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군기지 유해물질 낙동강을 위협하다
  • 김종일·조유빈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20 11:40
  • 호수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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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 미군부대서 과불화화합물 기준치 4.6배 검출

 

경북 칠곡에 위치한 미군기지 ‘캠프 캐롤(Camp Carroll)’의 식수가 발암물질로 알려진 과불화화합물에 오염된 것으로 미군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캠프 캐롤 식수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 수치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제시한 권고기준치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아울러 캠프 캐롤에서 배출되는 하수가 인근 하천을 거쳐 낙동강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미군 내부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캠프 캐롤은 영남 지역 1100만 명의 식수원인 낙동강과 아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은 더불어민주당 이철희·신창현 의원실의 도움을 얻어 우리 환경부와 국방부에 미국 측 보고서 등을 제시하며 관련 대책을 문의했지만, 실효성 있는 어떤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시사저널 이종현·연합뉴스


 

주한 미군기지 식수 4곳, 과불화화합물에 오염

 

환경 당국은 모니터링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해당 지역자치단체는 “캠프 캐롤에서 나온 하수가 칠곡 동정천을 지나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미군 측이 자체적으로 정화해 내보내고 있다고 밝혀 캠프 캐롤에서 나온 하수에 대한 모니터링은 별도로 실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환경 당국은 캠프 캐롤에서 배출되는 하수 통로가 어디인지, 몇 개인지 등 현황 파악도 하고 있지 않았다. 캠프 캐롤에서 흘러나오는 하수가 위험한지, 위험하다면 어느 정도 위험한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전무한 셈이다. 한마디로 캠프 캐롤이 오염물질을 완벽히 처리해 낙동강으로 흘려보내는지 아닌지는 미군 측의 선의(善意)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미국 국방부는 2017년 11월3일 수성막포 사용으로 과불화화합물에 오염된 미군기지 실태나 대처 상황 등을 담은 보고서(Aqueous Film Forming Foam Report to Congress)를 작성해 미 의회에 보고했다. 보고서는 총 28쪽 분량으로, 과불화화합물로 오염된 식수가 기지 주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평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수성막포는 화재 진화에 용이해 군대나 소방시설에서 소방용 거품 등으로 주로 사용하는데, 최근 들어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본토와 해외 등 전체 미군기지에서 사용 중인 515개 식수 시설 중 19개 식수 시설에서 과불화화합물이 미 환경보호청이 제시한 권고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수 부적합 판정을 받은 19개 기지에는 캠프 캐롤과 캠프 워커 등 대구 인근의 주한 미군기지 2곳과 경기도 의정부 인근에 위치한 캠프 레드클라우드, 캠프 스탠리 등 총 4곳이 포함됐다. 문제가 된 19개 기지 중 4곳, 전체의 21%가 한국 내 미군기지로 조사된 것이다. 

 

과불화옥탄산(PFOA)·과불화옥탄술폰산(PFOS)과 같은 과불화화합물(PFC)은 카펫·조리기구·등산복 등의 표면 보호제로 주로 쓰이는 화학물질로 국제사회에서 신종 유해물질로 꼽힌다. 군(軍)과 소방 당국 등에서는 화재 진압용 물질로 자주 사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과불화화합물은 자연적으로는 잘 분해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어 체내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 식약처는 “과불화화합물은 체내에서 안정성이 높아 PFOA와 PFOS의 경우 인체에 대한 반감기는 3.8~5.4년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반감기란 생체 내에서 그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즉 과불화화합물은 한번 섭취하면 체내에 상당 기간 자리 잡고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불화화합물 오염에 美 ‘적극’ 韓 ‘느긋’

 

환경부는 국내외에 식수에 대한 과불화화합물 수질기준 항목을 설정한 국가가 없다면서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마시는 식수에 대한 과불화화합물 기준은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 ‘권고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과불화화합물 중 PFOA를 ‘Group 2B’에 속하는 발암물질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치 않고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제한적이라는 의미다. 환경부는 ‘과불화화합물에 오염된 식수가 암을 유발하는가’라는 신창현 의원실의 질문에 국제암연구소의 이와 같은 기준을 제시하며 대답을 대신했다. 과불화화합물에 대해 느슨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반면 미국은 과불화화합물에 대해 공격적인 대응을 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환경 당국의 규제에 따라 PFOS 등의 성분이 담긴 과불화화합물 관련 제품을 단계적으로 생산 중단해 왔다. 특히 환경보호청 산하 물관리국은 2009년 ‘식수안전법’을 통해 과불화화합물 관련 건강권고문을 마련했다. PFOS는 200ppt, PFOA는 400ppt로 허용 범위를 제한했다. ppt는 ‘1조분의 1’이라는 뜻이다. 즉 200ppt가 기준이라면 1조분의 200 이하의 과불화화합물을 섭취해야 안전하다는 의미다. 
 

경북 칠곡에 위치한 미군부대 캠프 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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