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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폭염 속 복귀 위해 구슬땀 흘리는 류현진

[이영미의 생생토크] “다음 시즌에는 자신 있게 투구할 수 있을 것”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5(Sun) 10:00:00 | 1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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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씨 45도에 육박하는 미국 애리조나의 날씨. 살인적인 더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날씨에도 애리조나의 LA 다저스 훈련장에서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며 러닝 훈련을 이어가는 선수가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실내에서 훈련을 하고 있지만 그는 혼자 필드를 돌며 쉼 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연신 물을 들이켜며 가쁜 호흡을 내쉬었다. 류현진(31·LA 다저스)이었다. 

 

지난 5월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전에 선발로 나와 2회 투구를 하다 왼쪽 허벅지 안쪽 내전근을 크게 다쳤던 그는 오랜 재활훈련 끝에 네 차례의 불펜 피칭과 두 차례의 라이브 피칭을 마무리했다. 8월3일 마이너리그 싱글A에서 재활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면 류현진의 실전 복귀는 가시권에 접어든다. 

 

류현진의 부상이 안타까웠던 건 성적 때문이다. 부상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류현진은 5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2.22의 빼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팀 내 선발 투수 중 가장 좋은 평균자책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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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전 평균자책점 2.22

 

통증이 잦아들고 하체 훈련을 시작하면서부터 류현진은 새로운 장애물과 싸워야만 했다. 지루하고 긴 재활훈련이었다. 어깨 수술을 받을 때도 재활훈련은 필수 코스였지만, 허벅지 부상으로 재활훈련을 소화한 것은 그의 커리어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류현진은 7월 한 달 중 24일을 애리조나에 머물렀다. 7월 중순의 올스타 휴식기와 팀의 원정 경기가 이어지면서 예상보다 오랜 시간을 애리조나의 사막 날씨와 사투를 벌였다. 

 

LA 다저스의 애리조나 훈련장은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에 위치한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해마다 2월만 되면 스프링캠프 훈련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시즌 중에 메이저리그 선수가 캐멀백 랜치에 머문다면 재활훈련 때문이다. 류현진은 미디어들의 관심을 받지 않는 곳에서 마치 정신 수양을 하는 듯 더위와, 훈련과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다. 일주일가량 애리조나에 머물며 류현진의 재활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의 재활 과정과 인터뷰를 정리해 본다.  

 

해마다 봄에만 방문했던 캐멀백 랜치를 7월 시즌 중에 찾으니 모든 게 낯설었다. 훈련장 정문을 지키던 보안요원도 눈에 띄지 않았고 선수들 차량으로 가득 찼던 주차장은 한두 대의 차량만 눈에 띌 뿐이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직원들로 북적였던 스프링트레이닝 캠프 때와 지금의 훈련장은 환경적인 온도차가 크게 느껴졌다.

 

류현진은 필자가 있던 일주일 동안 두 차례의 라이브 피칭을 소화했다. 류현진을 상대하는 타자들은 마이너리그 루키리그에 있는 나이 어린 선수들. 다저스 구단은 팀 선발 투수의 재활을 위해 적잖은 인력을 파견했다. 스카우트, 트레이너, 재활 코치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첫 번째 라이브 피칭을 하던 날, 류현진은 38개의 공을 던졌고 1이닝, 18구를 던지는 동안 14개의 스트라이크를 꽂아 넣었다. 2이닝, 20개의 투구에서 14개의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 38개의 투구는 팀에서 정한 투구 수. 2이닝 동안 정해진 투구 수를 소화하면 라이브 피칭이 끝나는 상황이었다.

 


“팔이나 다리 전혀 이상 없어”

 

7월29일,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 라이브 피칭이 진행됐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 수는 51개. 첫 번째 라이브 피칭 때보다 13개가 늘어났다. 51구 중 스트라이크는 33개. 패스트볼,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선보였고 3이닝 때는 91마일의 구속을 찍기도 했다. 

