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폭탄차’ 된 BMW…“앞으로가 더 문제다”
  • 박성의 기자 (sos@sisapress.com)
  • 승인 2018.08.0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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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이어지는 화재사고에도 원인조차 몰라 더 ‘공포’…소비자 집단소송단 규모는 계속 커져

 

독일 자동차브랜드 BMW가 ‘달리는 폭탄차’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주행 중이던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례가 올해에만 수십 건이다. 사태가 확산되자 BMW코리아가 부랴부랴 리콜 계획을 밝혔지만, 화재 원인에 대해선 제대로 규명조차 못한 모습이다. 

 

법조계에서는 BMW가 이미 자사 차량 문제를 알고 있었는 지 여부에 주목한다. BMW가 사태를 고의로 은폐·축소한 정황이 밝혀질 경우,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규모와 배상액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 BMW 520d 등 차량에서 연쇄 화재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2017 올해의 안전한 차'에 선정된 BMW 520d. ⓒ연합뉴스

 

 

 

안전진단 마친 BMW 차량도 사흘 만에 ‘화재’​소비자 불안 가중 

 

올해 들어 불이 났다는 BMW 차량은 총 32대.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차량은 없다. 다만 사고 장면은 비슷하다. 달리던 BMW 엔진룸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불이 옮겨 붙었다는 것.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BMW는 리콜을 결정했다. BMW코리아는 화재가 잇따르고 있는 520d 등 42개 차종 10만여대의 차량에 대해 긴급 안전진단을 벌인 뒤 본격적 리콜은 오는 8월20일부터 시행한다.    

 

문제는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8월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목포 옥암동의 한 대형마트 인근을 달리던 김아무개씨의 BMW 520d 차량에 불이 났다. 이 차량은 불과 사흘 전 이뤄진 BMW 서비스센터의 긴급 안전진단을 받은 차량이었다. BMW가 ‘괜찮다’고 약속했던 차에서도 불이 난 것이다.

 

소비자 불안이 확산되자 정부가 뒤늦게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BMW 측으로부터 엔진 화재와 관련한 기술분석 자료를 제출받았으며, 앞으로 본격적인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8월5일 밝혔다. BMW가 제출한 자료는 이번 차량 엔진 화재가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고장으로 발생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BMW에 대한 불신은 가시지 않고 있다. BMW의 가솔린 엔진 차량에서도 화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엔진 화재가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원점부터 다시 정밀 조사를 벌임으로써 BMW의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아낼 방침이다.

 

 

수년 전부터 이미 조짐 나타나​“소 잃고, 외양간 제대로 고쳤어야…” 

 

엔진 부위에서 화재 사고가 잇따른 BMW 520d 등 총 42개 차종 10만6000여 대에 대해 7월26일 자발적 리콜 조치가 시행됐다. 사진은 서울 BMW 코오롱모터스 성산서비스센터. ⓒ연합뉴스

 

BMW와 정부가 ‘허둥지둥’ 조사단을 꾸리고 대처방안을 찾는 사이, 업계에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BMW에 화재 경보음이 울린 건 이미 수년 전이어서다. 달리던 BMW 차량에서 불길이 치솟은 사건이 처음 알려진 건 2015년 11월이다. 그 후 한 달에 2~3회씩 유사한 BMW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화재 차량 대부분이 전소될 정도로 화재 규모가 컸다.

 

당시 BMW 측은 “국과수와 독일 본사 화재감식팀 및 BMW 코리아 기술팀이 화재 건에 대해 면밀히 조사한 결과, 상당수 차량들이 완전히 전소되어 명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었다”며 “전소 되지 않은 차량의 경우 외부 수리업체에서의 불량 부품 사용과 차량 개조로 인해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화재가 끊이지 않자 2016년 BMW는 리콜을 단행한다. 리콜대상은 320d 등 1751대. 지목된 원인은 연료호스에 발생한 균열. 그러나 불과 2년 뒤 BMW는 ‘데자뷰’ 같은 화재사고가 발생했고 리콜규모는 100배 가까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당시 BMW가 지금과 같은 경각심으로 정밀 검사를 단행했다면, 사태가 커지는 것은 막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화재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자사 기술진들이 투입된다. 수년 전 비슷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 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제는 사태가 너무 커졌다.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정신적 고통’ 호소…소송규모 ‘껑충’

 

BMW가 ‘제2 폴크스바겐 사태’와 같은 대규모 집단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법무법인 바른에 따르면, BMW 차주 13명은 8월3일 서울중앙지법에 BMW코리아와 딜러사 5곳(동성모터스·한독모터스·도이치모터스·코오롱글로벌·내쇼날모터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월30일 BMW 차주 4명이 이번 리콜 사태와 관련해 낸 첫 번째 소송에 이은 2차 공동소송이다.

 

소송을 담당하는 하종선 변호사는 “8월7일 경에는 자신의 BMW에서 화재가 발생한 차주 4명이 추가적인 소송에 나설 계획이고, 그 주에 3차 공동소송도 예정돼 있다. 소송단 규모는 수십 명에 이를 것”이라며 “소송 참여를 원하는 소비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화재 위험 탓에 겪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금전적 보상도 원하고 있어 BMW가 짊어질 책임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BMW가 결함은 몰랐던 것도 문제지만, 만약 조사 과정에서 어느 정도 결함사실을 알고도 은폐 또는 축소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소송 규모나 파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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