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는 알리페이가 될 수 있을까
  • 김윤주 인턴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0 14:11
  • 호수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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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신 기능 추가 비롯한 유인책 검토 중”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됐다. 8350원으로 올해보다 10.9% 오른다. 최저임금이 2년 새 29% 오르자 자영업자들은 강력 반발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8월29일 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을’인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되자 정부에서도 대책을 고심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제로페이’, 이른바 ‘소상공인 페이’라고 불리는 간편결제 시스템이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결제 수수료 부담을 거의 0%로 줄여줄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이다. QR코드만 찍으면 소비자의 계좌에서 판매자의 계좌로 바로 금액을 이체할 수 있어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7월18일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한 이름의 결제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지역 내에서 수수료 없이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7월25일 서울시는 ‘서울페이’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6·13 지방선거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페이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경수 경남지사도 이와 비슷한, 이른바 ‘경남페이’ 도입을 약속했다.

 

카드 수수료 부담이 없다는 점에서 제로페이가 소상공인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결제수단 중 대부분을 차지(현금 제외)하는 우리나라에서 소비자가 굳이 제로페이를 이용할 유인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카드 보유율(2017년 기준)은 신용카드가 80.2%, 체크·직불카드가 66.0%로 모바일카드(19.5%)에 비해 훨씬 높다.

 

7월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로페이,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제로페이, 신용카드 꺾을 유인책은 무엇

 

현재까지 정부에서 제시한 혜택은 소득공제 40%가 사실상 유일하다. 신용카드에 15%, 체크카드에 30%의 소득공제율을 적용하는 것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소비자가 이미 익숙한 기존의 결제 수단을 버리고 새로운 결제 수단을 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로페이에 여신 기능을 추가하는 것 역시 제로페이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가 고려하고 있는 활성화 방안 중 하나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제로페이에 여신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면서 “TF에서 여신 기능 추가에 대한 수수료 부분을 어떻게 절감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제로페이의 여신 기능은 현재 휴대폰 소액 결제와 비슷한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30만~50만원 규모 내에서 신용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통시장 상품권인 온누리 상품권이나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 등을 제로페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온누리 상품권의 경우 충전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지역화폐의 경우 해당 지역을 벗어나면 결제가 되지 않도록 해 제로페이와 연동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8월말까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소비자 유인 방안에 관한 협의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자체에서도 유인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시에서는 ‘서울페이’라는 이름으로 제로페이를 도입할 계획이다. 서울페이 총괄팀 이창현 팀장은 “서울시 차원에서는 문화시설, 체육시설, 공원 등 인프라 이용에 할인 혜택을 좀 많이 주려고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민간 플랫폼 사업자들이 새롭게 이 분야에 진출하려고 하기 때문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신용카드가 제공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사한 혜택을 돌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페이는 QR코드 기반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다. 방식은 두 가지다. 소비자가 QR코드를 갖고 있거나 판매자가 QR코드를 갖고 있으면 된다. 소비자가 QR코드를 갖고 있으면 계산대에서 바코드 리더기로 소비자의 QR코드를 찍으면 된다. 반대로 판매자가 QR코드를 갖고 있으면 소비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그 QR코드를 찍으면 된다. 그러면 물건을 사는 사람의 계좌에서 파는 사람의 계좌로 돈이 인출된다. QR코드가 일종의 계좌번호라고 생각하면 쉽다.

 

핵심은 이 같은 결제 방식이 중간에 VAN사(결제대행업체)나 카드사를 거치지 않아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행을 거치긴 하지만 서울시는 은행 수수료도 제로화할 계획이다. 이창현 팀장은 “MOU 문구상 결제 플랫폼 사업자가 수수료 제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좌이체 수수료는 참여 은행이 무료화한다는 것이 골자”라고 말했다.

 

 

QR코드 결제, 아직은 걸음마 수준

 

지금도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이 오프라인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올해 5월부터 QR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상공인들이 카카오페이 측에 신청해 직접 QR코드를 설치한 매장은 두 달 동안 8만 개 이상으로 집계됐다. 페이코는 CU편의점, 이디야커피 등 71개 가맹점에서 QR코드 결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모든 수수료가 무료는 아니다. 카카오페이 정주희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일반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는 카드와 유사하거나 더 낮은 수준의 수수료가 발생한다”면서 “다만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페이의 ‘수수료 제로’ 조건에 대해선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라며 “수수료 없는 QR결제 대상을 어떻게 넓혀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미 결제앱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페이’라는 이름을 단 또 다른 결제 수단의 등장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그러나 서울페이는 앱이 아니라 시스템이다. 서울페이는 흩어져 있는 결제 서비스와 가게를 이어주는 역할을 할 뿐 그 자체로 결제 수단은 아니다. 지금은 카카오페이나 페이코 등이 인식하는 QR코드가 각각 달라 호환이 되지 않는다. 서울페이는 이 QR코드들을 통합해 어떤 앱으로도 결제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QR코드 방식이 가장 대중화된 곳은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QR코드를 사용하는 알리페이로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계산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보편화된 우리나라에서 QR코드 결제는 아직 생소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79.1%가 신용카드를, 56.7%가 직불·체크카드를 이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모바일카드는 16.9%에 그쳤고 그중 70%가 20~30대였다.

 

모바일 결제 수단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QR코드가 아닌 삼성페이다. 삼성페이는 자기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POS기에 핸드폰을 갖다 대는 것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하다. 별도의 앱을 켜고 바코드나 QR코드를 찍어야 하는 다른 방식에 비해 편리하지만 삼성 핸드폰에서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QR코드 결제는 결제 앱만 설치하면 모든 핸드폰에서 구동이 가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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