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시작점은 '음식 일기' 쓰는 것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8.2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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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 이상 체중 감량 성공···하루 커피믹스 한 잔 줄여도 1개월 2kg 감량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면 '음식 일기(food diary)'를 기록해보면 어떨까. 기록하는 습관만으로도 심리적 압박을 받아 다이어트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로 밝혀진 바 있다. 

 

이상열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2016년 자신의 체중을 자주 확인하고 식사 빈도나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는 것이 체중 감량을 위한 핵심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교수팀은 세계 약 80개국에서 수집한 체중 관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3만5921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최소 6개월 이상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사람들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전체의 77.9%는 성공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봤다. 특히 이들 중 23%는 본인 체중의 10% 이상 감량했다. 이는 약물치료 등 다른 비만 관리법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수치다. 특히 체중을 자주 기록하고 저녁 식사 관련 내용을 자주 입력한 이용자의 체중감량 효과가 가장 컸고, 요요현상도 적게 나타났다.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자신이 얼마나 먹는지를 음식 일기로 기록하면 열량 섭취에 대한 개념이 생긴다. 나중에는 열량이 많은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구분하는 감이 생긴다"며 "예를 들어, 커피도 종류에 따라 5kcal부터 460kcal까지 열량이 다양하다. 같은 커피믹스라도 590kcal짜리가 있는가 하면 5kcal짜리도 있다. 10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pixabay

 

일주일에 6번 이상 음식 일기 쓴 사람, 평균 8kg 감량

 

음식 일기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카이저 퍼머넌트 건강연구센터는 음식 일기를 꾸준히 쓰는 사람은 쓰지 않은 사람보다 체중을 2배나 더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연구팀은 다이어트를 시도한 비만 남녀의 체중 감량 정도와 다이어트 일기 기록을 분석했다. 

 

평균 몸무게가 96kg으로 비만 또는 과체중인 25세 이상 남녀 1685명에게 20주 동안 다이어트 그룹 모임에 참가하게 했다. 참가자들은 하루 500kcal 정도의 음식물 섭취를 줄이고, 30분 이상 운동했다. 이들은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육류보다 채소와 과일을 주로 먹고, 저지방·저염분 음식을 섭취했다. 여기까지는 일반 다이어트 방법과 다르지 않다. 다른 부분은 이들에게 음식 일기를 쓰도록 한 점이다. 

 

20주가 지난 뒤 연구팀이 이들의 체중을 측정해보니 평균 6kg이 감량됐다. 전체의 69%가 적어도 4kg 이상 줄였는데, 이 정도만으로도 고혈압·​당뇨 등의 위험을 낮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똑같이 식사조절과 운동을 해도 음식 일기를 열심히 쓴 사람일수록 체중을 더 많이 줄였다. 음식 일기를 쓰지 않은 사람이 평균 4kg을 줄였다면, 일주일에 6번 이상 쓴 사람은 평균 8kg을 감량했다.  

 

연구팀은 “음식 일기는 먹은 음식을 기록하고 열량을 계산함으로써 스스로 책임감을 부여하기 때문에 음식 일기를 쓰는 것이 쓰지 않는 것보다 체중 감량에 훨씬 도움이 된다”며 “음식 일기로 먹는 것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증명했다”고 밝혔다.

 

 

체중 기록으로 요요현상 예방

 

음식 일기에 꼭 기록할 항목은 체중이다. 체중을 기록하는 일은 체중 감소뿐만 아니라 요요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코넬대 등 연구팀이 비만 남녀 162명을 대상으로 매일 체중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일주일에 몇 번 디저트를 거르거나, 점심 3회는 식사 대체용 식품으로 먹거나, 거의 매일 간식을 거르는 등 각각 자유로운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해 실천했다. 그 결과, 매일 체중을 측정한 그룹은 처음 1년 평균 5.9kg을 감소했지만, 체중을 재지 않은 그룹은 4.4kg 감소에 그쳤다.

 

2년 차 관찰에서 체중을 기록한 그룹은 요요현상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체중을 매일 측정하고 기록함으로써 체중 감소와 요요를 예방할 수 있다”며 “매일 체중계에 올라 몸무게를 의식해 식습관과 운동습관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체중 기록은 종이나 스마트폰 앱에 상관없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다이어트란 끼니를 거르는 게 아니다. 전체 섭취 열량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비만학회가 정해놓은 게 있다. 일주일에 7000kcal를 덜 섭취하면 지방 1kg이 빠진다는 공식이다. 즉 하루에 500kcal 덜 섭취하면 한 달에 2kg의 지방이 빠지는 셈"이라며 "체중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요요현상이 적게 오는 다이어트 법을 실천하면 건강한 생활습관이 몸에 밴다. 그 지름길이 음식 일기"라고 강조했다. 

 

 

음식 일기에 필요한 5가지 항목

 

생활일기는 마음 가는 대로 써도 되지만, 음식 일기를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념할 점이 있다. 여러 전문가가 공통으로 제안하는 5가지 항목은 다음과 같다. 

 

■ 음식 일기는 가장 편한 방법으로 써라.

펜과 종이, 포스트잇,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 이메일 등 무엇이어도 상관없다. 가장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곳에 적어야 기록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 ​귀찮더라도 매끼 식사가 끝난 후 먹은 음식을 적어라. 

하루 동안 먹은 음식을 한꺼번에 적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열량을 계산을 할 수 있다.

 

■ ​음식 일기를 쓰는 이유를 기억하라.

음식 일기는 섭취한 음식물의 열량 계산을 통해 더 음식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기 위한 수단이다.

 

​■ ​식사 시각·섭취한 음식의 양·식사 장소를 기록하라.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의 핵심은 규칙적인 식습관이다. 자신이 먹은 음식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지 말고 음식 분량과 함께 열량, 수분 섭취량을 기록한다. 여기에 운동시간, 배변 횟수 그리고 반성할 부분까지 추가하면 큰 도움이 된다. 집밥과 식당 밥이 똑같을 수 없다. 영양소·분량 등이 다르므로 식사 장소는 집·외식·구내식당 등 장소에 따라 작성한다.

 

■ ​체중을 기록하라. 

체중 기록은 체중 감소뿐만 아니라 요요현상도 예방할 수 있다. 몸무게 변화를 눈으로 보는 행동은 식습관과 운동습관의 변화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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