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단행한 특검, 김경수 소환 초읽기 돌입
  • 경남 창원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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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김 지사 소환 전 댓글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된 자료 확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8월2일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특검팀은 전날(1일) 김 지사의 관사와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8시부터 김 지사의 경남도청 집무실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각종 서류 등을 확보하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최득신 특검보와 검사 등 17명이 투입됐다. 다만 특검팀은 김 지사가 거주하는 관사 압수수색을 실시하려 했으나, 김 지사 측에서 변호인 참관을 요청해 실제 집행은 다소 지연됐다. 김 지사는 이날 하루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7월31일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이후 곧장 보강조사를 통해 압수수색 영장을 재청구, 이날 발부받아 집행에 나섰다. 이날 압수수색 영장에는 댓글조작에 공모한 혐의(업무방해)와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특검팀은 김 지사를 댓글 조작에 관여한 공범으로 판단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물에 대한 분석을 마치는 대로 김 지시를 소환해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이번주 안에 김 지사 소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상융 특검보는 전날 김 지사 소환과 관련 “아직 (김 지사 측과) 의견 조율을 하지는 않았지만 1차 수사 기간이 24∼25일밖에 남지 않았다”며 “빨리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8월2일 경남지사 집무실 압수수색에 나선 특검팀 ⓒ 연합뉴스

 

 

 

특검, 김 지사 피의자 신분 입건…댓글 여론조작에 관여 정황 포착

 

특검팀이 김 지사를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데는 김 지사와 드루킹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난 대선 과정에 개입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최근 드루킹으로부토 제출받은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5일 당시 국회의원이던 김 지사와 드루킹은 보안 메신저 ‘시그널’을 통해 “재벌개혁 방안에 대한 자료를 러프하게(개략적으로)라도 받아볼 수 있을까요”라고 김 지사가 묻자 드루킹은 “목차만이라도 지금 작성해서 내일 들고 가겠습니다”는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어 다음날 주고받은 메시지에서는 김 지사와 드루킹이 여의도 국회 앞 한 식당에서 약속을 잡고 만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공교롭게도 나흘 후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재벌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연설했다. 

 

또 같은 해 2월에는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연락해 ‘개성공단 2000만평 개발’ 정책을 제안했고, 며칠 후 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개성공단 2000만평 확장 계획을 밝혔다. 지난 4월 이 사건이 불거졌을 때 김 지사는 “의례적 감사 인사 같은 것을 보낸 적이 있지만 상의하듯 문자를 주고받은 게 아니다”, “(드루킹은) 수많은 지지자 중 하나”라고 해명했지만, 특검팀은 정책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제안하는 김 지사와 드루킹의 사이를 단순 관계 이상으로 보는 이유다. 

 

김 지사는 2016년 가을 드루킹이 운영하는 출판사를 두 차례 방문한 적은 있지만 댓글 시연은 본 적 없다고 부인해왔다. 김 지사는 “매크로가 뭔지는 (올 4월)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김 지사의 이같은 주장과 달리 드루킹은 김 지사가 댓글조작 시스템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해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으로 드루킹 일당의 킹크랩 운용을 승인했다고 주장해왔다. 특검팀은 드루킹이 제출한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킹크랩 시연회가 2016년 11월 8일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당인 김 지사의 동선과 김 지사 측 인물들의 금융 정보 등을 활용해 시연회가 열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 김 지사가 방문한 정황도 포착했다. 

 

김경수 경남지사 ⓒ 연합뉴스

이날 지역정가의 한 인사는 특검팀의 압수수색에 “특검팀은 증거가 없으면 진행을 안하는데 현재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며 “노회찬 의원 사망을 계기로 특검팀이 내부적으로 브레이크를 푼 상황으로 보여진다.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면 감추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분석해 특검팀이 경찰 수사와 다른 유의미한 증거자료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편 김 지사는 자신을 향한 특검팀의 움직임에 대해 전날 경남도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특검 조사에서 의혹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도민들의 걱정이 많겠지만, 언론 보도행태가 처음 이 사건이 불거질 때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지난 경찰 조사과정에서 충분히 밝히고 소명했던 내용을 마치 새로운 것인 양 반복해서 보도하고 있다”고 말해 메신저 대화 내용을 공개한 특검팀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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