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으로 검찰행 티켓 끊은 하나투어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7 10:19
  • 호수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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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사장 폭행에 투어비 갈취 의혹…경영진에도 억울함 호소했지만 침묵 일관

 

국내 여행업체들은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유커(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한꺼번에 끊기면서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국내 1위 여행업체인 하나투어의 상황은 달랐다. 지난해 매출은 6823억원으로 전년(5955억원) 대비 14.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9억원에서 40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하나투어는 4261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하나투어의 매출이 전년 대비 27.4% 증가한 8693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했다.

 

순항을 이어오던 하나투어가 최근 협력업체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중국 총괄본부장인 A부사장이 홍콩 협력업체 사장인 B씨를 폭행하고, 미수금 역시 지불하지 않아 수억원의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고소장의 요지였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와 함께 ‘갑질’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은 물론이고, 프랜차이즈 업계 총수들의 갑질 사실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경제를 무너뜨리는 기업의 갑질을 손보겠다”며 공개적으로 나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여행업계 삼성’으로 불리는 하나투어의 갑질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여행업계 1위 업체인 하나투어가 최근 협력업체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하나투어 본사 건물 ⓒ시사저널 이종현

 

연이은 갑질 보도에 국민들 공분

 

시곗바늘을 2013년 12월로 돌려보자. 당시 하나투어는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에서 워크숍을 가졌다. 공식 행사가 끝나고 퇴장하는 과정에서 하나투어 A부사장이 대리점 사장과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협력업체 B사장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B씨는 당시 상황을 녹화한 CCTV 화면과 증인들의 진술서를 토대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최근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하나투어의 갑질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B씨는 2010년 1월부터 하나투어와 계약을 맺고 홍콩 현지의 여행 가이드 업무를 대행했다. 하나투어에서 보낸 여행자에게 현지 가이드와 호텔, 식사, 차량 등을 제공하는 게 주요 업무였다. 하지만 하나투어는 정확한 투어비를 송금하지 않았고, 2년여 만에 3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생겼다. 참다못한 B씨는 미수금에 대한 변제를 요청했다. 그러자 하나투어 측은 투어비 인하를 요구했다. B씨는 “인하된 투어비에 건당 10~20달러의 비용을 추가로 입금하는 변칙적인 방식으로 미수금을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입수한 하나투어의 내부 회계문서에 따르면, 2014년 4월부터 2016년 4월까지 하나투어가 B씨에게 지급하지 않은 미수금 총액은 2억7500만원이었다. 하지만 여행객을 받을 때마다 건당 10~20달러가 상계됐다. 이런 식으로 매달 수백만원의 미수금이 변제되면서 2016년 4월 현재 미수금 잔액은 1억원까지 낮아졌다. B씨는 “협력업체가 받는 돈은 변한 게 없는데, 하나투어는 2년여 동안 2억원 가까운 미수금을 상환한 셈이 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가는 일감이 끊길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른 지역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나투어는 올해 2월 200명이 넘는 단체팀을 배정했다가 여행 당일 아침에 갑자기 취소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B씨는 하나투어의 제안을 받고 2015년 11월부터 홍콩 내 한식당도 운영하고 있다. 홍콩 여행객을 위한 하나투어 전용 식당이었다. 홍콩 현지 사정에 밝은 B씨가 운영을 하되, 지분은 양측이 나누기로 했다. 이 말을 믿고 B씨는 모처의 한식당을 인수했다. 9월초 하나투어 본사 임원이 직접 홍콩으로 건너와 시장조사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하나투어 측은 2016년 1월 돌연 ‘본사의 품의가 떨어지지 않아 함께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10억원 가까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애초부터 여행사 전용 식당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나투어가 갑자기 발을 빼면서 손실을 혼자서 감내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하나투어는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하나투어 측 “개인 문제로 회사와 무관”

 

B씨는 그동안 박상환 회장과 김진국 사장 등 경영진에도 억울함을 토로하는 탄원서를 여러 차례 보냈다. 박 회장은 당시 “사실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곧 연락드리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박 회장은 이렇다 할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고 B씨는 주장했다. 시사저널은 박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메일을 보냈지만 역시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미 경찰 조사를 받은 A부사장도 기자의 해명 요청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B씨는 8월17일 A부사장에 이어 법인인 하나투어를 상대로도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나투어가 미수금을 지불하지 않고 편법적으로 상계 처리하면서 수억원의 손해를 입었다(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하나투어 측은 “A부사장 개인의 문제다. 수사기관의 조사가 끝나면 절차에 따라 인사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회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감사를 했다. 하지만 두 분쟁 당사자 간에 의견이 너무 달라 회사에서 개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며 “미수금 부분도 자체적으로 조사를 했지만 문제가 없었다. 수사기관의 조사를 지켜본 후에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서는 A부사장에 이어 법인마저 검찰에 고소당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슈퍼 갑’의 위세에 눌려 드러내놓고 얘기할 수 없지만 하나투어 고소 건을 업계에서도 주시하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제2, 제3의 고소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여행업계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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