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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나를 버렸다”③] K-9 폭발사고 1년째 책임 공방 계속

원인 규명했다는 軍, 부품 결함 인정 않는 제조사…유족들 “아무도 책임지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조유빈 기자·김정록 인턴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8(Wed) 11:00:00 |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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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18일, 강원도 철원 육군 부대에서 K-9 자주포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은 큰 사고였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 민·관·군 합동조사위원회(조사위)를 꾸렸고, 조사위는 지난해 12월26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육군 포병의 핵심 화력으로 불리는 자주포 K-9. 이 자주포는 사수가 격발 스위치를 누르면 격발 해머·공이(스프링)가 뇌관을 장약(추진 화약)에 밀어 넣은 뒤 점화해 장약의 추진력으로 포탄을 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고가 난 K-9은 스위치와 상관없이 격발 해머·공이가 제멋대로 장약을 격발했다. 장약이 터지면서 일어난 불꽃이 폐쇄기의 틈을 타고 내려와 바닥에 놔뒀던 장약에 불을 붙였다. 당시 조사위의 민간인 위원장을 맡은 김상식 경상대 기술연구소장은 “흔치 않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발생한 사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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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軍 조사서 배제…결과 신뢰 못해”

 

결국 ‘부품의 오작동’. 이것이 군이 내린 결론이었다. 이 결론대로라면 K-9 개발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제조사인 한화지상방산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ADD와 한화지상방산은 조사위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DD와 한화지상방산은 육군이 공정성과 투명성을 기한다는 명목으로 조사에서 자신들을 배제시켰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조사는 “육군이 발표한 사고 원인은 여러 가지 가설 중 하나며 추정에 기반한 것”이라며 “원인 분석 결과는 군과 개발기관, 제작업체 등 누구에게도 억울함이 없도록 근거가 명확해야 하고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군 당국의 공식 발표가 나왔지만, 사고 원인은 명백하게 밝혀지지 못한 셈이다.

 

이후 국방기술품질원과 군수지원사령부, 민간 방산업체 합동으로 K-9 전수조사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3차례에 걸쳐 19개 품목, 1625점의 부품이 교체됐다. 제조사 관계자는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아 의심이 되는 부품들을 전부 교체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1월18일, K-9 사격이 다시 재개됐다. 시범사격에서 다시 화약 찌꺼기가 발견돼 사격을 중단하는 사태가 일어났으나, 군은 “시범사격으로 지난번 사고 시 제기됐던 ‘기능적 부분’의 비정상 작동 우려는 해소됐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K-9 사고 피해자인 이찬호 병장은 “군에서 기계 결함이라고 말해 놓고 아직도 K-9 자주포를 실사격하고 있는 것이 정말 웃긴 일”이라며 “그때 당시 사용됐던 부품들을 폐기하고 새로운 부품들을 공급한 것이 증거물을 은폐하려는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부품 오작동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결론을 낸 군은 지금까지 제조사에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장대섭 전 보훈심사위원장은 “제조사에 책임이 있을 경우, 군인연금법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 그러나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을 받아내는 한정적 개념이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국방에 전념해야 할 에너지를 뺏긴다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인과관계와 제조업체의 과실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제조사인 한화지상방산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의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가족, 청와대 청원 통해 진상규명 요구 

 

“군 조사 결과 장비 결함이라고 합니다. 하나 장비 제조사는 납득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면 누구의 책임입니까.” K-9 자주포 사고로 아들을 잃은 위동민 병장의 아버지가 지난 5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린 ‘K-9 자주포 폭발사고 진실을 규명해주세요’라는 글의 내용이었다. 용서를 구하고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상자인 이찬호 병장은 “조사 결과를 듣고 이걸로 충분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은 원인을 특정하지도 못했고 사고 상황만 설명했다”며 “사고 당시 손을 전혀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기계 결함이라고밖에 설명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은 제조사인 한화지상방산의 태도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뜨렸다. 이 병장은 “K-9 제조사인 한화지상방산에서는 연락 한 번 없다가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서자 찾아왔다”며 “그때 찾아와서 ‘더 일찍 찾아왔어야 했는데’라고 하더라. 가족들은 그때 통곡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뒤로는 연락이 아직 없는 상태”라며 “(제조사는) 사고가 재조명되면서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병사들을 생각한다면 빠른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 병장의 아버지인 위광일씨는 현재 군과 제조사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위씨는 “사고가 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조사는 한 번도 연락해 오지 않았다”며 “7월22일 피해자 가족과 군이 모여 진상조사 진행 상황 등을 공유하는 자리에 처음으로 제조사 사장이 왔다. 자신은 이 사고 담당이 아니라 할 말이 없다는 말로 일관하는 데 말문이 막혔다”고 꼬집었다. 

 

한화지상방산 측은 여전히 군의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한화지상방산 관계자는 “부품의 오작동이라는 것 자체가 막연하다. 원인이 뭔지 모르겠다는 것과 같다”며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국방부는 재조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방부는 본인들이 발표한 것이 최고 수준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조사를 더 할 필요성을 못 느낀 것 같다”며 “업체가 추가적으로 조사를 하는 것은 막지 않겠다고 해서 추가 검증 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추가 검증 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며 “사고의 책임을 떠나, 피해를 입은 장병들에게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한 도리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제조사인 한화지상방산은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했고 업체 자체 검증 분석 결과를 제시했지만 군은 조사 결과 발표 내용과 변한 것이 없다”며 “재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 

 

“국가가 나를 버렸다” 특집 연관기사

[“국가가 나를 버렸다”①] 軍 사고 피해자 두 번 죽이는 국가보훈처(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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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나를 버렸다”④] “한국 보훈제도, 고민 없이 일본 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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