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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에서] 노회찬의 마지막 유언

노회찬 의원과 '특활비'

김재태 편집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6(Mon) 14:00:00 |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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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배가 어느 행사장에서 그를 우연히 만나 대화하면서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평생 치열한 삶을 사신 것으로 아는데 어쩌면 그리도 유머 감각이 좋으십니까?” 그가 답했다. “그거라도 없으면 세상이 더 각박하고 답답해질 것 같으니까요.” 

아무리 힘든 상황에 맞닥뜨려도 여유와 유머를 잃지 않고 맞서 왔던 그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지 10여 일이 지났는데도 SNS에는 여전히 그를 추모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경직돼 있던 정치권에 사람 냄새를 가득 풍기고, 깊이 있는 풍자로 대중에게 다가섰던 고(故) 노회찬 의원의 빈자리가 그만큼 넓어 보이고, 그가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이 커서일 것이다.

 

그를 이야기할 때 흔히 나오는 수사가 ‘촌철살인’ 혹은 ‘언어의 연금술사’다. 그만큼 맛깔스러운 언어로 정확한 비유를 구사할 줄 아는 능력을 가졌다는 얘기다. 에둘러 말하지 않고 본질을 향해 올곧게 파고드는 그의 표현은 대중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기곤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갖는 힘은 적확한 비유나 고급스러운 단어 사용 같은 언어의 기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말 속에는 무엇보다 사람들을 가깝게 끌어당기는 온도가 스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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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라는 책에 나오는 그 온도와 같은 것이다. 그 책을 쓴 이기주 작가는 말의 온도를 가리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달라지게 하는 요소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말의 온도가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우면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우리의 체온과 비슷한 온도가 고 노회찬 의원의 말에는 자주 담겨 나왔었다.

 

지난 7월9일 저녁, 한 방송에 출연한 노 의원은 자신이 정의당 원내대표로서 받은 국회 특수활동비 석 달 치를 이미 반납했다면서 앞으로 자신에게 나올 특활비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불순하게 쓰이거나 횡령할 가능성이 높은 특활비를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발언은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남긴 그의 마지막 유언이 되고 말았지만, 그가 폐지를 주장한 특활비는 여전히 국회에 살아남아 있다. 

 

영수증이 필요 없는 특활비는 국민들의 혈세로 충당되는데도 그 쓰임새가 어떤지 국민들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는 돈이다. 이미 너무 높을 대로 높아져 있는 것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품위일진대, 그래서 그 품위를 버리고 더 낮은 곳으로 내려와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회의원일진대 국회에는 아직도 모자란 품위가 더 있는지 올해도 70억원 이상의 특활비가 뿌려질 것이라고 한다.

 

특활비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와 국정원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여러 잡음을 일으켰던 과거의 병폐면서 동시에 현재진행형인 문제다. 문희상 국회의장도 특활비에 대해 “더 이상 깜깜이 돈, 쌈짓돈이라는 말이 나와선 안 된다”고 했다. 생전 마지막 출연이 되고 만 방송에서 “국회가 자신들의 특활비부터 확실하게 정리해야 다른 기관들의 특활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한 고 노회찬 의원의 말에 이제는 국회가 확실한 답을 내놓아야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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