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검, 내놓을 카드 더 있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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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기간 13일 앞두고 연장 기로 놓인 허익범 특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1차 수사가 8월25일(수사기간 60일) 마무리된다. 활동 종료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특검의 활동기간 연장 여부를 둘러싸고 정치권도, 여론도 극명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수사가 많아 활동 연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쓸 데 없는 시간끌기라는 비판도 상당하다. 초반부터 ‘무리한 수사’, ‘곁가지 수사’라고 비판을 받아온 데다, 향후 특검이 상황을 반전시킬 카드도 현재로선 보이지 않아 기간 연장 후 추가적인 수사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8월9일 특검은 수사의 핵심인물 김경수 경남지사를 두 번째로 소환했다. 6일 첫 조사 후 불과 사흘만의 재소환에, 특검이 수사 결과에 영향을 줄 비장의 카드를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일었다. 그간 특검은 드루킹 측에서 임의 제출한 USB가 김 지사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인 ‘스모킹 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여 왔다. 그러나 김 지사에 대한 총 40여 시간의 조사까지 마친 지금, 그의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다는 발표나 정황은 나오지 않고 있다. 김 지사 역시 지난 6일 1차 소환 조사를 마친 후 “특검이 유력한 증거를 갖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행위를 공모한 혐의로 8월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허익범 특검에 재소환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드루킹 진술에만 의존해온 특검


특히 9일 진행된 김 지사와 드루킹의 대질조사 중, 드루킹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의 진술에 의존해 온 특검은 수사 막바지 고심이 깊어졌다. 드루킹의 기존 진술 전체에 대한 신빙성이 약해지면서, 그의 진술을 토대로 진행됐던 지난 수사 전반의 기반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이날 드루킹은 지난해 2월 김 지사를 직접 만나 오사카 총영사직을 추천했다는 기존의 주장을 바꿔 김 지사가 아닌 그의 보좌관 한 모 씨를 통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2016년 11월 댓글 조작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 당시 김 지사로부터 회식비 1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한 진술엔 묵비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반면 김 지사는 이 날도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에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질조사를 통한 혐의 입증에 실패한 데 대해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특검은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동안 확보한 물증을 토대로 김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특검이 둘의 대질조사를 진행한 것 자체가, 그동안 확실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걸 방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활동 기간이 끝나가도록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자 특검에 대한 여론도 점점 싸늘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달 특검의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던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사망한 기점으로 이러한 정서는 더욱 강해졌다. 특검이 수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나 ‘언론 플레이’라는 비판이 돌아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특검이 김 지사를 기소하기 위해 줄곧 언론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검은 주로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팽팽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특검이 지금껏 보여 온 무리한 수사와 미진한 성과로, 향후 활동기간 연장에 대한 명분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8월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브리핑룸에서 박상융 특검보가 수사상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검 연장, ‘불필요 vs 불가피’


특검 활동 종료가 다가올수록 연장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 간 힘겨루기가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더 수사해도 나올 게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김 지사가 이제 도정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망신주기 수사는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그동안 특검 활동에 대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기간”이었다고 규정하며 연장을 강하게 반대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에선 진실 규명을 위해 연장을 불가피하다는 고수하고 있다. 윤영석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아직 주요 인적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만큼 특검을 연장할 사유는 너무나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12일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소환한 데 이어 백원우 민정비서관 역시 참고인 조사를 예고하는 등 청와대 인사를 향한 수사를 돌입한 가운데, 이대로 수사를 마치는 건 어불성설이란 얘기다.

 

지난 특검을 돌아봤을 때, 활동 기간 연장이 성과를 보장한다고 볼 순 없다. 역대 12차례 특검 가운데 9차례에서 활동 기간이 연장됐는데, 대부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허익범 특검은 곁가지 수사에만 몰두하다 애꿎은 죽음만 부른 특검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연장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활동기간 연장을 위해선 1차 활동 종료 3일 전인 8월22일까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장을 요청하고, 25일까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결국 특검 연장의 필요성을 두고 연일 이어지는 공방을 맺을 최종 열쇠는 문 대통령 손에 놓여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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