 

처음 부상당했을 때만 해도 류현진은 7월초 복귀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재활 과정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8월초로 스케줄이 밀려났다. 선수가 느끼는 부담과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류현진은 부상 초반만 해도 심적 갈등으로 인해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기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인터뷰할 때마다 부상만 없다면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고 자신했었다. 그런데 한창 재미있게 야구할 즈음에 생각지도 못한 부위에 부상을 당한 것이다. 처음에는 통증 때문에 주위를 살펴볼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날 걱정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신 차리고 재활에 몰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는 마음을 다잡고 구단에서 만들어준 프로그램에 매달렸다.”

 

류현진은 첫 번째 라이브 피칭이 부상 후 약 석 달 만에 이뤄진 실전 투구라고 말했다. 계속 불펜 투구만 하다 타자를 세워 놓고 실제 경기처럼 진행된 투구에 살짝 긴장됐고, 조금은 재미를 느끼며 마운드의 상황을 즐겼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의 라이브 피칭은 실력을 점검하기 전에 극기를 먼저 시험하는 듯했지만 류현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말 오랜만에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는데 불펜 피칭을 했을 때보다 더 괜찮았던 것 같다. 구단이 정해 준 이닝과 투구 수대로 진행됐는데 팔이나 다리에 전혀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사실 라이브 피칭은 구질이나 구속을 점검하기보다는 부상 부위의 통증 여부를 체크하는 의미가 더 크다. 와인드업 동작 후에 나오는 스트라이드(보폭)가 시즌 때랑 비슷하게 나왔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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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체 강화 훈련 중요성 알게 됐다”

 

류현진이 스트라이드에 신경 쓰는 이유는 분명했다. 투수는 팔의 스윙과 동시에 들어올린 다리를 자신이 던지고자 하는 곳을 향해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 선까지 최대한 뻗는다. 발을 멀리 뻗게 되면 공을 놓는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게 되고 타석에 있는 타자한테 조금이라도 가까운 위치에서 공을 던질 수 있다. 스트라이드 폭 차이에 따라 타자는 투수의 공을 위력적으로 느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류현진이 스트라이드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투수가 스트라이드를 크게 가져가기 위해선 하체의 근력과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 어깨 수술 이후 류현진은 어깨 강화 훈련에만 집중했다. 하체 훈련에는 그만큼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 그 부분이 허벅지 부상으로 나타나면서 류현진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겨줬다. 투수한테 하체 강화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선수가 부상을 당하거나 수술을 하게 되면 팬들은 좋지 않은 평가를 쏟아내기 마련이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어깨 부상에서 회복 후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 기대를 모았던 류현진이 시즌 초반에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팬들은 류현진을 향해 엄청난 비난을 쏟아부었다. 복귀 시점이 다가오자 이번에는 류현진의 입지와 관련된 다양한 추측 기사들이 그를 저격하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내용이 넘쳐나는 선발진들로 인해 류현진의 자리가 불안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내용은 류현진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부분. 하지만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게 그의 대답이다.

 

“정말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모든 얘기들의 원인 제공은 내가 한 것 아닌가. 내 몸이 건강한 상태에서 제대로 로테이션을 소화했다면 그런 얘기들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어떤 얘기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부상 전까지만 해도 클레이튼 커쇼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렸던 류현진. 올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는 상황이라 허벅지 부상은 더 큰 안타까움을 전해 줬다. 그러나 류현진은 잠깐 동안의 아픔을 겪고 나선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이미 벌어진 일 아닌가. 내가 다치고 싶어서 다친 것도 아니고,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니다. 선수생활을 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였다. 솔직히 이렇게 오랜 시간 재활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아니 재미없다. 마운드에서 얻어맞더라도 경기장에서 동료들과 함께 경기에 참여하고 응원하는 게 훨씬 재미있다. 어깨를 다쳤을 때도 그렇고 어느 시기에 다친 건 중요하지 않다. FA를 앞두고 부상당했다고 해서 더 크게 상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프니까, 아파서 못 던지니까 그런 얘기를 듣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데뷔 해인 2013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 류현진은 대부분의 시간을 부상과 수술, 재활로 보냈다. 2017 시즌에 어깨 부상에서 회복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그의 몸 상태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따라다녔다. 허벅지 부상까지 이어지다 보니 류현진의 내구성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 심지어 ‘유리몸’이라는 아픈 지적도 서슴지 않았다. 류현진은 이와 관련된 질문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물론 그런 말을 듣는 게 기분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말도 없다. 일단은 아팠기 때문이다. 아프지 않았다면 굳이 듣지 않았을 말이다.”

