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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투잡’, 탄핵까지 연결될 수 있는 위헌 논란

[재미 변호사가 보는 재밌는 미국] 트럼프의 또 다른 골칫거리로 등장한 ‘소득조항’

이철재 미국변호사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6(Mon)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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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트럼프 대통령은 사면초가다. 얼마 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지도자들과의 회담에서 정상들에게 대놓고 막말을 하고, 영국으로 가서 여왕을 17분이나 기다리게 만들었다. 게다가 지각을 하고는 핀란드 헬싱키로 날아가 자신의 모든 참모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했다. 아무런 배석자 없이 통역만 놓고 이야기를 나눠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오고갔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게다가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유럽 지도자들을 욕보일 때와는 달리, 푸틴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선 비굴할 정도로 그의 기분을 맞춰 같은 당인 공화당 의원들마저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섰을 정도다.

 

뿐만 아니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계속해서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페인에 관련된 사람들을 잡아들이거나 기소했다. 또 오랜 세월 트럼프의 해결사역을 맡아 했던 변호사 마이클 코엔이 트럼프와 자신의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검찰 수사 때 압수당한 뒤부터 검찰에 협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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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가 어디에 묻혔는지 다 안다” 

 

미국 기자들은 마이클 코엔에 관해 “어디에 시체들이 묻혀있는지 다 안다(He knows where all the bodies are buried)”고 주장한다. 기자들은 트럼프의 모든 구린 구석을 알고 있는 코엔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다만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코엔도 신뢰성에 있어 그리 높은 점수를 얻는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코엔이 어떤 증거들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트럼프에게 상당히 불리해 질 수 있다.

 

게다가 특검과는 별도로 트럼프의 발목을 잡는 것이 또 한 가지 있다. 트럼프가 갖고 있는 워싱턴 소재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다. 본래 이 호텔은 19세기 말에 우체국 용도로 지어진 건물로, 워싱턴 DC 정부의 소유 중 하나였다. 그러다 2013년 트럼프가 60년간 세를 내어 호텔로 개조해 2016년 문을 열었다. 

 

2013년 당시 트럼프는 민간인 사업가였다. 따라서 호텔을 갖고 있는 게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호텔 개관 당시엔 공화당 후보로서 대통령 선거 유세 중이었다. 그 뒤 당선까지 되자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 트럼프가 호텔을 소유하는 것이 미국 헌법 1조 9항의 소득(所得, Emoluments)조항에 저촉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위헌 소지 제기된 ‘소득조항’

 

이 소득 조항엔 크게 두 가지 내용이 담겨있다. 첫째는 미국 정부가 귀족 작위를 수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부 공직에 있는 사람이 국회의 동의 없이 외국 정부나 국왕으로부터 선물(Present), 소득(Emoluments), 직위(Office), 작위(Title) 등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고의든 아니든 백악관 바로 옆에 최고급 호텔을 짓고 숙박업을 하는 이상, 외국 사절들로부터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 때문에 매릴랜드 주와 워싱턴 DC 지방정부의 법무장관들은 “트럼프가 연방정부 소유의 건물을 세내어 만든 호텔에서 외국 사절을 투숙 시키고 거기서 이윤을 챙기는 것이 소득조항을 어기는 것인지를 가리자”며 트럼프를 고소했다.

 

소가 제기됐을 때 우선 고소를 당한 쪽에서 주로 하는 절차는 ‘이 문제는 재판을 할 내용이 아니니 기각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으로 고소를 당했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변호를 맡았다. 법무부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선 자연히 수입이 생기는 것이지, 외국 사절로부터 대가를 바라고 돈을 받는 것이 아니다”라며 “헌법까지 논하며 싸울 문제가 아니다”라고 소의 기각을 요청했다. 

 

하지만 7월 말 연방 지방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52쪽짜리 판결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법무부는 소득(Emolument)이란 의미를 너무 좁게 해석해 대가 혹은 뇌물성 수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뇌물은 헌법의 다른 부분에 따로 정의가 돼 있으므로 뇌물에 한정해 소득이란 단어를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리고 많은 외국 사절들이 트럼프와의 우호적 관계를 만들어가고자 그의 호텔에 투숙하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러한 이상 영향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소를 계속 진행하라”고 판결했다.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른 헌법 조항들

 

미국의 헌법은 비교적 간단하고 짧다. 그런데 희한하게 그 간결한 문건 안에 숨어있는 조항들 중 어떤 것들은 헌법이 채택되고 100년 이상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다 갑자기 어느 날부터 거의 매일 거론되는 조항이 가끔 있다. 헌법 1조에 있는 상업(商業, Commerce) 조항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주(州·State)와 주 사이, 국가와 국가 사이, 그리고 인디언 부족들끼리의 상업을 국회가 규제하고 관장한다는 조항이다. 아주 잊혀진 건 아니지만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 루즈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을 시행하면서 관련법들을 이 상업조항에 근거에 발의를 하기 시작했고, 그 뒤부터 종종 쟁점이 되는 조항으로 떠올랐다. 

 

또 다른 경우는 수정헌법(Amendments) 14조다. 미국 헌법에 애초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나중에 추가된 이 조항은 ‘평등보호(Equal Protection)’와 ‘정당한 법 절차(Due Process)’에 관한 내용으로 유명하다. 14조는 노예제도를 영구 폐지하자는 13조, 그리고 인종이나 과거 노예 신분과 상관없이 모두에게 선거권을 주자는 15조와 더불어 남북전쟁 직후 생겨났다. 

