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 "월드컵은 지난 일, 아시안게임에 집중하겠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0 11:34
  • 호수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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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월드컵 스타에서 아시안게임 맏형으로‘국보급 골키퍼’ 조현우

 

7월16일 막을 내린 러시아월드컵의 수확은 ‘갓현우’의 탄생이었다. 골키퍼 조현우(28세·대구FC)는 12차례 선방과 크로스 6회 차단으로 상대팀의 득점 시도를 총 18번 무력화하며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도약했다. 이적료 정보 사이트 트랜스퍼 마르크에 따르면, 조현우의 몸값은 월드컵 개막 직전 50만 유로(6억6000만원)에서 월드컵 직후 3배가 상승했고, 영국 공영방송 BBC는 ‘월드컵으로 이적 가능성 생긴 10인’에 조현우를 포함시켰다. 

 

‘조현우의 선방쇼’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조현우는 손흥민·황의조와 함께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발탁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치른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혜택을 받는데, 병역 문제를 해결할 경우 좋은 골키퍼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수의 유럽 구단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을 끝내고 돌아온 직후인 7월4일, 그리고 아시안게임 첫 소집일인 지난 7월31일, 두 차례 조현우를 만났다. 

 

© 대구FC 제공


 

이번엔 아시안게임이다. 

 

“설렙니다. 훈련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팀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마음 단단히 먹고 들어왔어요. 저를 비롯해 (손)흥민이, (황)의조가 한 발 더 뛰면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고 믿고, 우승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월드컵은 이미 지난 일이에요. 아시안게임에 집중할 생각이에요. 실력만큼  중요한 게 소통이에요. 뒤에서 늘 파이팅을 외칠 겁니다.”

 

월드컵 후 자신감이 더 생겼을 것 같다. 

 

“경기장 안에서는 선후배가 없다고 생각해요. 공격적으로 축구를 하다 보면 아시안게임에서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는 무실점 경기를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월드컵에서 유럽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치면서 경험했어요. 그 이상으로 잘하고 돌아오겠습니다.”

 

한국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바레인·말레이시아·키르기스스탄과 E조에 편성됐다. 바레인과 8월15일 1차전을 치른 뒤 17일 말레이시아와 2차전, 20일 키르기스스탄과 3차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월드컵을 끝내고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많은 환호가 쏟아져 믿기지 않았어요. TV에도 제 얼굴이 많이 나오더라고요(웃음). 이후 일정이 있어서 바쁘게 움직였어요. 저는 대단한 선수가 아닌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관심이 큰 부담감일 수 있지만 제겐 그렇지 않아요. K리그로 돌아가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K리그 꼴찌 팀 출신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했다.  

 

“월드컵에선 K리그에서 하던 것처럼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A매치 경기를 뛰면서 나만의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고요. 유럽에 진출하게 된다면 발밑이 좋은, 트렌드에 맞는 골키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른 체형이지만 공중 볼에 강하기 때문에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월드컵 얘기를 좀 더 하자면, 스웨덴전에 출전하기 전 아내에게 썼던 손편지가 화제였다. 

 

“아내는 힘든 시절부터 버팀목이 돼 준 존재고, 제게 늘 최고라고 말해 주는 사람입니다. 경기 전날 갑자기 아내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호텔에 있는 종이에 몇 자 쓰게 됐고, 그걸 사진으로 찍어 아내에게 보냈어요. 덕분에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었어요. 사실 스웨덴전 출전 자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기에 너무 긴장이 됐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게 축구라는 생각으로, 하던 대로만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습니다.”

 

대구FC 소속 골키퍼 조현우 선수는 올해 러시아월드컵을 통해 세계적 스타로 도약했다. © 대구FC 제공


 

조현우는 3살 연상인 아내 이희영씨와 2016년 12월 결혼해 지난해 8월 딸 하린이를 낳았다. 프로 통산 100경기 기념행사에서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하며 사랑꾼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최근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아내와 만난 지 3일 만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히며, 녹화장에 함께 온 아내를 위해 박상민의 《하나의 사랑》을 불러 ‘원조 사랑꾼’의 면모를 과시했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헤어스타일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나.   

 

“아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웃음). 사실 스페인의 다비드 데 헤아 선수를 좋아해서 그 선수를 따라 한 헤어스타일이에요. 우스갯소리로 ‘흔들리지 않는 헤어스타일이 흔들리지 않는 경기력의 비결이냐’는 질문도 들었는데, 이젠 경기 전에 왁스나 스프레이로 고정시키는 정도예요. 지금은 이 헤어스타일이 제게 큰 의미가 돼서 은퇴할 때까지 고수할 생각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스웨덴과의 경기 전반전, 상대 선수와 1대 1로 맞서는 위기가 있었는데 허벅지로 슛을 막은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도 모르게 몸이 반응했던 순간 이었거든요. 그 선방으로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어서 경기를 할 수 있었어요. 사실 카메라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매 경기 때마다 선수들끼리 ‘우린 할 수 있다’고 서로 격려를 많이 해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골키퍼를 꿈꾸면서 롤 모델로 삼은 선수는.

 

“김병지 선수를 존경합니다. 배포와 자신감이 정말 멋지거든요. 그리고 스페인의 다비드 데 헤아 선수를 좋아한다는 건 많은 분들이 아실 거예요. 얼마 전에 그 선수가 제 SNS 계정에 들어와서 ‘좋아요’를 눌러 정말 놀랐어요.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붙어보고’ 싶은 공격수는, 손흥민 선수(토트넘 홋스퍼)예요. (손)흥민이가 은퇴하기 전에 K리그로 꼭 한 번은 오고 싶다고 제게 이야기했어요. 그가 오면 팬들이 좋아하고, 의미 있는 대결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문선민 선수(인천 유나이티드)는 정말 많은 걸 가진 선수라고 생각해요. 골키퍼의 입장에서 두려운 선수거든요.”

 

월드컵이 끝나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선수 입장에서 보면, 유럽 팀과 경기를 하면 ‘쫄고’ 들어가는 게 있어요.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자신감이 붙습니다. 독일과의 경기 전에도 (손)흥민이가 “독일이 더 긴장하고 있다”며 파이팅을 불어넣어 주었고, 실제로 저희가 이겼죠. 자신감을 갖고 경기를 시작하면 전반전부터 팬들이 원하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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