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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나를 버렸다”①] 軍 사고 피해자 두 번 죽이는 국가보훈처(上)

피해자들이 말하는 국가보훈제도 실태

조유빈 기자·김정록 인턴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8(Wed) 11:00:00 |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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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한 분들을 국가가 끝까지 기억하고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현충일 추념사에서 보훈의 중요성과 국가의 책무를 강조했다.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을 때 모든 것을 국가에 바칠 수 있고, 그것이 진정한 애국이라는 의미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이들이 군에서 다치거나 피해를 입었을 때 국가는 그들을 책임지게 돼 있다. 공훈에 보답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국가보훈제도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일하다 피해를 입은 장병들은 “국가에 기댈 수 없었다”고 한결같이 토로했다. 오히려 보훈제도로 인해 더 큰 소외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들은 왜 국가에 외면당했다고 느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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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강원도 철원군 육군 부대에서 일어난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인 이찬호 예비역 병장(25)은 “국가가 나를 버렸다”고 말했다.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은 큰 사고였다.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는데 장약(추진 화약)이 터지면서 폭발이 일어났다. 이 병장은 부상자 4명 가운데 가장 크게 다쳤다. 전신 55%에 2~3도 화상 판정을 받았다. 안와골절로 시력도 크게 떨어졌다. 이 병장은 군병원을 거쳐 현재 화상전문 병원인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의사는 영구 장애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어릴 때부터 그려왔던 배우의 꿈은 화상을 당한 자신을 보며 접어야 했다. 큰 사고였고 큰 부상이었지만 이 병장과 이 병장의 어머니는 누구에게도 사고에 대한 보상 절차와 국가유공자 등록 제도에 대해 듣지 못했다. 이 병장은 “군대에서 보훈제도에 대해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사고 이후 따로 고지받은 것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병장의 어머니는 “사고 직후 치료에 집중해야 했다. 보훈제도가 어떻게 되는지 우리가 알아볼 겨를이 없었다”며 “마음 한편에는 군대에서 다쳤는데 국가가 알아서 해 주겠지 하는 믿음만 있었다”고 말했다. 

 

뒤늦게 국가유공자제도를 알게 됐지만, 등록 절차 역시 쉽지 않았다. 사고 경위나 진단서 등을 피해자가 직접 구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 병장의 어머니는 “피해자들은 치료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에서 서류를 챙기는 것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하는 다친 장병들을 보면 거의 100만원씩 내고 행정사나 법무사에게 서류를 맡겨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 병장은 올해 4월로 전역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사고 이후 전역을 6개월 미뤘다. 전역을 하면 치료비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군인 신분일 때는 국방부에서 치료비를 보장하고 매달 일정 금액을 지원하기 때문에 군 사고 피해자들은 대부분 전역 연기를 신청한다. 하지만 이 병장은 곧 전역 연기를 취소했다. 군대라는 집단의 폐쇄적인 특성 때문에 자신의 사연을 언론에 알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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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공자 등록 신청 안내도 없었다”

 

지난 5월 이 병장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자주포 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장병을 치료해 주시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 한 달 만에 3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국민 청원에 대해 “이 병장의 보훈처 국가유공자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유공자로 지정되면 치료비 전액과 교육·취업 지원, 월 보상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청와대 답변이 나오자 이 병장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된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지인들도 연락을 해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병장은 “청와대 답변 이후 사실상 달라진 것은 없다. 실상은 하반기에 국가유공자로 등록될지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뿐”이라며 “그나마 제공되던 식비, 숙소, 차량 지원 등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전역 후 6개월까지는 간병비가 지원된다고 했지만 그마저도 일부였다. 이 병장은 “간병비는 일당 6만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사설 간병인을 고용하면 일당을 최소 10만원은 줘야 한다. 결국 사비 4만원을 써야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병장뿐만이 아니다. 기자가 만난 대부분의 군 사고 피해자들은 국가유공자나 보훈제도와 관련된 안내와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사고를 겪었지만 보훈제도가 있는지도 몰라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광은 국가유공자 공상군경모임 대표는 “‘전역한 지 오래 지나 국가유공자 제도를 알았다’며 지금 신청해도 되는지 물어오는 군 사고 피해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공상군경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군 사고 피해자 이상준씨(56)는 전역한 지 33년이 지나서야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올해 국가유공자가 된 이씨는 “전역한 지 33년이 지났지만 국가유공자 제도에 대해 알지 못했다.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며 “그 기간 동안 연금 등 혜택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군에서 부상을 입은 김현철씨(35)는 부상 후 의무 심사에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국가유공자 등록을 포기했다. 하지만 전역 후 10년 만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다. 군내 작전수행 중에 무릎 연골이 파열된 변재현씨(33)는 2008년 전역한 뒤 최근에 와서야 국가유공자 신청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렇게 국가유공자 등록을 뒤늦게 신청하거나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군 사고 피해자들이 많지만, 군대나 군병원에서는 보훈제도에 대한 교육을 따로 실시하고 있지 않다. 안종민 국가유공자 공상군경모임 서울 대표는 “병사들에게 보훈제도를 교육할 의무가 있는 장교나 부사관 등 간부들도 보훈제도를 모르는 게 현재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군 사고 피해자들 대부분이 국가유공자 제도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국방부 훈령 규정에 군과 군병원이 알리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군과 보훈처가 보훈제도를 안내하고 있다”며 “국가유공자 제도에 대한 홍보와 광고에 쓰는 예산이 제한적인 점은 있다. 더 많은 분들이 (국가유공자 제도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 보훈제도는 신청주의를 취한다. 국가유공자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직접 신청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일부 돌아가신 참전 유공자나 가족이 없는 유공자의 경우 국가가 직권으로 등록하기도 하지만 제도 자체를 몰라 등록을 신청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구제 방법은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국가보훈처는 국가가 직권으로 군 사고 피해자를 국가유공자로 등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가유공자 제도도 다른 법들과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직접 법적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가 직권으로 등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대섭 전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원장은 “보훈의 목적을 생각한다면, 군 사고 피해자가 제도에 대해 무지해 신청을 못한 경우 보조적으로 직권등록을 해 국가유공자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계속해서 [“국가가 나를 버렸다”] 軍 사고 피해자 두 번 죽이는 국가보훈처(下)편이 이어집니다.


“국가가 나를 버렸다” 특집 연관기사

[“국가가 나를 버렸다”②] 軍 사고 피해자 두 번 죽이는 국가보훈처(下)

[“국가가 나를 버렸다”③] K-9 폭발사고 1년째 책임 공방 계속

[“국가가 나를 버렸다”④] “한국 보훈제도, 고민 없이 일본 모방”

[“국가가 나를 버렸다”⑤] “국가가 책임져 줘야 국방 의무 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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