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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소비절벽과 인구절벽 사이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8(Wed) 08:00:00 |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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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대란, 경기불황의 늪, 주52시간 근무제, 소비절벽. 최근 각종 미디어의 경제면을 장식하고 있는 단어들이다. 여기에 연일 기록을 갱신 중인 폭염도 소비절벽에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어렵지 않았던 적이 있기나 했나 자괴감이 드는 한편으로, 이제부터는 경제구조나 시장 상황 못지않게 인구구조가 소비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세심한 관찰과 치밀한 분석이 요구된다는 생각이다.

 

인구학자 해리 덴트는 최신작 《2018 인구절벽》을 통해 한국 사회가 2018년을 기점으로 소비 위축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그는 개인의 생애주기를 고려할 때 소비 수준이 피크에 이르는 시기를 48세 전후로 보고 있다. 48세 즈음 되면 안정된 고용과 비교적 높은 수입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자녀와 부부 자신 그리고 가족 전체를 위해 왕성한 소비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들의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가 전반적인 소비 추세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덴트의 가설인데, 한국에서는 2018년을 기점으로 48세 인구층이 감소하면서 소비 또한 위축되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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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인터넷 유머 ‘없다’ 시리즈가 떠오른다. 각 연령별로 없는 것이 있는데 10대는 철이 없고, 20대는 답이 없고, 30대는 집이 없고, 40대는 돈이 없단다. 뒤를 이어 50대는 일이 없고, 60대는 낙(樂)이 없고, 70대는 이(齒)가 없다 등으로 이어지는데, 생각해 보면 그럴듯하다. 40대에서 50대로 가면서 돈도 없고 일도 없어지는 세대가 증가하면서 소비절벽이 뒤따르리란 덴트의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가. 

 

다만 덴트의 가설은 특수한 한국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결여하고 있다는 약점이 있다. 현재 48세 즈음의 생애주기를 간략히 스케치해 보면 이들은 대표적인 ‘X세대’로 한국이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 고도소비사회로 진입하던 1990년대 초반에 20대를 보낸 세대다. 

 

이전 세대가 수입과 소비 수준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면서 버는 만큼 소비하는 ‘필수적 소비 세대’였다면, X세대부터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문화적 소비 세대’요, 상품의 브랜드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는 48세 연령층의 비중이 줄어든다 해도 소비 추세가 즉각 축소되기보다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대신 가족 주기를 고려할 때 이들은 자녀 교육에 올인하며 상당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을 터. 덕분에 다른 분야의 소비를 일시적으로 줄이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사교육 분야의 소비는 인접 분야 경제 파급효과가 적은 만큼 전반적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겠는지.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데 반해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년층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자신들은 부모를 부양했으나 자녀들로부터 외면당한 부모 세대의 불행과 좌절을 목격한 이들은, 세대 학습효과를 통해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고자 현재의 소비를 희생할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그렇다면 현재의 소비절벽은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인구구조가 낳은 장기적 결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인지도 모를 일이다. 내 집 마련이 평생의 꿈이었던 세대가 가고, 집을 소유의 개념 대신 거주의 개념으로 인식하는 세대가 등장하면서, 향후 소비 패턴 또한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임은 자명하다. 단순한 숫자를 넘어 복잡한 사회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사회 각 영역에 미칠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정밀하게 예측하는 안목을 갖춘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아쉬운 요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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