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몰카 탐지 “침대 보일 각도부터 확인해야”
  • 김윤주 인턴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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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시사저널, 강남경찰서 숙박업소 몰카 탐지반 동행 취재

 

불 꺼진 방 안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탐지기가 내는 전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방 안에 있는 모두의 눈과 귀가 한 곳으로 쏠렸다. 경찰들은 빨간 불빛을 내는 몰카(몰래카메라) 탐지기와 무전기처럼 생긴 주파수 탐지기를 여기저기에 갖다 댔다. “다 됐습니다”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다시 옆방으로 이동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8월1일 오후2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 숙박업소에서 몰카 탐지를 진행했다. 시사저널은 강남경찰서의 협조를 구해 몰카 탐지 현장에 동행했다.

 

불법촬영(몰카)이 공공화장실이나 탈의실을 넘어 모텔·호텔 등 사적인 장소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다. 2015년 숙박업체 예약 앱 ‘야놀자’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대와 30대의 94%가 모텔 이용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몰카와 도촬 등 불법촬영을 꼽았다. 지난 7월18일에는 4년 동안 모텔에 17대의 몰카를 설치해 2만 개의 영상을 촬영한 40대 남성이 구속되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서울지방경찰청은 서울 시내 숙박업소에서의 불법촬영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8월1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강남경찰서 숙박업소 몰카 탐지반 경찰관들이 몰카 탐지를 실시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기자)

 

침대와 같은 높이에 있을 확률 높아

 

모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경찰들은 일단 방 구조부터 살폈다. 강남경찰서 이성준 경사는 “카메라로 찍었을 때 침대가 보일만한 각도부터 우선 확인한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의심을 산 곳은 TV였다. 침대 맞은편 책상에는 침대와 비슷한 높이에 TV가 놓여 있었다. 경찰들은 TV 아래와 셋업박스를 꼼꼼히 살폈다. 다음은 침대 옆 창문이었다. 역시 침대와 비슷한 높이인 창틀에 탐지기 불빛을 비췄다. 다행히 카메라로 의심되는 렌즈는 없었다.

 

특히 주의 깊게 살펴보는 곳은 전자기기 근처였다. TV는 물론, 컴퓨터나 공유기 등이 의심대상 1순위였다. 최근 나오는 초소형 카메라는 아주 작아 리모컨에도 숨길 수 있을 정도다. 이 경사는 “콘센트에 꽂혀 있는 충전기에 작은 카메라가 달려있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탐지는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무전기처럼 생긴 주파수 탐지기를 갖다 대 카메라의 전파를 잡아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전자기기의 경우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자파 때문에 신호 감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7월18일 적발된 몰카가 4년 동안 발견되지 않은 이유도 TV에서 나오는 전자파에 막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방식의 탐지기를 동시에 갖다 댄다. 탐지기에서 나오는 빨간 불빛을 카메라 렌즈에 반사시키는 방식이다. 탐지기에 눈을 갖다 대면 렌즈가 있는 곳을 바로 알 수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기자)

 

천장에도 몰카 설치 가능해

 

경찰들은 탐지기를 들고 침대 위로 올라섰다. 침대 바로 위 천장에 있는 조명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렌즈식 탐지기를 들고 천장을 살펴보던 경찰은 “탐지기를 통해서 보면 렌즈가 있는 부분에선 반짝하고 빛이 난다”고 설명했다. 천장 조명 옆 스프링쿨러에도 탐지기를 갖다 댔지만 탐지기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객실 탐지가 끝난 후에는 욕실로 향했다. 욕실에서도 천장은 반드시 살펴봐야할 곳 중의 하나다. 천장에 달린 조명등이나 환풍구에 카메라가 숨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문한 숙박업소는 객실과 욕실이 따로 분리되지 않은 구조였다. 이 경사는 욕실이 객실과 분리돼있는 구조에서는 “욕실 문고리나 샤워기가 걸려 있는 곳의 나사를 주로 살펴본다”고 말했다.

 

 

아직 적발 건수 없지만 시민 불안 해소가 먼저

 

숙박업소에서의 몰카 탐지는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까지는 지하철역이 주요 단속 장소였다. 지하철역은 몰카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지만 95% 이상이 핸드폰으로 몰래 촬영하는 경우고, 카메라가 직접 설치된 비율은 5%도 되지 않는다. 즉 몰카 탐지기로 적발할 수 있는 카메라는 적다는 것이다. 반면 숙박업소의 경우 설치형 몰카일 가능성이 높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숙박업소 몰카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탐지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숙박업소 예약이 많은 여름 휴가철에 집중적으로 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숙박업체 측에서 먼저 경찰에 몰카 탐지를 의뢰할 때도 많다. 대한숙박업중앙회 강남·서초구지회 황연희 사무처장은 “업주들 입장에서도 몰카가 설치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크다”면서 “한번 적발이 되면 사업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미리 검사를 받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경찰 쪽 탐지기를 쓰고 있지만 여름 이후에도 투숙객의 불안이 계속될 것을 고려해 지회 자체적으로 단속을 할 수 있도록 탐지기를 구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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