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소환’ 특검, 관건은 대가성 입증인데…
  • 박성의 기자 (sos@sisapress.com)
  • 승인 2018.08.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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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출범 40여일 만에 김 지사 소환…마라톤 조사 불가피

 

‘정치인의 뇌물 게이트냐, 근거 없는 정치 공작이냐.’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허익범 특별검사팀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간 진실게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김 지사는 8월6일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포토라인에 선다. 특검 앞에 주어진 시간은 20일 남짓. 그간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혀오던 특검과 김 지사는 이제 얼굴을 맞댄 채, 드루킹의 실체를 둔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게 된다.

특검은 김 지사를 소환하기 전 김 지사와 드루킹 간의 ‘수상한 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정황증거 모집에 열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가성을 입증해낼 물증이다. 특검이 드루킹과 김 지사의 특수한 관계를 증명해 낸다고 해도, 금전 거래의 유무나 댓글조작의 공모 등을 입증해내지 못한다면 헛수고가 된다. 김 지사가 자신의 무죄를 자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8월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40일 전과 다르다’ 특검의 자신감

 

특검의 김 지사 소환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특검의 ‘시작과 끝’이 곧 김 지사이기 때문이다. 특검 조사 중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특검 수사 불똥이 정의당 쪽으로 튀는 듯도 했지만, 결국 특검의 마지막 화살이 향한 곳은 김 지사였다. 특검은 김 지사와 드루킹의 얽히고설킨 관계의 실타래를 푸는 데 전력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특검의 김 지사 소환이 다소 늦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만큼 특검 앞에 놓인 수사 기간이 부족해서다. 김 지사의 소환은 특검이 지난 6월27일 출범한 지 40여일 만에 이뤄진 셈이다. 만약 수사 기한인 8월25일을 넘기면 특검이 김 지사의 혐의점을 찾아도 기소할 수 없다. 대통령 승인이 필요한 수사 기한 30일 연장은 현재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특검 내부에선 반대로 이 마지막 20일을 ‘반전’을 노리기 위해, 앞서 40일의 기한을 수사에 집중했다는 자신감이 엿보인다. 앞서 진행한 수사가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실제 드루킹이 특검에 제출한 USB(이동식 저장장치)는 그간 참고인 신분이던 김 지사를 피의자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USB에는 김 지사와 드루킹이 SNS를 통해 나눈 대화 내용을 기록한 문건 등이 다수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8월2일 이른 아침 김 지사 집무실과 관사에 진입한 특검은 8월3일 오전 0시10분께 압수수색을 마무리했다. 특검은 압수수색에서 김 지사 집무실과 비서실, 관사 등에서 사용하는 공용 하드디스크 등에 담긴 각종 자료를 과학적 증거 수집 및 분석기법인 '디지털 포렌식' 장비로 일일이 내려 받아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아울러 특검은 김 지사 주변 인물 등 조사를 통해 2016년 11월 열린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회' 당일 김 지사 동선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한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이른바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하고 댓글조작을 지시·동의·격려했다고 보고 있다. 시연회를 본 뒤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탄을 표했다는 드루킹 일당의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특검은 시연회가 끝난 뒤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에게 회식비 100만원을 줬다는 드루킹 측 진술에 주목한다. 댓글조작 시연을 본 뒤 이를 격려하는 취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허익범 특별검사팀 수사 관계자들이 8월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전 사무실(현 김정호 의원실) 압수수색을 마친 후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들고 나오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특검, '20일의 반전' 노리지만 “압승 어려울 것” 전망도  

 

특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연결고리를 증명해낼 수 있는 ‘정황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김 지사는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드루킹을 알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 어떤 불법 청탁이나 댓글 조작 공모는 없었다는 얘기다. 실제 특검 역시 드루킹과 김 지사 사이의 부정한 관계를 증명할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탓에 특검과 김 지사 간 진실공방이 ‘밤샘조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이 유리한 정황만을 내세워 유·무죄를 주장하는 상황인지라, 결국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만을 공약하는 ‘마라톤 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얘기다. 결국 특검이 김 지사의 유죄를 증명해낼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지 않은 이상, 특검이 압승을 거두는 시나리오는 어려울 것이란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기한이 짧은 조사에서 소환 통보는 ‘결정적 한방’이라기 보다는 수사의 과정 정도로 이해하는 게 좋다. 소환이 이뤄졌다고 해서 수사의 무게추가 어느 한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특검 내부에서 분명 김경수 지사의 논리를 뒤집을 카드들을 빼곡하게 정리해 놨을 것이다. 대가성을 입증해낼 물증이 없다면 드루킹과 김 지사 간 대질심문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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