 예선전을 치른 8월20일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경기장. 파란색의 한반도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응원단 200여 명이 관중석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응원단을 격려하러 온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일국 북한 체육상 등 남북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응원단 몇 명이 큰 소리로 “정치인들은 뭐 하느냐. 우리는 통일을 원한다”고 소리쳤다. 

 

이날 경기에서 응원단은 손에 막대풍선을 들고 ‘우리는 하나다’ ‘코리아’를 연신 외쳐댔다. 또 우리 선수들이 득점할 때는 경기장이 떠나갈 듯 소리를 질러 상대인 인도 응원단을 압도했다.

 

8월2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농구경기장에서 우리나라 응원단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남북 단일 여자농구팀을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시사저널 송창섭

 

남북 축하사절, 화기애애 속 경기관람 

 

이날 경기는 남북 단일팀이 인도와 가진 조별리그 예선 3차전이었다. 2차전에서 대만에 일격을 당한 우리 팀은 이날 경기마저 패할 경우 메달권에서 사실상 멀어진다. 그래서인지 경기 전부터 장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작 10분 전 이낙연 국무총리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민석·유기준·손혜원·최인호·지상욱 의원, 이기홍 대한체육회장,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등이 도착했다. 

 

잠시 후 김일국 체육상 등 북한 측 인사 4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총리와 김 체육상은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함께 자리에 앉았다. 북한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리룡남 내각 부총리를 축하사절로 파견했다. 이 총리와 리 부총리는 8월18일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함께 입장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맞잡고 선수들에게 화답했다. 

 


印尼 정부, 남북한 화합 수차례 강조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평화의 제전으로 치르기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올 4월 인도네시아 주재 남북한 대사를 대통령궁으로 불러 남북 정상이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해 줄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했으며 7월말에도 양측에 각각 특사를 파견, 공식 참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 모두가 어려움을 표하면서 자카르타에서의 남북 정상회담은 끝내 불발됐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행사 내내 남북한의 화합을 위해 여러 부문에서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인도네시아 도착 직후 이낙연 총리를 대통령궁으로 초청, 환담을 나눴으며 개막식이 열리기 전 이낙연 총리와 리룡남 부총리를 주경기장 근처에 있는 모처로 불러 한반도 긴장 완화를 주문했다. 

 

이낙연 총리는 개막식 이튿날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포 및 지상사 대표 간담회에서 “어느 아시아 국가 정상 못지않은 환대를 받았다”면서 “이는 정부의 ‘신(新)남방정책’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이튿날 남북 단일팀 여자농구 경기를 관람한 뒤 오후에 다시 대통령궁을 예방,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네 번째 환담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여자농구 경기는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승패가 갈렸다. 1쿼터를 22대12로 리드한 채 끝낸 남북 단일팀은 2쿼터에서 49대22로 점수 차를 벌려 사실상 승부를 결정했다. 결국 이날 경기는 104대54로 끝났다. 더블스코어 가까운 점수 차다. 이날 경기에는 장미경·로숙영·김혜윤 등 북측 선수 3명을 포함한 12명의 단일팀 선수 가운데 아직 합류하지 않은 남측 박지수를 제외한 11명의 선수가 모두 출전했다. KEB하나은행 소속 강이슬이 17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렸고, 북측 장미경도 11점이나 점수를 냈다. 리룡남 부총리는 개막식에 참석한 후 다음 날 출국, 이날 경기에는 김일국 체육상이 북측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 체육상은 “(큰 점수 차로) 이겨 대단히 기분이 좋다”며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3명의 북측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한 것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현지에서는 우리 측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 체육상의 회동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향후 단일팀 구성 등 회담 내용과 관련해 김 체육상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현지에서는 남북 체육정책 책임자들이 만나 남북 스포츠 교류 방안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20년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남북한 동시입장과 남북 단일팀을 늘리는 방안이 회담 주제로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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