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1000억원 피해자 20만 명 달해”
  • 유지만·박성의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7 11:15
  • 호수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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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돈스코이호 투자사기’ 최초 고발한 홍건표 前 동아건설 임원

돈스코이호 투자사기 의혹이 언론에 처음 제기된 시점은 7월이다. 하지만 이보다 한 달 전인 6월 돈스코이호 인양업체인 신일그룹 경영진을 처음 고발한 이가 있다. 바로 전 동아건설 회장 비서실장을 지낸 홍건표씨다.

 

홍씨는 지난 2015년 유지범(본명 류승일) 신일그룹 회장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유씨로부터 동업 제안을 받은 후 한때 함께 일했고 신일광채그룹 회장 직함을 달기도 했다. 하지만 유씨 일당들이 거대한 투자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의심에 결국 올해 6월 서울중앙지검에 이들을 고발하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홍씨는 동아건설에 재직하던 시절에 한 차례 돈스코이호 인양작업을 추진한 바 있다. 홍씨는 “유 회장이 내 경험 때문에 나를 영입했고 그것을 기회로 삼아 투자자를 현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 1000억원가량의 투자금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 중 500억원가량은 유 회장과 그 일당들이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씨는 현재 피해자모임 측에 도움을 주는 한편, 돈스코이호 사기 혐의 수사에도 협조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8월16일 홍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동아건설에 몸담았을 때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한 바 있다. 

 

“1987년에 입사했고, 이후에 사장 비서실장과 회장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것이 있는데,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한 이유는 해양수산부의 요청이었다. 해수부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돈스코이호란 배가 있는데, 50조원 내지 150조원의 금괴가 있다더라. 이것을 인양할 의향이 있느냐’고 해서 시작됐다. 당시에는 돈스코이호에 어느 정도의 재화가 있는지 확정할 수 없어서 ‘불특정 광산물 인양’ 명목으로 170억원이 추정된다고 써냈다. 결국 보증금은 10%인 17억원을 냈다.” 

 

당시 돈스코이호 문제로 주가가 급등하지 않았나.

 

“돈스코이호 인양사업 추진 시기와 동아건설 파산 시기가 비슷하긴 하다. 동아건설은 파산 당시 마지막 종가가 30원이었다. 당시에는 최원석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했다. 최 회장의 경영복귀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때 뉴스에 나가자마자 보름여 만에 주가가 3800원까지 올랐다. 상장폐지된 상태였는데, 상폐된 주식은 상한선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아건설이 주가를 조작할 여력이나 입장이 되지 못했다. 파산 시점이기 때문이다. 당시 파산부 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었다. 아이러니하다.” 

 

 

“유지범, 동아건설 시절 벤치마킹해 사기 계획”

 

신일유토빌건설 회장을 역임하며 유 회장과 함께 일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2014년에 카카오톡으로 모르는 사람인데 유지범(류승진)이라고 연락이 왔다. 자기가 동양고속건설산업의 채권단 위원장인데 나를 전문경영인 혹은 법정관리인으로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나도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시 파산21부에서 다뤘는데, 어떻게 힘을 썼는지 현대나 대우 등 대기업의 탄원서가 들어와 있었다. 그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한번 만나자고 했더니 자기는 지방에 있다며 대신 김아무개라는 사람이 나왔다. 당시 매물로 나온 건설사를 인수하려 했는데, 그중 하나가 신일건업이었다. 신일유토빌 아파트 브랜드는 수도권에서 통했다. 그래서 2015년 11월에 관리인과 상호양수도계약을 체결하고 상호를 가져왔다. 이후 다시 신일광채그룹으로 이름이 바뀌는데, 이건 중국 광채그룹이 르네상스호텔을 인수하고 싶다고 해서 그쪽과 합작했다. 그 때문에 신일광채란 이름이 생겼다. 그런데 유지범이 나와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이름을 바꿨더라. 당시 합작으로 삼부토건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 내가 동아건설에 있었던 것을 아는 사람들이 삼부토건을 인수하면 보물선 사업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었다. 그래서 6000원짜리 주식이 보름 만에 2만8000원까지 올라갔다. 이게 지난해 4월 얘기다. 하지만 결국 인수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주가조작을 여러 곳에서 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나와는 관계없다. 조사해 보면 다 나올 것이다.” 

 

돈스코이호 인양에 다시 뛰어든 시점은 언제인가. 

