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고씨의 ‘ㅇㄱㄹㅇ 다이어트’ 관찰기 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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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전문의가 고씨에게 내린 6가지 식습관·생활습관 처방

[편집자주]

어느 때보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계절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날씬한 몸매를 위한 다이어트는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비만 전문의들은 다이어트의 목적을 '내적으로 건강한 몸 상태'를 만드는 데에 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시사저널은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 다이어트를 진행하는 20대 여성의 동의를 받아 그 변화를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2~3개월 동안 올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몸에 배게 함으로써 건강 상태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기록하기로 한 것입니다. 수시로 독자 여러분께 그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여성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한 후 어떤 다이어트 처방을 받았는지를 공개합니다. 

 

 

직장인 고아무개씨(29)는 여느 20대 여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체형이다. 키 163cm에 몸무게 61kg이다. 그러나 최근 헬스클럽에서 측정한 결과 내장비만으로 나타났다. 그는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속으로 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이다. 

 

그는 최근 이대목동병원 비만클리닉을 찾았다. 단순히 내장 비만이 걱정돼서가 아니라 10~20년 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고씨 집안에는 당뇨·암 가족력이 있다. 고씨는 "당뇨와 암은 비만과 관련이 있으므로 제대로 된 건강 습관에 대한 도움을 받기 위해 전문의를 찾았다"고 말했다. 

 

7월17일 오전 고씨는 비만클리닉 소장인 심경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마주 앉았다. 다음은 상담 내용 중 일부다. 

 

심 교수(이하 심) : 키와 몸무게는 얼마나 되나? 

고씨(이하 고) : 163cm에 61kg이다. 

심 : 하루 세끼는 어떻게 먹나? 

고 : 밥을 많이 먹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군것질을 하고 야식도 먹는다. 출근하느라 아침을 거를 때가 흔하고, 점심은 대충 먹고, 저녁 식사를 많이 먹는다. 저녁엔 지방 성분을 먹는 경우가 많다. 밥은 적게 먹지만,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는 편이다. 

심 : 술은 자주 마시나?

고 :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한 달에 2~3차례 친구를 만날 때 폭음하는 편이다. 

심 : 현재 만성 질환이 있나? 

고 : 현재 큰 병은 없다. 그러나 질병 가족력이 있다. 아버지 쪽(할아버지·고모·작은아버지)으로 당뇨가 있다. 오빠도 최근 당뇨 전 단계 진단을 받았다. 어머니 쪽으로는 고혈압과 암이 있다. 외할머니는 위암, 이모는 폐암과 자궁암, 외삼촌은 폐암을 앓았다. 게다가 어머니는 비만이어서 나도 중년에 비만해질 것 같다. 

심 : 비만이나 당뇨는 환경 요인이 크다. 비만에서 유전이 차지하는 비율은 30%밖에 안 된다. 70%는 환경적 요인이다. 이 말은 자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다는 의미다. 암 특히 자궁암이나 간암은 비만할수록 잘 걸린다고 보면 된다. 반대로 체중을 조절하면 그런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운동은 하나? 

고 : 최근 일주일에 2~3번 헬스클럽에서 운동한다. 

심 : 다이어트는 하나? 

고 : 오래 해본 적은 없지만, 적게 먹거나 1시간씩 걷거나 물 많이 마시는 등 여러 가지를 해봤다. 

심 : 위장도 근육이므로 많이 먹을수록 커지고 발달한다. 실제로 고도비만 환자의 위는 크고 두껍다. 위장이 늘어나기는 순식간이지만, 줄이려면 3개월 정도 걸린다. 아직 20대이니까 적어도 2개월 올바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들이면 위가 줄어드는 게 느껴질 것이다. 

 

심경원 교수가 고아무개씨에게 다이어트에 대해 상담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20~30대 여성은 살을 뺄 목적으로 다이어트를 한다. 날씬해지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좋아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날씬한 몸매가 곧 건강한 몸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다이어트의 목적을 단순히 살을 빼는 것이 아니라 내적으로 건강한 몸 상태를 만드는 데에 둬야 한다. 심 교수는 "20대 여대생이 날씬해 보여도 검사해보면 마른 비만인 경우가 왕왕 있다. 고씨는 아직 젊어서 별 문제가 나타나지 않지만, 40~50대에 생길 병이 30대에 올 수 있다"며 "무조건 살을 빼는 것은 근육량이 안 그래도 없는 나이에 더 많은 근육을 잃게 되므로 건강에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상담 후, 심 교수는 고씨에게 식습관 3가지, 생활습관 3가지 등 모두 6가지 처방을 내렸다. 또 체지방 검사, 복부 CT검사, 혈액 검사 등을 받도록 했다. 심 교수는 "2~3개월 동안 6가지 습관을 붙이면 내적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단 하루 세끼를 챙겨 먹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끼니를 거르면 요요현상이 생기기 쉽고, 무엇보다 다이어트의 주목적인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다이어트를 위해 먹어야 할 음식이나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은 없다. 골고루 먹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 처방1) 식금(食禁) 시간을 정하라. 

 

아침에 출근하느라 바쁘기도 하지만 식욕이 없어 식사하지 않는 습관이 붙기 쉽다. 실제로 위산도 잘 나오지 않고, 뭘 먹어도 소화가 안 된다. 점심도 대충 먹으니 저녁에 식욕이 생겨 음식을 푸짐하게 먹는다.  

