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이 당신의 아이를 노리고 있다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0 15:51
  • 호수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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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활동 많아지면서 납치범들 활개…예방교육 철저히 시켜야

 

최근 아이들을 노린 납치나 납치 미수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하절기에는 납치범들이 활개를 친다. ‘우리 아이는 안전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납치는 누구에게나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6월26일 강원도 춘천에서 한 초등학생이 납치될 뻔했다가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쯤 A양(9)은 학원에 가기 위해 석사동의 한 빌딩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그때 B씨(41)가 접근했다. 그는 “엄마가 저기 화장실에 있으니 빨리 가자”며 A양의 손목을 잡아끌며 납치하려고 했다. 

 

이때 A양이 B씨의 팔을 뿌리치며 재빨리 엘리베이터에 탑승해 위기를 모면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인근 주민들을 탐문해 B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8일 만인 7월4일 B씨를 ‘미성년자 약취유인 미수’ 혐의로 검거했다. 

 

© 일러스트 오상민


 

경남 밀양에서는 20대 남성이 초등학생을 납치한 뒤 18시간 만에 풀어줬다. 7월9일 오후 4시5분쯤 밀양의 한 마을회관 근처에서 스쿨버스에서 내려 귀가하던 C양(9·초등학교 3학년)이 1톤 트럭으로 납치됐다. C양을 납치한 사람은 주거가 일정하지 않은 이아무개씨(27)다. 그는 C양의 손을 결박한 후 경기 여주까지 가는 등 차량으로 계속 이동했다. 

 

C양의 아버지(52)는 이날 오후 5시까지 딸이 귀가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C양을 찾기 위해 기동대와 수색견 등을 투입해 실종 예상지역인 마을 인근을 중심으로 수색에 나섰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10일 오전 9시 2개 중대와 체취견, 과학수사팀 등을 투입했다. 마을 주변 비닐하우스와 공장 등을 샅샅이 수색했고, 오전 9시45분쯤 마을 인근에서 C양을 발견했다. 당시 C양은 정체불명의 1톤 트럭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차량 운전자인 이씨는 그대로 달아났다. 

 

C양은 발견 당시 말을 하지 못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이씨를 추적해 이날 오후 1시55분쯤 창녕의 한 PC방에서 긴급 체포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했으나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C양이 “병원에서 아저씨를 봤다”고 진술했고, 이씨의 차량 안에 결박 도구가 미리 준비돼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밀양 거주자가 아닌 이씨가 C양의 하교시간에 맞춰 스쿨버스 하차지점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납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의 경우 거주지 없이 전국을 떠돌았는데,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었던 점으로 볼 때 금품을 노린 계획적인 납치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몇 년 전 서울 은평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도 납치시도가 있었다. 해당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긴급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최근 학교 주변 아파트에서 회색 봉고차를 탄 남자 두 명이 차 안에 강아지가 있는데 그걸 구경하라는 식으로 접근해 학생들을 태우려는 시도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아이들을 노리는 시선은 곳곳에 있다. 소아기호증을 가진 성도착증환자, 금전을 노린 납치, 양육 목적의 유괴 등이다. 심지어 ‘장기밀매’를 목적으로 아이들을 납치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실종 사건 중 상당수는 이런 목적으로 납치됐을 가능성이 높다. 

 

7월10일 9살 여자아이를 납치했다가 풀어주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이아무개씨(27)가 경남 밀양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납치범은 가까운 곳에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매년 1만 명이 넘는 실종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가 1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는 18세 미만 미성년자다. 

 

안양 초등학생 이혜진·우예슬양은 2007년 12월25일 성탄절 날 실종됐다. 두 아이들은 각각 사건 발생 77일·88일 만에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같은 동네에 사는 정성현(당시 39세)이었다. 정씨의 집은 혜진양의 집에서 불과 130m 떨어진 곳이다. 정씨는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접근해 ‘아픈 강아지를 돌봐 달라’며 자신의 집으로 유인했다. 그러고는 아이들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무참히 살해해 시신을 유기했다. 

 

2010년 6월7일 서울 영등포의 한 초등학교에 괴한이 침입해 8살 여학생을 납치했다. 범인 김수철(당시 45세)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학교 안을 돌아다니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때마침  운동장을 지나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목에 칼을 들이대며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김수철은 전과 21범으로 범죄 인생을 살았다. 20대 초반이었던 1987년 부산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남편이 보는 앞에서 부인을 성폭행했다. 2006년에는 15세 소년을 채팅으로 꼬여내 성추행했으며, 18세의 가출 청소년과 동거하기도 했다. 

