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경제·이재명…민주 당권 가를 3대 키워드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8.07.3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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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권주자 경쟁 본격화…'대세론' 이해찬에 승부수 던지는 김진표·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3명의 당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당초 '이해찬 대세론'으로 굳어지나 싶던 이번 레이스는 복잡다단한 변수들이 떠오르는 가운데 갈수록 예측 불허 양상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에 뛰어든 송영길(왼쪽부터 기호순)·김진표·이해찬 후보 ⓒ 연합뉴스


 

'이해찬 대세론' 속 너도나도 "文대통령 조력 적임자" 
 
지난 7월26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예비경선을 통과한 보낸 송영길(56)·김진표(71)·이해찬(66) 후보(기호순)는 바닥 표심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본선에서 승패를 가를 대의원과 권리당원에 초점을 맞춰 당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대의원(45%), 권리당원(40%), 일반국민(10%), 일반당원(5%)이 한 표를 행사하는 당대표 경선 본선은 중앙위원이 유권자였던 예비경선과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예비경선에선 친문(親文, 친문재인)이 위력을 거듭 확인했다. 이해찬 후보는 친노(親盧, 친노무현) 좌장으로, 친문 세력으로부터 보편적인 지지를 받았다. 김진표 후보 뒤에는 문재인 정부의 공신들, 이른바 '신(新) 친문'이 있었다. 큰 틀에서 두 후보의 지지층이 겹친 셈이다. 송영길 후보의 통과는 당권 경쟁이 친문 인사들의 전유물이어선 안 된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본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얼마나 보조를 잘 맞출 수 있느냐'는 세 후보 모두에게 요구되는 조건이다. 각각 60대와 70대인 이해찬·김진표 후보는 예비경선 과정에서 '세대교체론'에 직면했으나, 문재인 정부를 노련함과 안정감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정면돌파했다. 이런 전략은 본선을 맞아서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송영길 후보는 다른 두 후보를 친문으로, 자신을 비문(非文)으로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송 후보는 "6월22일 모스크바에서 한·러 정상회담에 배석하고 뒷받침해 온 사람을 비문이라 하면 도대체 대통령이 어떤 사람과 정치를 한다는 것이냐"며 "굳이 표현한다면 (나는) 신문(新文)으로, 새롭게 문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있다. 대통령을 지키는 이지스함이 되겠다"고 밝혔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경제 정책이다. 소득주도 성장 기조에 따른 부작용과 비판을 함께 극복할 정치권 지원군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자신있어 하는 사람은 김진표 후보다. 노무현 정부 때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 후보는 '유능한 경제 당대표'로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을 확실히 지원해 성과를 내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지방선거 후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것은 경제 어려움이 근본 원인"이라며 "국민에게 새로운 경제 활력의 싹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찬 후보는 장기 집권을 통해 경제 정책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이 후보는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 참여 정부(노무현 정부) 10년으론 정책이 뿌리를 못 내리고 불과 2, 3년 만에 뽑히는 것을 경험했다"며 "개혁 정책이 뿌리내리려면 20년 정도는 집권하는 계획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각각 지낸 바 있다. 

 

 

경제·이재명 이슈로 각 세우는 김진표…송영길은 세대교체론 설파    

 

화려한 이력의 두 후보를 의식해 송영길 후보는 '세대교체론'을 적극 설파하는 중이다. 그는 "프랑스 축구팀이 앙리, 지단을 그리워하면서 그들만 찾고 세대교체를 게을리했다면 지금과 같은 음바페나 그리즈만, 포그바 같은 신진을 등용해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새로운 세대에게 기회를 주고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해찬·김진표 후보의 단일화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두 후보가 앞으로 서로에게 얼마나 각을 세울지, 이 와중에 표가 어느 곳으로 향할지가 본선을 앞두고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해 가장 먼저 돌출한 사안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문제다. '조직폭력배 유착' 의혹이 제기된 이 지사 문제를 놓고 두 후보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김진표 후보는 7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지사가 조폭 유착설 등과 관련해) 정말 아무런 근거가 없는 일이라면 명백히 밝히고,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결단해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의 탈당 필요성까지 밝힌 것으로, 당내에 파장을 일으켰다. 이 지사에 대해 부정적인 친문 당심을 확실히 잡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재명 지사는 이해찬 후보 지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지사 이슈에 관해 이해찬 후보는 "전당대회와는 별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송영길 후보도 "당내 경선에서 이 문제를 정치적 필요에 따라 쟁점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진표 의원 측에선 이 지사를 둘러싼 논란을 당대표 경선 본선 레이스에서 이 후보와 차별화할 쟁점으로 키우려는 분위기다. 진수희 전 의원은 "김 후보가 (이 후보에 대한) 도전자 입장에서 이 지사 이슈를 승부수로 들고 나온 게 아닌가 싶다"며 "민주당 지지자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친문과, 비문 중 이 지사 지지층 간의 갈등이 심해 보인다. 김 후보는 이 지사 지지자들을 과감히 버리고 친문에 승부를 건 듯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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