 

저녁때의 식욕을 아침으로 옮기는 습관이 필요하다. 밤에 잠을 자면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다 축적하는 쪽으로 신경계가 작동한다. 내장 지방을 축적하는 호르몬과 효소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양을 먹어도 밤에 먹으면 배가 나오고 살도 쉽게 찐다. 

 

'저녁을 먹지 말라'가 아니다. 다만, 저녁 특정 시간 이후에는 물 외에 음식을 먹지 않아 식욕을 줄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굶으라는 말도 아니다. 너무 허기져서 뭐라도 먹어야겠다면 고구마·바나나·토마토 등으로 허기만 달래면 된다. 그렇다고 저녁에 고구마나 바나나만 먹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아침에 간단하게라도 먹으면 식욕이 돌아온다. 저녁 때의 식욕이 아침에 생겨야 한다. 보통 저녁에 회식으로 과식하면 죄의식 때문에 아침을 먹지 않는다. 저녁에 한두 번 과식했더라도 아침에 뭐라도 먹어야 한다. 

 

 

​ 처방2) 저녁은 약간 줄이고 점심을 든든히 먹어라. 

 

남보다 덜 먹는 게 아니라 내가 평소 먹는 양보다 조금 덜 먹으면 된다. 저녁을 처음부터 너무 많이 줄이면 안 된다. 한두 숟가락이라도 줄이고 점차 줄이는 양을 늘리는 게 좋다. 이 습관을 2~3개월 유지하면 아침에 약간 배고픔을 느끼는 시기가 온다. 즉 아침 식욕이 살아나는 것이다.

 

점심을 빵이나 라면 등으로 때우면 저녁에 배가 고파 폭식할 가능성이 크다. 탄수화물은 살은 살대로 찌우고, 배는 배대로 고파진다. 가능하면 점심에는 고기·생선·달걀 등 단백질을 챙겨 먹는다. 매일 점심때마다 고기를 먹을 수 없다면, 달걀을 싸가지고 와서 먹어도 좋다. 

 

 

​ 처방3) 술과 맵고 짠 음식을 피하라. 

 

술과 맵고 짠 음식은 비만 촉진제와 같다. 술과 맵고 짠 음식과 단 음식을 가지고 연구해보니, 단 음식보다 맵고 짠 음식이 더 살을 찌운다. 술은 이들 음식보다 더 비만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술은 웬만하면 다이어트 기간에 마시지 않는 게 이롭다.

 

살이 찐 사람의 식습관에 특징이 있다. 소스를 좋아해서 꼭 찍어 먹는다. 그런 것들이 식욕 촉진제 역할을 한다. 김치는 열량은 낮지만, 밥을 많이 먹게 한다. 따라서 맵고 짠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 탄수화물은 지방 흡수를 늘린다. 그렇다고 탄수화물을 전혀 먹지 않으면 기름이 혈관을 돌아다니므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탄수화물을 적당히 먹어야 한다. 

 

맵고 짠 음식을 피하라고 해서 단 음식이 좋다는 게 아니다. 단 음식도 비만과 관련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예컨대 빵을 먹는데, 잼을 발라 주스와 함께 먹으면 당이 급속히 올라간다. 빵을 치즈와 우유와 먹으면 혈당을 덜 올릴 수 있다. 

 

 

​ 처방4) 운동 시간을 정하라. 

 

운동은 오래 하거나 강도가 세야 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30분이든 1시간이든 매일 꾸준히 해야 운동 효과가 나타난다. 주말이나 휴가철에 몰아서 하는 것은 반짝 효과를 볼 뿐이다. 

 

하루에 1시간이라도 운동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과거에는 1시간 이상 운동해야 지방을 태운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평소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1시간 운동하면 허기져서 폭식할 수 있다. 하루 1시간을 운동하겠다면 30분씩 2차례, 15분씩 4차례로 나눠서 운동하는 게 좋다. 

 

 

​ 처방5) 직장에서 활동량을 늘려라. 

 

'무조건 운동하라'가 아니라 가만히 있는 시간을 줄이라는 게 최신 트랜드다. 예를 들어, 병원 간호사는 워낙 활동량이 많아 다른 신체 활동이 필요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일반 사무직 종사자는 종일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절대적이다. 일부러 화장실에 가고, 이따금 스트레칭도 하고, 점심 후엔 산책도 하면서 신체를 자주 움직일 필요가 있다. 

 

다이어트는 하면서 신체 활동이 없으면 요요현상도 생기지만,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다. 근육은 남아도는 당과 지방을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근육이 없으면 고지혈증·지방간·당뇨가 잘 생긴다. 

 

 

​ 처방6) 수면 시간 확보하라. 

 

비만은 수면과 관련이 깊다. 또 당뇨도 체중·수면과 관계가 있다. 충분한 수면을 확보하면 비만을 줄일 수 있고, 당뇨에 걸리더라도 그 시기를 늦출 수 있다.

 

대부분 직장인은 깨는 시간은 일정하지만, 자는 시간이 불규칙적이어서 실제 수면 시간이 들쭉날쭉한다. 따라서 잠자는 시간을 정해 수면 시간을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 수면은 스트레스를 푸는 역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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