 

류현진은 처음으로 경험해 본 허벅지 부상과 이후 재활훈련을 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팔이나 이런 부분은 이전에도 아파봤기 때문에 감이라는 게 있다. 안 좋아도 곧 괜찮아질 거라는 감 말이다. 허벅지는 아예 감이 없었다. 지금보다 보폭을 더 넓게 하면서 강하게 투구하고 싶지만 처음 경험하는 부위라 걱정이 앞선다. 즉 팔은 어느 정도 하면 답이 나오는데 이 부위는 팔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라이브 피칭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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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했기 때문에 잘 견뎌낼 수 있었다”

 

그래서 질문을 건넸다. 언제쯤이면 허벅지 부상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 있게 투구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류현진은 “첫 번째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을 마친 후에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그다음부턴 시즌 때처럼 자신 있게 투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즉 류현진이 라이브 피칭에서 보인 모습은 100%의 전력투구가 아니었다.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전력투구를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혹시나 하는 생각에 꾹 참고 던졌다고 한다. 

 

류현진의 애리조나 재활훈련에는 그의 아내 배지현씨가 함께했다. 남편을 위해 아침마다 메뉴를 달리하며 식사를 챙겼고, 저녁에는 고기 위주의 식사로 더위에 입맛을 잃은 남편의 건강을 신경 썼다. 평소 속마음을 꺼내 보이기를 주저하는 류현진도 아내 얘기가 나오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내와 함께했기 때문에 잘 견뎌낼 수 있었다”면서 “아내가 없었다면 애리조나 생활이 지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7월30일, 애리조나의 재활훈련을 마치고 LA로 돌아온 류현진. 7월31일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홈경기를 위해 정말 오랜만에 다저스타디움으로 출근한 류현진의 표정이 한층 밝아 보였다. 선수단 훈련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에 미리 필드로 나와 러닝과 캐치볼을 소화한 그는 애리조나보다 8도 정도 낮은 LA 날씨를 제대로 즐겼다. 

 

한편 류현진의 복귀가 다가오면서 현지 언론들도 류현진이 선수단에 합류할 경우 그의 입지에 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월3일 싱글A에서 진행되는 재활 등판에서 3~4이닝을 던질 예정인 류현진은 몸 상태에 이상이 없고 구속이 제대로 나온다면 이후 한두 차례 더 재활등판을 가진 후 다저스 선발진에 복귀할 예정이다. 

 

현지 기자들은 류현진이 돌아온다고 해도 선발 보직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다저스는 건강한 선발 투수로 로테이션이 꽉 차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의 파한 자이디 단장은 류현진의 입지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팀에는 아직 좋은 투수들이 많다. 재활 중인 유리아스와 류현진이 복귀를 앞두고 있는데, 그들의 복귀는 우리 팀에 굉장히 많은 옵션을 부여할 것이다. 그들이 팀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길 바란다. 일단은 그 기대를 갖고 지켜볼 것이다.”

 

8월2일 다저스 클럽하우스.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류현진이 커다란 야구 가방에 짐을 싸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물어보니 다음 날 재활등판을 위해 싱글A로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단 산하 상위 싱글A 팀이 있는 란초쿠카몽가까지는 LA 시내에서 차로 1시간30분가량 걸린다. 

 

후반기 남은 시즌 동안 류현진이 팀을 위해 마운드를 책임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건강만 하다면 그는 충분히 자신의 몫을 해낼 선수 아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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