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인천의 실패에서 배운 것은?
  • 자카르타(인도네시아)=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8 19: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정난 우려, 기존 건물 개보수… 처음으로 자국 분산 개최

제18회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이 8월18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6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아시아의 에너지'(Energy of Asia)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대회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국이 모두 참가한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안게임을 56년 만에 유치하면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1951년 인도 델리에서 처음 열린 아시안게임은 초창기만 해도 동남아 국가들의 독무대였다. 태국만 해도 1966년 5회 대회, 1970년 6회 대회를 방콕에서 잇달아 연데 이어 1978년 8회 대회, 1998년 13회 대회를 똑같은 방콕에서 치렀다. 인도네시아 역시 1962년 제4회 대회를 연 바 있다. 1986년 서울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까지 비(非) 동남아 국가 중에서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곳은 일본(도쿄), 이란(테헤란), 인도(델리) 뿐이다. 그만큼 스포츠이벤트는 경제, 외교력과 함수관계에 있다. 1982년 이후 아시안게임이 한중일 동북아 국가에서만 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베트남 재정난 이유로 개최권 반납

당초 이번 대회는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재정난을 이유로 베트남이 개최권을 반납하면서 급하게 인도네시아로 바뀌었다.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재정 투입 문제를 가장 고민했다. 아시안게임 역사상 처음으로 자국 내 분산 개최를 결정한 것도 재정난을 우려한 탓이다. 조직위는 일부 종목을 수마트라섬 남쪽에 있는 항구도시 팔렘방에서 치룬다. 이 때문에 대회 공식명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8월18일 개막식 준비가 한창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겔로라 붕 카르노 ⓒ시사저널


분산 개최지로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 ‘수라바야’가 검도됐지만, 경기장 신규 건립에 따른 재정난이 부담이 돼 팔렘방으로 결정됐다. 직전 2014년 대회를 치뤘던 인천시가 대회가 끝난 후 빚더미에 앉게 된 것도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된 이유다. 

그러다보니 여러 경기장이 기존 것을 개‧보수됐다. 미디어센터 역시 주경기장인 겔로라 붕 카르노(Gelola Bung Karno) 옆에 있는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 자리 잡았다. 7만6000명 수용이 가능한 겔로라 붕 카르노도 내부만 재정비했을 뿐 1962년 대회 때 쓴 것을 그대로 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직전 치러진 인천 아시안게임과 여러모로 대비된다. 2007년 인도 델리를 제치고 개최권을 따낸 인천시는 경기장 건립 말고도 스포츠 약소국에 2000만 달러 지원, 항공료, 숙박비 면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 결과 대회 폐막 이후 인천시는 막대한 부채에 시달려야 했다. 수천억원을 들여 지은 주경기장 등 주요 건물들은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조코위정부, 대선용으로 아시안게임 적극 활용

한편 조직위는 대회를 치르는데 있어 인도네시아 기업들의 후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눈길을 끈다. 메인 파트너사로 텔콤셀, 프라타마니아, BNI 등 국영기업들이 참여한 가운데 우리기업으로 쌍용정보통신이 이름을 올렸다. 쌍용정보통신은 이번 대회 IT 인프라 상당수를 책임지고 있다. 또 공식스폰서로는 삼성이 이름을 올렸다.  

당초 이번 대회는 동계올림픽과 월드컵과 시기가 겹쳐 흥행이 힘들다는 이유로 2019년에 열릴 계획이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한 해 앞당겨 열린다. 내년에 열릴 대통령 선거는 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운동당 총재 간 ‘리턴매치’로 치러진다. 5년 전 선거에서는 야당 후보였던 조코 위도도가 수비안토를 6.3%차로 이기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두 사람은 8월10일 후보등록을 마친 뒤 1년간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간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