 

남북전쟁은 노예제도를 갖고 있던 남부 주들이 미연방을 탈퇴하고 남부 연맹(Confederate States of America)을 결성, 북부의 연합군(Union)과 치른 싸움이다. 이 전쟁에서 패한 남부 연맹은 다시 미연방에 합류하길 원했다. 하지만 이미 연방을 탈퇴한 후라 국회에 대표를 보낼 권리를 잃었다. 

 

이때 이 남부 주들에게 다시 국회에 자리를 주는 대신 그 반대급부로 수정헌법 13~15조에 찬성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남부 주들은 받아들였다. 이후 수정헌법 13~15조의 3개 조항은 한데 묶여 재건 수정헌법(Reconstruction Amendments)이라 불리게 됐다. 이는 미국 헌법의 체계를 뒤흔드는 변혁이다. 미국이 건국되기 전부터 존재하던 노예제도를 폐지하고 노예 출신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도 그렇지만, 특히 14조의 ‘정당한 법 절차’는 애초에 연방정부에만 적용되었던 미국 연방헌법의 위력을 주정부에까지 확장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 14조도 오랜 시간 그리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다 1950~60년대 미국 인권운동이 한창일 때 법조인들이 14조를 활용, 연방정부 헌법을 주정부가 만든 주법에 적용시키면서 학교의 흑백 분리가 철폐됐다. 나아가 다른 인종간의 결혼을 금지하는 일부 주법이 위헌 판정을 받게 됐다. 이젠 거의 모든 인권 소송에 수정헌법 14조가 빠짐없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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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는 국회 허락 없이 아무것도 받지 말라’

 

트럼프의 발목을 잡는 헌법 제1조 9항의 ‘소득조항’도 그동안 이슈가 된 적이 없는 조항으로, 이번에 나온 판결이 최초의 해석이다. 법전을 해석함에 있어 우선적인 절차가 단어 하나하나를 정의하는 것이다. 대체로 단어를 정의하기 위해선 판례를 뒤져 앞선 판례에서 해당 단어를 어떻게 해석했는가를 봐야 한다. 

 

그러나 소득조항은 판례가 아예 없다. 게다가 소득이란 의미의 단어 ‘Emolument’는 일상생활에 자주 쓰이지도 않는다. 이런 경우 우선 사전에서 그 뜻을 찾아야한다. 그 뒤 이 단어가 문구에 들어가게 된 역사적 배경과 논의 회의록 등을 참고해, 입안자(Framer)들이 어떤 의미로 그 단어를 사용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에는 Emolument란 ‘직장이나 직위로부터 노동의 대가로 받는 수입’이라고 나온다. ‘이윤’ ‘소득’ 등을 뜻하는 라틴어 ‘Emolumentum’이 수입(Income), 이점(Advantage)이란 뜻의 불어 ‘Émolument’이 되었다가, 이 단어가 1480년 최초로 영어 문장에 등장했다. 예나 지금이나 ‘대가성’ ‘뇌물’ 등의 의미는 없었던 듯하다.

 

역사적 사실을 뒤져보면 이 소득조항이 헌법에 들어간 배경에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있다. 그가 프랑스 대사 임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기 전 루이 16세로부터 다이아몬드가 박힌 루이 16세 초상화를 선물로 받았다. 당시 프랑스에서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모든 나라의 대사들에게 다이아몬드가 박힌 국왕의 초상화를 선물하는 것은 관행이었지 뇌물이란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헌법 제정 당시엔 사소한 선물조차 공직에 있는 사람에겐 언제 뇌물의 역할을 할지 모르니, 국회의 동의 없이 함부로 소득(Emoluments)을 챙길 수 없다고 못박은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Emolument’는 주고받을 때의 의도는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폭넓게 해석하면 ‘국회의 허락 없이 아무 것도 받지 마라’는 의미로 쓰였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번에 연방 지방법원이 ‘트럼프에 대한 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거절한 것도 같은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소득조항에 대한 국회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 소를 계속 진행하라고 판결한 것이다.

 

한 사건에 대한 고소가 재판으로 발전하고 그 재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제반 이슈에 대한 판결이 나온다. 이번 판결은 그 첫 단계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이 고소 사건이 최종 판결에 이를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당장 법무부가 상급 법원에 항소했는데 법무부가 이기면 이번 소송은 곧바로 없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탄핵까지 연결될 수도 있는 트럼프의 위헌 논란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 조항을 어겼다는 판결이 난다면 그 한가지만으로 감옥에 가거나 탄핵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 어떻게든 워싱턴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과의 인연을 끊어야 할 것은 명백하다.

 

트럼프에게 있어 치명적인 건 그가 호텔 소유권과 관련해 헌법 조항을 어겼느냐의 여부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재판을 진행하면서 호텔 설립 때부터의 자금 흐름을 고스란히 공개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자금이 상당 부분 러시아의 과두집권층(Oligarchy)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트럼프가 아직도 자신의 납세 관련 서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한다.

 

대통령 선거 후보의 납세 서류 공개는 오랫동안 이행돼 온 전통과도 같다. 다만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법원이 재판에 관한 증거 자료로써 납세 서류를 요구할 땐 얘기가 달라진다. 이를 거부하면 위법행위가 된다. 납세 서류를 낸다고 해도 트럼프로선 안심할 수 없다. 이상한 게 발견되면 뮬러 특별검사의 관심을 끌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모두 가설에 불과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난 1년 반 동안 설마 하던 가설이 사실로 드러난 것을 종종 봐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혹시나 하며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만약 그 전에 탄핵을 당해 밀려난다면, 트럼프를 둘러싼 수많은 이슈들 중 과연 무엇이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게 될까. 한번 지켜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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