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산림 문제 해결 국가정책 1순위로 여긴다”
  • 김윤주 인턴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0 15:55
  • 호수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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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북산림협력 민간단체 ‘겨레의숲’ 오정수 이사

 

7월4일 남북이 산림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5·24 조치로 남북산림협력이 중단된 이후 8년 만에 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8년 동안 북한의 숲과 나무가 어떻게 바뀌었을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땔감으로 쓸 나무조차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 전해질 뿐이다. 7월18일 서울 마포구 ‘겨레의숲’ 사무실에서 오정수 이사를 만나 북한의 산림 현황과 이번 남북산림협력이 갖는 의미를 물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산에 나무가 없더라”

 

오정수 이사는 2006년 9월 평양을 처음 방문한 이후 산림협력을 위해 15차례 평양에 갔다. 하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 모든 남북교류가 중단됐고 2010년 3월을 마지막으로 8년 동안 현장에 가보지 못했다. 그동안 북한 측 산림 전문가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없었다. 개성공단을 통해 간간이 병해충 방제에 필요한 약재 등을 전달해 준 것이 전부였다. 당시 진행했던 사업이 지속되고 있는지도 알 길이 없다.


북한의 산림 황폐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처음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4년 무렵이다. 북한 지역에 접어들자마자 든 생각이 ‘산에 나무가 없다’였다. 북한은 보전지구를 빼놓고는 산림이 없다. 보전지구는 우리나라의 국립공원과 비슷한 개념이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시 북한에서 황폐화된 산림 면적이 200만 헥타르(ha) 미만이었는데, 현재 인공위성 촬영 사진으로는 전체 산림 면적의 32%인 284만 헥타르가 황폐화된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과거보다도 심각하다.”

 

과거 3년 정도 산림협력이 있었다. 그때의 결과물이 아직 보존돼 있을까.

 

“2007년에서 2009년 사이에 양묘장(養苗場) 현대화와 병해충 방제 위주로 산림협력을 했다. 평양·개성·나진·선봉·금강산 등지에 비닐하우스를 세워 매년 150만 그루의 묘목 공급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산불 방지나 병해충 방제에 필요한 물자나 시설이 그쪽(북한)에 갖춰져 있지 않다. 2009년까지는 우리가 재원을 지원해 줬지만 그마저 중단된 지 8년이 지났다. 아무래도 북한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북한 사람들도 의지나 열정은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산림녹화에 성공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산림 사업을 얼마나 중요시하고 있나.

 

“북한에서는 산림녹화를 식량 부족을 해결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매우 중대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산림녹화를 이뤄내는 것이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김일성종합대학에 산림과학대학을 새로 만들었다. 북한이 산림 문제 해결을 국가정책 1순위로 보고 있다는 대단한 증거다. 2009년 남북산림협력 당시에는 우리가 북한에 세운 시설을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보러 올 정도였다.”

 

남북 공동 나무심기 © 오정수 겨레숲 이사 제공

 

“남과 북은 연결된 생태계”

 

7월4일 열린 분과회담에서 남북은 산불방지 공동대응, 양묘장 현대화, 산림 조성, 병해충 방제 등 협력의 구체적인 내용에도 합의했다. 통일부는 7월 중순 병해충 방제지역을 방문해 방제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힌 상태다. 북한에서 넘어온 병충해로 인해 남측 접경지역에서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어 양쪽 모두 산림협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가 산림협력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남과 북은 연결된 생태계다. 사람 사이에는 철조망이 있다 해도 작은 동물이나 곤충, 식물 등은 백두대간 등줄기를 타고 남북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백두산에 있는 분홍바늘꽃이 남쪽에도 있다. 누가 가져온 것이 아니고 바람을 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 입장에서는 산지재해방지사업이나 병해충피해방지, 산불피해방지사업 등을 북한과 함께 진행해야 한다. 이번 분과회담에도 그러한 내용이 포함됐다. 바람직하다.”

 

남측이 지원한 한국형 시설양묘 생산 온실 내부 © 오정수 겨레숲 이사 제공

 

왜 산림녹화를 서둘러야 하는가.

 

“산림녹화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1970년대 한국에서 산림녹화 사업을 할 때 1년에 25만 헥타르 정도 가능했다. 북한 전 지역에서 녹화사업을 하려면 이론상으로 10년, 실질적으로는 15년, 20년 이상 걸릴 것이다. 나무는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바로 심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심은 묘목이 다 잘 자랄 것이란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이 되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앞으로 북한과 어떤 자세로 협력해야 할까.

 

“다른 나라에서 산림 사업을 해 본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자면 산림녹화 사업이 성공하려면 양국의 관계가 수평적이어야 한다. ‘우리가 더 잘살기 때문에 도와주는 거야’라는 인상을 주면 성공하기 어렵다. 시혜적이라거나 불쌍하니까 도와준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도 북한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에서는 임농복합경영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나무 심는 것으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먹고살기가 막막하다. 그래서 단기간에 소득이 될 수 있는 소득 자원 식물을 병행해야 한다. 특히 나무딸기 종인 아사이베리, 아로니아, 블랙커런트 같은 경우는 북한에서도 관심이 있다. 그러한 소득 작물 재배를 산림녹화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

 

‘겨레의숲’에서는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

 

“NGO가 할 일이 따로 있다. 정부와 정부 간의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실행 단위는 국가가 아닌 지역 단위가 돼야 한다. 북한에는 인민위원회나 협동농장 같은 조직이 있다. 그런 북한의 기존 조직을 최대한 존중해 줘야 협력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다. 물론 북한의 동의가 전제돼야겠지만 산림 분야에서도 마을이나 지역 단위, 혹은 협동농장 단위로 접근해야 한다. 또 북한이 식량난이나 에너지난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지역 주민들이 가장 목말라 하는 연료나 식량을 지원해 주고 노동력을 제공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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