 

“삼부토건 근처에서 보물선 얘기가 나온 직후에 방송사에서 연락이 왔다. 2017년 7월쯤이다. 7월12일에 포항 해양수산청에 내 개인 자격으로 발굴인양신청을 했다. 예전에 동아건설의 인양작업을 담당한 주무관들이 과장이더라. 그래서 얘기가 잘 통했다. 그런데 보증금 문제가 준비가 안 된 터라 포기했다. 유지범이 이것을 벤치마킹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현재 신일그룹 경영에 관계된 인사들은 모두 유지범의 운전기사였거나 친형, 친누나 등이다. 지난해 10월쯤부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신일그룹 경영진이 7월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신일그룹 간담회’에서 ‘돈스코이호’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사저널 박정훈

 

“투자사기 일당, 이미 500억원가량 빼돌렸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했나. 

 

“당시 유지범에게 연락해서 절대 보물선 얘기를 꺼내지 말라고 했다. 나에게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일간지에 광고를 내면서 신일광채그룹 회장으로 내 이름을 올려놨더라. 그래서 연락해 ‘내 이름을 빼라’고 화를 냈다. 그랬더니 어느 순간 내 이름은 빠지고 자신의 친형 이름을 올려놨다. 사명은 신일광채이데아그룹으로 바꿔서. 나 몰래 사기를 친 것이다.” 

 

유 회장을 한국에서 직접 만난 적 없나.

 

“만난 적 없다. 그쪽 사람들과 일할 때도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왔던 것이고, 나중에 베트남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 국내에서 사기 사건에 많이 연루돼 사실상 해외에 도망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래서 자꾸 일을 크게 벌이니까 결국 올해 6월에 검찰에 고발하게 됐다.” 


당시에도 투자유치를 하고 있던 중 아니었나. 

 

“코인을 만들어서 투자자를 한창 모집하고 있던 차였다. 난 몰랐는데 내 친형에게까지 연락이 오면서 알게 됐다. 주변에서는 내가 회장인 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검찰에 고발하게 됐다. 이때가 6월12일쯤이다. 피해자가 너무 많아질 것 같아 안 되겠다 싶었다. 사이트에 들어가 봤더니 이미 회원이 12만 명을 돌파한 상태였다. 심각해진 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일그룹은 7월에 돈스코이호 영상을 공개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유지범이 악수(惡手)를 둔 것이다. 고발된 것을 알고도 오히려 울릉도에 가서 영상을 찍어 왔다. 이건 불법이다. 그러다 안 되니까 기자간담회를 하는 바람에 오히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 버리게 됐다.” 

 

 

“유지범, 현재 베트남에 대형 가라오케 차렸다”

 

당시 어떤 내용을 고발했나. 

 

“아직 확인도 안 됐고 발굴도 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사람들을 기만했다고 고발했다. 또 가상화폐를 발행할 만한 능력과 자격도 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코인공개(ICO)도 하지 않고 채굴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라 누가 봐도 사기였다.” 

 

현재 피해액 규모와 행방은 어떻게 되나. 

 

“모두 1000억원가량 된다. 유지범의 측근인 유아무개가 60억원가량을 자신의 계좌로 받았고, 유지범의 애인 정아무개가 200억~300억원가량 숨긴 것으로 추정된다. 또 친형인 류아무개에게도 150억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빼돌린 돈이 500억원가량 될 것이고, 남은 돈은 법인 통장으로 들어간 것으로 예상한다.” 

 

피해자는 얼마나 될 것으로 예상하나. 

 

“대략 20만 명에 달할 것이다. 투자금으로 최대 10억원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상화폐는 아무 의미가 없다. 주식처럼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유지범이 약속한 대로라면 이미 코인 백서가 나왔어야 하는데 나오지 않았고, 9월에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한다고 하지만 절대 상장될 수 없을 것이다.” 

 

유지범이란 이름도 본명이 아니다. 그가 사칭한 이름이 여러 개인가. 

 

유지범의 본명은 류승진이니까 유지범 역시 가공의 인물이다. 또 송명호란 이름은 유지범에게 1600만원 사기당한 인물인데, 이 사람 이름을 도용했다. 또 관리자인 박성진, 법무팀장 김한기, 인사부장 김범태 모두 유지범이 사칭한 것이다. 1인 5역이다.” 

 

유지범은 여전히 베트남에 있나

 

“그렇다. 확인한 정보에 의하면 20억원 들여서 초호화 가라오케를 호찌민시에 열었다고 한다. 유지범은 여권이 만료돼 호찌민시를 벗어날 수 없다. 수사기관이 잡기 쉽다. 수사기관의 의지가 중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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