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대 기숙사 옆 보조 출입구 폐쇄…학생들 불만 속출
  • 대전 = 김상현 기자 (sisa411@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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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상의 없이 일방적 폐쇄 vs 외부인으로 인한 사고 대비차원

 

지난 8월20일 한남대학교 신규 기숙사 옆 외부와 통하는 보조 출입구, 일명 쪽문이 폐쇄됐다. 이 때문에 기숙사 학생들이 외부로 나가기 위해서는 150m가량 돌아 다른 문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 문은 외국인 기숙사생들과 인근에서 자취하는 학생들도 애용하던 문이라 학생들의 반발이 크다.

 

보조 출입구가 있던 자리에는 ‘본 대학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2018년 8월20일부터 현 위치가 폐쇄되었습니다. 지정된 출입문인 ‘동문(글로벌캠퍼스)’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8월20일 보조 출입구가 있던 자리에 걸린 안내 현수막. ⓒ시사저널 김상현


 

이 보조 출입구는 원래 그 자리에 있던 대전외국인학교가 후문으로 사용했었다. 2012년 8월 이 학교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가면서 한남대 측 보조 출입구로 사용돼 왔다. 

 

문이 폐쇄된 20일부터 SNS에는 학교 측의 보조 출입구 폐쇄에 대해 항의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으며 평균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한 학생은 “학생들이 바라지도 않는 것을 학습권 보장으로 생각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며 “학생들의 편의 향상을 위한 일을 해도 모자랄 판에 문을 막다니”라고 성토했다. 

 

또 다른 게시물에는 담을 넘을 수 있는 계단을 만들고 싶다며 위법 여부를 물어오는 학생도 있었다. 철거 안내문 아래 트램펄린 사진을 합성해 놓고는 “한남대가 창업을 밀고 있던데 트램펄린 점프 하루 이용료 100원으로 한 달 3000원 받는 아이템은 어떨까?”라며 "이 아이템으로 창업지원팀에 지원금을 요청하자"고 비아냥 글을 남긴 학생도 있다.

 

댓글에도 학생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막은 길로 넘어 다니다 다친 사람 생겨야 문제의 중요성을 알 듯”이라거나 “철문을 부숴버리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묻는 글도 다수다. “이동식 계단이나 사다리를 근처에 두자”는 학생까지 있다. 일부는 이번 일에 대해 방관만 하고 있다며 총학생회 측을 질책하는 분위기까지 일고 있다.

 

학교측은 외부인의 잦은 출입과 사고로 인해 출입구를 폐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7월 말부터 현재까지 3차례에 걸쳐 외부인이 출입해 음주를 한 흔적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강의실 유리창에 소주병을 던져 파손하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인근 주민이 학교 내로 쓰레기를 가져와 무단 투기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수차례 교육환경 보호를 요청하는 안내문을 걸고 캠페인을 벌였지만 나아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외부인에 의한 피해가 이어지자 한남대는 결국 기존에 있던 14개의 출입구를 정리하기로 했다. 현재 남은 출입구는 정문·북문·​동문·​남문의 주 출입구를 포함해 경상대와 문과대 쪽 보조 출입구만 남겨둔 상태다. 시설관리팀에서는 더 이상 보조 출입구 폐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학교측의 이같은 설명에도 학생들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편의 시설을 폐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학교 측은 8월20일 문을 폐쇄하면서 안내 현수막을 걸었을 뿐 사전 공지나 협의를 하지 않았다. 

 

100여 m만 돌아가면 다른 문이 있다고 하지만 기존에 편하게 사용하던 문이 사라지면 당장 학생들이 불편을 느끼는 건 사실이다. 댓글에서 보이듯 학생이 담을 넘다가 사고라도 나면 문제는 더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외부인의 출입으로 교내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도 가만히 둘 수는 없는 문제다. 이는 분명히 ‘학습권 보호’와도 상관있다. 

 

학교 측과 학생이 소통의 장을 마련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찾는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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