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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오히려 더위 퍼주는 ‘경기도재난본부’

무더위쉼터 현황파악 ‘깜깜이’…성인용품점 옆에 버젓이 쉼터 지정하기도

경기 수원 = 윤현민 기자 ㅣ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18.08.02(Thu)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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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르는 폭염 피해에 경기도재난안전본부가 속수무책이다. 매년 수천만원씩 예방시설을 지원하지만 기초현황조차 깜깜이다.

 

해당시설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져도 책임은 기초자치단체에 떠넘긴다. 그새 온열환자는 350명을 넘어섰고, 2명의 사망자까지 나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운 수준이다. 이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성토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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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본부 “무더위쉼터 기초단체 책임”

 

7월27일 경기도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경기도는 오는 9월30일까지를 폭염기간으로 정해 도내 31개 시군에 6917개 무더위쉼터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유형별로는 △노인복지관, 경로당 6천107개 △마을회관 392개 △복지회관 63개 △금융기관 108개 등이다. 전년대비 120개 늘어난 규모다.

 

이들 시설에는 재해구호기금을 통해 냉방비가 지원된다. 지난해에는 수원시 등 16개 시군 420곳에 2109만5040원이 투입됐다. 2016년에도 23개 시군 1414곳을 대상으로 5090만5000원이 집행됐다. 2015년에는 2161만5000원을 들여 735곳(21개 시군)을 지원했다. 연평균 3120여만원꼴이다.

 

이런 재정지원에도 정작 관리책임은 기초단체가 도맡는다. 컨트롤타워인 경기도재난안전본부는 한걸음 물러나 있다. 시·군별 무더위쉼터 지정현황 기초자료조차 내놓지 못한다. 이들이 제시한 자료는 무더위쉼터 총 개수가 고작이다. 해당시설의 입지, 재지정, 운영평가 등은 각 시·​군 몫이다. 유관부서와 기초단체 보고만 취합한다는 게 재난본부 측 설명이다.

 

최종철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자연재난대책팀장은 “무더위쉼터에 대한 냉방비 지원은 재해구호기금을 통해 집행되지만, 해당시설의 지정 및 운영, 관리는 각 시·​군이 맡고 있어 지정현황 등 자료는 재난본부에 없다”며 “도청에 폭염대비와 관련한 부서만 9개가 있어 요즘 이들의 모티터링 결과를 모아 비서실에 보고하는 것만으로도 정신 없다”고 했다. 

 

그러나 무더위쉼터 정보는 정부가 이미 일반에 공개한 내용이다. 행정안전부가 국민재난안전포털(safekorea.go.kr)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지역, 유형별 무더위쉼터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실무기관인 재난본부는 공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컨트롤타워 기능조차 스스로 부인한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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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쉼터 나서자 성인용품 ‘빼꼼’

 

이런 무관심 속에 해당시설의 운영상 허점도 쉽게 발견된다. 수원시내 한 무더위쉼터는 출입문 사이로 성인용품점과 마주하고 있다. 무더위쉼터를 나서면 당장 야릇한 분위기의 성인용품점이 얼굴을 내민다. 아이와 함께 더위를 피하려 무턱대고 들어섰다간 낭패보기 십상이다. 

 

이에 해당 지자체는 입지여건상 불가피함을 그 이유로 들었다. 수원시 재난관리팀 관계자는 “관할 구청이 무더위쉼터 지정 과정에서 부적절한 입지를 미처 배제하지 못한 건 실책이지만, 설치가 의무화된 노인시설이 갈 곳을 찾지못해 주거단지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부득이하게 해당건물에 입주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사자도 모르는 새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사례도 있다. 군포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A 은행의 경우가 그렇다. 7월27일 오후 2시쯤 A 은행 내부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80여㎡ 공간이 인파로 메워져 왁자지껄한 모습이었다. 음수대나 별도 휴게공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외벽유리의 쉼터안내 스티커만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그마저 양 손바닥을 겹친 크기에 불과해 무심코 지나치기 쉽다.

 

또 은행 직원들은 무더위쉼터 지정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바깥 유리창에 무더위쉼터 지정 안내 스티커가 붙어있는 걸 보고 알게 됐다”며 “이후 시에서 해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다른 디자인의 스티커만 붙여놓고 가곤 한다”고 했다.

 

이에 해당 지자체는 직원의 실수일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군포시 안전관리팀 관계자는 “일부 직원이 모를 순 있지만 무더위쉼터 지정은 해당시설과 사전에 면밀한 협조와 협의를 거쳐 이뤄지고 있다”며 “일단 지정되면 폐점하지 않는 이상 다음해에도 재지정 하는 게 대부분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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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열질환자 전년대비 3배…2명 사망

 

최근 기록적인 폭염으로 경기도 온열질환자는 350명을 넘었다. 전년 동기대비(5월20일~7월29일) 2.9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여름 내내(5월29일~9월8일) 발생한 전체 온열질환자 217명보다 많다. 더위가 한 달 이상 남은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올 들어선 작년에 없던 사망피해까지 발생했다. 7월16일 양평군 단월면의 강아무개(86) 할머니가 자신의 집 앞에서 풀을 뽑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다음 날에는 통학차량에 방치된 아동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교사 B(24)씨는 8명의 원생과 함께 통원차량에서 내렸다. 하지만 김아무개(4)양은 미처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이후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7시간이 지나서야 김 양이 없는 걸 알았다. 이들은 차량 뒷좌석에서 김 양을 발견했지만, 이미 사망한 뒤였다.

 

 

컨트롤타워 기능 회복해야…내부 성토

 

사정이 이렇자 내부에선 컨트롤타워 역할론이 다시 불거졌다. 재난안전의 중심에서 일사분란한 지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보건복지국 관계자는 “경기도재난안전본부가 지금처럼 각 시·​군에만 기대어 행정중심의 일처리만 고집하다간 대형참사만 초래할 뿐”이라며 “시민 전체의 안전과 직결된 기관인만큼 경직되고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경기도의회 관계자도 “요즘 전반적으로 정돈되지 못하고 어수선한 모습의 경기도재난안전본부나 도 집행부를 보고 있으면 도민들에게 더위만 퍼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재명 지사 신상털기 공세에 대응하느라 행정력이 남용되면서 공직기강 해이를 불러온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이상기후에 대응한 무더위쉼터 운영의 변화도 요구된다. 무더위쉼터의 지정, 평가기준과 유형도 개선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채여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은 ‘폭염대비 무더위쉼터의 실효성 제고방안’ 연구서를 통해 “무더위쉼터 대부분이 경로당(노인시설)으로 지정돼 있어 이용자를 노인으로 한정할 우려가 있다”며 “온열질환자 중 20~30대 비율이 25% 정도인 걸 고려하면 모든 연령층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정류장 냉방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시설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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