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과 불법 사이 번져가는 ‘新재테크’ 주택공유
  • 박성의 기자·유경민 인턴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7 11:18
  • 호수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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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록 임대, 불법 숙박공유 사업 성행…“정부, 관련 제도 정비 필요해”

 

주택 임대·공유 사업이 논란이다. 최근 다주택 보유자들이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은 채, 개인적으로 집을 임대·공유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세금 한 푼 안 내면서 지갑을 불리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정부도 부랴부랴 임대주택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시사저널과 만난 임대업자들은 법망을 피해 가는 게 어렵지 않다고 고백한다. 

 

 

공인중개사 안 거친 ‘집 임대’ 판쳐 

 

과거 서울과 경기 일대 재개발사업으로 돈을 벌었다는 김아무개씨는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용산을 비롯해 관악, 영등포 등에 집을 보유하고 있다. 그중 ‘한강뷰’가 좋은 집 2채를 빌려주고 벌어들이는 월 임대수익만 1600만원이 넘는다. 연으로 환산하면 2억원 수준. 주택임대사업으로 억대 연봉을 버는 셈이지만, 그가 내는 세금은 0원이다. 애초 그의 집을 단기임대주택으로 등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런 걸(임대주택사업)로 돈 벌면서 세금까지 내면 강남 바닥에서 바보 소리 듣는다”며 임대주택을 등록하지 않은 채 탈세를 자행하는 이들을 ‘미세먼지’로 비유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미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는 얘기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 전단이 붙어 있다. ⓒ시사저널 고성준

 

시사저널이 8월7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주요 도심의 공인중개사와 임대사업자들을 만난 결과, 실제 이 같은 불법 임대는 만연해 있었다. 서류 한 장 없이 사인 간 구두계약만으로 이뤄지는 주택 임대·공유 방식이 일부 고가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들은 최근 들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이 같은 사례가 더 증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용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국내에 단기간 머무는 외국인들은 국내 부동산시장 사정에 밝지 않다. 무엇보다 이들이 복잡한 부동산 거래를 싫어해 차라리 돈을 더 주고서라도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고 집을 빌리기를 원한다”며 “(임대 기간이) 끝나고 나가면서 다른 외국인을 소개시켜주는 터라 굳이 임대인 입장에서도 (공인중개사와) 같이 일할 이유도 없다”고 전했다. 

 

다주택자들이 여행사와 손잡고 불법 숙박공유 사업을 벌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관광진흥법은 관광숙박업으로 등록하지 않고 자신의 주거공간을 유료로 빌려주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개인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록을 했더라도 내국인을 상대로는 영업할 수 없다. 그러나 단속이 쉽지 않은 탓에 오피스텔이 하나의 호텔로 변모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 8월10일 찾은 서울역 인근의 P오피스텔. 제보에 따르면, 이곳 약 198세대 중 절반가량이 숙박공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역세권 인근의 숙박공유 사업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오피스텔 여러 채를 주거 목적이 아닌 임대사업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P오피스텔 1층에 자리한 여행사가 오피스텔 숙박공유를 ‘패키지 서비스’로 끼워 팔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 공인중개사는 “여행사와 손잡고 오피스텔을 불법 임대사업이나 숙박공유 공간으로 둔갑시키다 보니 공인중개사를 통한 P오피스텔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공인중개사가 피해를 받는 것은 물론 오피스텔의 임대료가 높아져 거주 목적으로 오피스텔을 구하는 애꿎은 시민들은 입주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 내놨지만 실효성 물음표

 

집을 거주가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게 되면 집값에 ‘거품’이 끼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가뜩이나 주거난에 허덕이는 서민들로서는 악재인 셈이다. 정부로서도 고민이다. 집을 통해 돈을 벌면서 세금 한 푼 안 내는 것은 엄연한 탈세다. 여기에 임대업 및 숙박업자로 등록해 정당하게 세금을 내는 이들로서는 역차별의 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우려에 정부도 칼을 빼든 상태다. 정부는 올해 9월부터 통합전산망을 구축해 3주택 이상자부터 임대사업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내 임대소득을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임대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앞으로 임대료 수입(면세 공급가액)의 0.2%에 해당하는 가산세도 부과된다. 동시에 당근도 꺼내 들었다. 등록 임대주택은 면적과 임대 기간에 따라 취득세·재산세 등 지방세를 감면하고 양도소득세와 건강보험료도 낮춰준다.

 

다만 이 같은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불법 임대업을 벌이고 있는 이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란 조소가 번져 가고 있다. 정부의 통합전산망은 집을 다른 가족 명의로 바꾸는 식으로 쉽게 피해 갈 수 있다고 자신한다. 여기에 애초 임대업자들의 ‘지갑 사정’이 정부가 내놓은 당근을 받아들일 만큼 나쁘지 않을뿐더러, 임대업자로 등록하면 매년 임대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하는 터라 임대업 등록 자체를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현재 국내법상으로는 숙박공유에 대한 합법과 편법의 경계가 애매하다. 과연 집을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일이 불법이 될 수 있느냐가 모호한 것인데, 이에 맞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탈세가 가장 문제라면 애초에 임대업이나 숙박업으로 등록하는 절차를 간소화해, 현재 법망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그 틀 안으로 끌어들일 필요도 있다. 거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사회에 나누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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