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역시 갓지성’, 지성의 마법에 빠졌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7 14:28
  • 호수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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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와이프》로 ‘인생 캐릭터’ 갱신한 지성을 만나다

 

그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었더랬다. ‘강남의 한 식당에서 아내 이보영과 여전히 연애하듯 데이트를 즐기더라’ ‘촬영장에선 말 걸기가 조심스러울 정도로 연기에 집중한다’ ‘연예계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가정적인 남자다’ 등. 실제로 만나본 그는 그 목격담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호불호 없는 깔끔한 외모, 타고나길 자상한 성격 그리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최근 tvN 수목극 《아는 와이프》로 ‘갓지성’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또다시 안방극장을 점령한 그를 만났다. 

 

필모그래피부터 알아보자. SBS 《카이스트》(1999)로 드라마 신고식을 치른 지성이 주연 배우로 부상한 것은 《올인》(2003)에서부터다. 극 중 이병헌과 대립하는 정원 역을 맡아 존재감을 발산했고, 그해 S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스페셜부문 연기상을 차지했다. 이후 KBS 《애정의 조건》(2004), SBS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2004), MBC 《뉴하트》(2007), SBS 《태양을 삼켜라》(2009)와 《대풍수》(2012), KBS 《비밀》(2013) 등으로 차곡차곡 대중과 소통해 왔다. 

 

그리고 인생작을 만나게 된다. 바로 MBC 《킬미, 힐미》(2015)다. 시청률과 화제성 그리고 연기력을 재평가받으며 그해 연기대상을 수상한 그는 그 기세를 몰아 지난해 SBS 《피고인》(2017)으로 ‘흥행 보증수표’ ‘연기파 배우’로 쐐기를 박았다. ‘갓지성’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다. 

 

그런 그가 한층 가벼워진 일상연기로 돌아왔다. 《아는 와이프》는 현실에 찌든 부부가 과거로 돌아가는 ‘가정’을 담은 판타지물이다. 극 중 지성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남자 ‘차주혁’을 연기한다. 

 

《아는 와이프》의 한 장면



오랜만이다.

 

“전작 《피고인》이 어두운 기운의 드라마여서 밝은 기운의 드라마를 하고 싶었어요. 대신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 내 주변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사실 애초엔 유부남의 일상을 연기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캐스팅을 거절했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이 그야말로 ‘행복하고 싶은 남자’ ‘너무 평범하고 흔한 남자’라 그 역할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공감하는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거든요. 고민 끝에 용기 내서 작품에 출연하게 됐어요.”

 

《쇼핑왕 루이》를 연출했던 이상엽 PD는 애초부터 ‘꼭 지성이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섭외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의 일상적인 연기가 궁금했고, 지성 특유의 자연스러움이 ‘차주혁’과 꼭 어울린다는 생각에서다.  

 

현실 부부의 연기가 인상적인데, 실제로 공감했던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사실 그 부분의 연구가 필요했어요(웃음). 현실에선 아내에게 배려라고 했던 행동들이 극 중 캐릭터는 배려가 아닌 강압적으로 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 차이를 두고 고민을 했는데, 그게 또 재미있더라고요. 누군가의 남편으로 어떻게 성숙해야 하는지 공부하며 촬영하고 있어요.”

 

극 중 ‘사내 절친’ 장승조씨도 유부남인데, 두 사람이 현장에서 어떤 얘기를 나누나. 

 

“공통점이 많더라고요. 한 예로, 저는 해외여행을 가면 아침 5시에 일어나 도시를 조깅해요. 미리 뛰어다니며 운동 겸 사전 답사를 하고 좋은 곳을 기억했다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다시 가서 아는 척을 엄청 하거든요(웃음). 그런 부분이 승조씨도 비슷하더라고요. 그래서 승조씨에게 ‘우린 비슷한 면이 많아’라고 했더니 ‘잡혀 사는 것도 비슷하죠’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참고로 전 육아엔 자신 있습니다(웃음).” 

 

© tvN 제공


 

최근 지성은 둘째 임신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아내 이보영과는 6년간 공개 열애 끝에 2013년 결혼식을 올렸고, 2015년 첫 딸을 낳았다. 말이 나온 김에, 그의 ‘조깅 예찬’은 유명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러닝은 생각을 좀 더 맑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준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파리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센강에서 조깅을 해 봐라. 해 뜰 때 즈음 노트르담 성당이나 에펠탑 앞을 뛰면 기분 정말 좋다. 비로소 그 도시가 왜 아름다운지 알 수 있다”며 변치 않는 조깅 예찬을 펼치기도 했다.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배우가 아니면 뭘 했을 것 같나.

 

“야구선수요. 어릴 적 꿈은 야구선수였고, 지금도 저는 야구가 무척 재미있고 좋아요. 야구팀에 들어가 취미로 즐기고 싶은데, 가정생활에 소홀해질 거 같아 미루고 있어요.”

 

상대역인 한지민씨와의 현실 부부 연기도 인상적이다.

 

“사실 지민씨와는 처음 작품을 함께하는 거예요. 그래서 의견을 공유하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고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놀랄 만큼 배려가 깊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덕분에 첫 촬영부터 벽이 없었어요. 더구나 지민씨가 아이를 무척 좋아해요. 아이와 함께 촬영하는 게 쉽지 않은데, 둘 다 아이를 좋아하니까 촬영이 수월하더라고요. 아기랑 함께 놀면서 자연스럽게 촬영하는 지민씨를 보면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게 저절로 느껴져요.”

 

한지민이 말하는 지성은 ‘든든한 배우’다. 화면 속 모습보다 실제의 모습이 훨씬 매력적이라는 것. 특히 촬영 현장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밝게 접근하는 모습이 좋고, 그 긍정 에너지가 주변 스태프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것. 

 

‘갓지성’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갓지성’이라고 불리기엔 부족하죠. 늘 새로운 작품에 임할 때면 이번 작품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나 고민하는데, 결국은 내 역할에 대한 스스로의 ‘공감’이 중요하더라고요. 전작 《피고인》에선 아빠로서 내 자식이 누군가에게 납치당했다면 나 역시 목숨 걸어서 꼭 살리겠다는 마음에 공감했고, 《아는 와이프》에서는 일반적인 부부들도 가정을 꾸려서 살아가는 게 만만치 않은 사회라는 게 공감이 됐어요. 아이 키우기도 얼마나 힘들어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게 연기라 지금도 늘 고민이고, 숙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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