 

2012년 7월16일 마을 버스정류장 앞에서 실종된 한아름양(10)은 얼마 후 암매장 시신으로 발견됐다. 범인은 이웃집 아저씨 김점덕(당시 45세)이었다. 김씨는 등교하던 한양을 마을 정류장 앞에서 납치해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살해했다. 김씨의 집은 한양의 집에서 불과 250m 거리에 있었다. 김씨에게는 어린 아내와 딸도 있었다. 2002년 나이 차가 23년 되는 베트남인 아내와 결혼해 세 살배기 딸을 두고 있었다. 김점덕은 성폭력 등 전과 12범인 데다 2005년 1월에도 마을 근처 냇가에서 62세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강간상해죄로 4년간 복역한 전력이 있었다. 범행 이후 김씨의 행동은 인면수심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줬다. 범행 다음 날인 17일부터 경찰이 수색에 나서자 그 주변을 서성이며 구경했다. 또 평소와 다름없이 고물을 수거하고, 여유롭게 낚시도 다녔다. 여기에다 목격자로 태연하게 방송 인터뷰까지 했다. 

 

돈을 노리고 아이들을 납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내 3대 미제사건 중 하나인 ‘이형호군 유괴살해 사건’도 돈이 목적이었다. 1991년 1월29일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형호군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 놀이터에서 사라졌다. 

 

이후 납치범으로부터 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가 부모에게 걸려왔다. 그리고 이군은 실종된 지 약 40일 만에 한강공원 잠실지구 인근 터널(일명 토끼굴) 옆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이군은 납치 후 바로 살해된 것으로 판단됐다. 납치범은 이군을 살해하고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꾸며 부모에게 돈을 요구했던 것이다. 납치범과 경찰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계속됐지만 결국 검거하지 못한 채 영구 미제로 남았다. 

 

2011년 6월17일 울산 울주군에서는 피아노학원을 마치고 나오던 초등학교 2학년 김아무개군(9)이 납치됐다. 범인은 렌터카에 김군을 태우고 다니면서 공중전화로 “아이를 보고 싶으면 1500만원을 준비하라”며 10여 차례에 걸쳐 협박전화를 했다. 경찰의 추적 끝에 범인은 13시간 만에 잡혔다. 사업실패와 4000만원의 빚이 범행에 나선 계기였다. 

 

2013년 12월 서울 성동구에서는 카드빚에 시달리던 20대 남성이 등교하던 초등학생(8)을 납치해 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범인 조아무개씨(당시 28세)는 해당 초등학생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3000만원을 준비해라. 내가 어디로 나오라고 하면 체크카드를 들고 차를 운전해 나와라. 다시 전화하겠다”며 협박했다. 조씨도 카드빚 2700만원을 갚기 위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 실종아동 중 상당수는 납치·유괴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들을 납치한 후 장기를 적출한다는 괴담은 오래전부터 나돌았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모임 대표도 그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했다.

 

2017년 7월4일 인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사랑이를 사랑하는 엄마들의 모임’ 회원들이 인천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 피의자인 10대 소녀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납치가 성공하면 장기실종

 

현재 불치병 환자들에게는 장기 이식이 유일한 희망이자 생명줄이다. 그렇다고 살아 있는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현행법상 기증자와 수혜자가 친인척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이식 승인 절차가 까다롭다.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서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 등록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식 대기자는 넘쳐나는 데 반해, 정작 이식이 이뤄지는 경우는 적다는 것이다. 장기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은 후 피를 말리며 기다려야 한다. 

 

그렇다 보니 일부 환자의 경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장기이식을 하려고 한다. 해외에 나가 원정 장기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가지 문제를 우려해 국내에서 찾을 수도 있다. 이때 ‘장기밀매업자’들과 접촉에 나서는데, 수요를 납치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것이다.

 

나주봉 회장은 “실종 아이들 중 일부는 장기밀매 등 범죄에 희생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납치가 성공하면 실종이 된다. 아이를 납치한 후 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하지 않거나 시신으로 발견되지 않으면 장기실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며 “다음은 누구 차례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국가와 사회가 풀어야 할 공동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우리 아이 ‘유괴·납치’에서 지키는 방법  

 

아이들은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유혹할 만한 대화요청과 선물을 제시하면 응하게 된다. 거기에 현혹되지 않도록 거부의사(싫어요, 아니요, 됐습니다)를 정확히 표명하도록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하다.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 때는 조심해야 한다. 납치범들은 아이들을 현혹하기 위해 “선물을 사주겠다” “맛있는 과자를 사주겠다”며 같이 가자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는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거절해야 한다. 

 

부모의 친구나 친척 등을 안다며 같이 가자고 할 때는 “싫어요”라고 말하고 절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만약 차를 탄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차에서 충분히 떨어져야 한다. 

 

“길을 가르쳐 달라”거나 “도와 달라”며 같이 가자고 하면 “같이 갈 수 없어요”라고 말하거나, “다른 어른에게 물어보세요”라고 말하고 절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불쌍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따라가면 안 된다. 모르는 사람이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하면 큰 소리로 “안 돼요” “싫어요” “도와주세요”라고 소리쳐야 한다. 근처에 사람이 없다면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뛰어가서 큰 소리로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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