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 일반을 단독주택지로 글자만 바꾼 조합 '꼼수'에 김해시도 맞장구?
문제는 도시개발법 제4조에 개발계획의 중대한 변경이 발생할 경우 총 면적 지분의 3분의 2 이상과 조합원 전체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조합은 이 과정을 생략했고, 김해시 또한 이를 살피지 않고 그대로 승인했다는데 있다.
조합측은 8월 21일 현재 과거 집행부에서 이루어진 일이고 김해시가 결정한 일이지 조합측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김해시는 “조합에서 2종 일반 지역을 ‘단독주택지’로 변경해 달라는 신청이 들어와 이를 승인해 준 것”이라며 조합으로 책임을 미룬뒤 “2종 일반을 1종 일반으로 바꿔 달라는 신청이 아니어서 동의서 첨부와는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해시는 이 문제와 관련한 민원에 대한 공식 답변에서 “우리 시는 단독주택지를 1종 일반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회신해 ‘1종 일반 = 단독주택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을 자초했다. 결국 1종 일반 지구나 단독주택지는 같은 말인데 조합의 종 변경 서류에 1종 일반으로 기재하면 중대한 변경이 되어 동의서를 첨부해야 하지만, 단독주택지로 표시하면 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조합의 ‘꼼수’에 지자체가 묵시의 동의를 한 셈이다.
그런데 도시개발법 시행령 7조에는 ‘그 밖에 지정권자가 토지소유자의 권익보호 등을 위해 중대하다고 조건을 붙여 (이하 생략)’라는 규정이 있다. 이 조항에 대해 도시개발 관련 업계 종사자 대다수는 ‘중대한 변경이라고 법에 나열하지 않아도 도시개발 과정에서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김해시는 “조합의 결정은 전체 조합원의 뜻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며 “시가 개별 조합의 업무에 이래라 저래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결국 김해시가 도시개발법 제4조를 소흘히 하고 시행령 11조를 외면한 결과는 조합원들이 수 천억대의 손해를 감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지역에서 2종 일반 토지의 용적률은 220%이고 1종은 180%이다. 또한 건물의 높이도 2종은 10층 이상도 건축이 가능하지만 1종은 3층으로 제한된다. 당연히 부동산 가격에 차이가 발생하지만 사업 지구내 2종 일반이 전부 사라져 1종과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
종 하향에 따른 부동산 가치 하락은 25%, 조합원 전체 손해액 수 천억원대 추정
그러나 2종 일반과 1종 일반의 가격 차이에 대해 판단 근거로 삼을수 있는 감정 자료가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종이 변경됐다며 이 문제를 최초 제기한 안정자(김해시 외동)씨에 따르면 안씨는 종 하향에 따른 손해 배상 소송을 위해 법원에 감정을 요구했다.
2017년 6월 창원지방법원의 결정에 따라 안씨가 소유한 1122㎡(340평)의 토지를 감정한 K감정법인은 종전 토지는 약 24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었으나 1종으로 하향되면서 약 19억원 정도로 떨어졌다며 25%에 해당하는 약 5억여원의 가치 하락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소 등에 따르면, 이 지역의 1종일반 주택지는 3.3㎡ 700만원을 호가하고 있고 조합측은 400만원대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시세에 감정법인의 판단인 마이너스 25%를 적용하면 최대 175만원에서 최소 100만원이 되고 이 금액을 1종 일반 전체 면적 40만5900㎡에 곱하면 약 1000여명의 주촌 · 선천지구 도시개발사업 조합원들은 2152억원에서 1230억원의 손해를 입은 셈이다.
무엇보다 2종이 1종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3종의 용적률이 220%에서 270%로 상향되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조합이 초고층 아파트 건축이 가능한 3종 지구의 용적률을 높혀 사업자에게는 당근을 주면서 조합원들에게는 용적률을 낮추고 층 수에 제한을 받는 희생을 요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의 다른 지자체에서 유사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A씨는 “‘단독주택지’라는 개념을 끌어들인 자체가 눈가리고 아웅의 극치”라며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조합과 시민의 재산을 지켜야 하는 지자체가 한 통속으로 사업자의 이익에만 연연하는 작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업 진행의 불법성도 따져야 하지만 지금이라도 조합측이 보유하고 있는 미분양 체비지 등을 조합원들에게 돌려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과 김해시의 미온적인 태도에 미루어 부당한 종 하향에 따른 조합원들의 권익 침해 의혹의 조기 해결은 그리 밝지 않다. 현재 조합측은 중요 변경 사실을 조합원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한 책임은 뒤로 하고 “사업자도 돈이 남아야 하지 않겠느냐” 며 시공사의 입장을 대변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김해시 또한 “목장, 임야, 논, 밭 등이 1종 일반 주택지로 변경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조합원 대다수가 상당한 이익을 본 것”이라며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7월 1일부터 오는 9월말까지 3개월간을 재건축 및 재개발 비리 특별조사기간으로 정하고 대형 개발사업 전반을 정조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