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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방송,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장인의 맛집’이라더니 이번엔 ‘아마추어 식당’ 논란

하재근 문화 평론가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11(Sat) 16:00:00 | 1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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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방송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하는 일들이 잇따라 벌어졌다. 뚝섬편에 등장한 경양식집이 문제였다. 이 업소는 과거 지상파 교양 프로그램 맛집 소개 코너에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 프로그램에서 이 경양식집은 ‘장인의 맛집’으로 소개됐다. 업소 사장이 ‘장인’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맛의 혁명’ ‘동서양의 완벽한 조화’ 등의 표현으로 이 업소의 음식을 극찬했다. 가게는 손님으로 가득 찼고, 인터뷰에 등장한 손님들도 음식에 찬사를 보냈다. 와인잔에 장국을 담아내는 이 업소의 특징도 좋은 사례로 소개했다. 이 업소의 사장은 마치 동서양의 맛을 종합한 궁극의 셰프인 것처럼 묘사됐다.

 

여기에 네티즌이 경악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본 그 경양식집은 전혀 찬사를 받을 만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손님이 가득 차지도 않았고, 음식에 특별히 찬사를 보내는 손님도 없었다. 와인잔에 장국을 담은 아이디어에는 백종원과 네티즌의 혹평이 쏟아졌다. 이 업소의 사장은 장인은커녕 책으로만 요리를 익힌 서생으로 묘사됐고, 자기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고기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한 느낌이었고, 돈가스 재료 손질의 기본도 모르는 상태였다. 심지어 덜 익힌 고기를 서빙하기까지 했다. 사장은 여러 맛집을 다니며 공부했다고 했지만, ‘어디 어디 갔느냐’고 묻자 대학 구내식당 등을 언급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방송의 캐릭터 설정 관행

 

똑같은 업소가 한 프로그램에선 ‘동서양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맛의 혁명’으로 소개되고, 다른 프로그램에선 ‘아마추어의 미숙한 식당’으로 소개된 것이다. 당연히 방송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맛집 프로그램이 문제다. 그전부터 맛집 프로그램의 소개가 미덥지 않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백종원의 골목식당》 뚝섬 경양식집 사례가 등장하자 맛집 프로그램에 질타가 쏟아졌다.

 

최근에 한 유명 요리사가 ‘770만원만 내면 맛집 방송에 출연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사람들은 아무리 맛집 방송이 혼탁하다고 해도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느냐면서 폭로 내용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접하고 나니, 맛집 방송을 정말 믿을 수 없게 됐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뚝섬편 방영이 마무리된 후에 경양식집 사장이 SNS에 해명 글을 올려 다시금 논란이 터졌다. 그는 ‘책으로 요리를 공부한 사장’이 제작진이 잡아준 캐릭터라고 했다. 요리책을 보며 연구하는 모습도 제작진이 시켜서 찍었다고 했다. 학교 구내식당 등을 다니며 연구했다는 것도 제작진이 제시한 말이라고 했다. 그 외에 시청자들에게 질타받은 몇몇 설정이 편집에 의해 내용 전달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오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함박스테이크 요리법을 바꾸지 않고 고집부리는 것으로 프로그램에 비춰져 비난이 쏟아졌지만, 사실은 마지막에 바꿨다고 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바꾼 모습을 편집해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방적 주장일 뿐이지만 방송 관행에 비추어봤을 때 개연성이 있다. 방송가에선 연예인을 ‘연기자’라고 한다. 캐릭터나 설정을 연기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배우가 아닌 가수에게도 연기자라고 한다. 그럴 정도로 방송은 근본적으로 연출에 의해 꾸며지는 장르다. 

 

일반인이 등장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까지 이런 관행이 이어지는 게 문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흔히 ‘악마의 편집’으로 질타받는데, 바로 일반인 출연자에게 캐릭터를 부여하고 그에 맞게 편집해 발생한 문제다. 편집으로 하나의 극적인 스토리를 만들다 보니 재미는 있는데 그 과정에서 누군가가 상처를 입게 된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도 조작 편집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비교적 신뢰도가 높았는데, 경양식집 사장의 폭로로 이런 프로그램마저도 ‘캐릭터를 활용한 스토리 짜맞추기식 편집’ 관행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은 그다지 극적이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 극적인 재미는 편집과 설정 연출로 만들어내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왜곡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방송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종편-홈쇼핑 연계방송’의 문제

 

최근에 ‘종편-홈쇼핑 연계방송’ 논란도 터졌다. 종편 건강정보 프로그램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소개하는 중에 인접한 홈쇼핑 방송으로 채널을 돌리면 마침 그 식품을 파는 경우가 있다. 시청자는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며 구매해 왔다. 알고 보니 그것이 ‘연계방송’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식품 판매업체 등이 종편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협찬해 방송이 이뤄지도록 하고, 바로 그 시간대에 홈쇼핑 방송을 잡는 방식이라고 한다.

 

건강정보 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일부 식품이 정말 좋아서 선택된 것이 아니라 업체의 협찬에 의해 선택된 아이템이라는 것이 충격이다. 협찬으로 선택된 식품을 놓고 의사 등 여러 전문가들이 찬사를 터뜨리면서 시청자를 현혹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상 방송이 아니라 사실상의 광고 방송인 셈이다.

 

건강정보 프로그램은 그전에도 몇 번의 논란이 있었다. 중년 여성에게 만병통치약처럼 부각된 백수오가 의심을 받았었고, 머리카락을 나게 하는 신비의 약초처럼 소개된 어성초라든가 과장된 유산균 홍보 등의 문제가 있었다. 출연하는 의사 등 전문가들도 의심받았다. 자기 홍보 차원에서 출연해 과장된 발언을 일삼고 홈쇼핑 등에서 연관 상품을 판매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의료 프로그램에서 명의로 소개된 의사가 의료사고를 잇따라 내기도 했다.

 

올 5월에 터진 ‘소리박사 배명진’ 사태는 시사 프로그램의 신뢰성마저 의심받게 했다. 배명진 교수는 여러 시사 프로그램에서 한국 최고의 소리공학자로 소개되며 수많은 이슈에서 성문분석으로 시비를 가렸다. 그런데 거기에 과학적 근거가 약하고 방송을 자신의 사업 홍보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시사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그저 배명진 교수가 방송하기에 적당한 말을 해 주니까 별생각 없이 등장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청자가 기대하는 시사 프로그램의 엄밀성은 없었다. 예능에서 교양, 시사에 이르기까지 방송 전반의 신뢰성이 의심받는 것이다. 시청자는 방송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걸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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