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탐지기 팔 생각 말고 몰카 없앨 생각을 해라”
  • 김윤주 인턴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2 16: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몰카 탐지기 불매운동 저변에 깔린 여성들의 공포와 분노

 

‘몰카’(몰래카메라)에 대한 공포증이 커지면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제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몰카 탐지기다. 7월4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에는 한 대학생 팀이 만든 몰카 탐지기가 게시됐다. ‘코난’이라 이름 붙여진 이 제품은 한때 목표 금액의 1700% 이상을 달성할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지만, 이후 ‘여성들의 공포를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결국 7월31일 펀딩을 중단했다.

 

‘코난’은 시중에 판매되는 다른 몰카 탐지기보다 훨씬 저렴하다는 점을 앞세웠다. 3만5000원으로 언제 어디서나 휴대 가능한 몰카 탐지기를 개인이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몰카 탐지기의 가격은 평균적으로 25만원을 상회한다. 가장 저렴한 것도 6만원대라는 것이 이 팀의 설명이었다.

 

그런데 SNS상에서 이 같은 설명이 거짓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몰카 탐지기에는 주파수를 탐지하는 주파수식과 직접 몰카 렌즈를 찾아야 하는 렌즈식이 있다. 그런데 고가의 몰카 탐지기는 주파수식이고, 펀딩을 받고 있는 제품과 같은 렌즈식 탐지기는 1만4000원에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게다가 몰카 렌즈에 반사되는 빛이 아주 적은 양이어서 실제 탐지가 가능할지 회의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찰들이 한 숙박업소에서 몰카 탐지기를 이용해 몰카 탐지에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기자)

 

이러한 내용의 글이 퍼지자 여성들은 “여자가 느끼는 공포심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후원자는 텀블벅 게시판에 “기술이 달라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는 제품을 같은 목록으로 묶어 저렴하다고 하는 것은 소비자를 호도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코난’ 창작자 측은 “저가 탐지기의 경우 정확도가 떨어지고 눈에 탐지기를 직접 갖다 대고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코난’은) 스마트폰에 탐지기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게끔 개선했다”고 해명했다. 또 “재고 비용, 제작 초기에 들어가는 금형 디자인 비용, 초도 물량 비용 등에 따라 가격을 책정했다”며 “여성들의 불안감을 조장해서 돈을 갈취한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해명글이 올라온 후에도 후원 취소가 이어졌다. SNS상에서는 ‘#텀블벅_몰카탐지기_코난_불매’라는 해시태그를 단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후원금은 3분의 1까지 줄어들었다. 결국 7월31일 텀블벅과 창작자 측은 펀딩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번 불매운동의 저변에는 몰카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와 분노가 깔려있다. 한 후원자는 “(몰카는) 사회가, 그리고 법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지 내 돈 쓸 일이 아니다”라며 국가의 책임을 물었다. 한 시민은 SNS에서 “몰카 탐지기를 사서 일일이 고생하지 않아도 마음 편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문제의 본질은 몰카 탐지기가 아닌 몰카라고 지적했다.​ 

 

※‘몰카 포비아’ 특집 관련기사

[르포] 실리콘까지 동원해 화장실 구멍 막는 여성들 

모텔 몰카 탐지 “침대 보일 각도부터 확인해야”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