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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인터뷰②] “통일은 목표지만 과정이 더 중요하다”

슈뢰더 前 독일 총리 4시간 현지 인터뷰…“독일, 통일에 많이 투자해 훨씬 더 강해졌다”

독일(베를린)=송창섭·구민주 기자 ㅣ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7(Tue) 08:00:00 | 15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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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슈뢰더 인터뷰①] “‘역사적 시간의 창’ 닫으려는 사람, 역사가 벌할 것”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통일은 목표지만 과정이 더 중요하다”

 

우리에게 슈뢰더는 공공부문 개혁을 이끌어낸 ‘하르츠(Hartz·2002년 2월 구성된 노동시장 개혁위원회인 하르츠위원회가 제시한 4단계 노동시장 개혁 방안) 전도사’로 많이 알려져 있다. 중도좌파 성향의 정치인이지만 총리에 오른 뒤엔 ‘우(右)클릭’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는 슈뢰더의 반쪽 모습에 불과하다. 슈뢰더는 독일 정치사에서 ‘빌리 브란트의 손자’로 불린다. 특히 통일 정책에 있어 스승인 브란트와 생각이 같다. 지난해 9월 국내에 소개된 자서전 《문명국가로의 귀환》에서 슈뢰더는 “우리 세대 사람들은 동독과 서독이 총알 한 발 오가지 않고 이처럼 평화롭게 통일되리라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민당의 재집권은 동독 지역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일까. 슈뢰더는 통일 직후 연방총리청을 옛 동독 국가평의회 건물에 임시로 뒀다. 오늘날 베를린이 뉴욕·파리·런던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제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슈뢰더의 적극적인 재건 정책이 큰 밑거름이 됐다. 시사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슈뢰더는 문재인 정부의 화해 정책을 가리켜 ‘작은 걸음’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빌리 브란트가 일관되게 말한 ‘작은 걸음 정책(Politik der Kleinen Schritte)’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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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정부에선 빌리 브란트의 평화와 포용정책을 강조한 반면, 보수 정부에선 체제 우월성을 갖고 동독을 흡수 통일했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진보 정부의 정책이 결국 옳았다는 건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빌리 브란트에서 시작된 작은 걸음의 정책들이 결국 신뢰를 구축했다. 기민당은 오랜 기간 빌리 브란트가 맺었던 조약·협정들을 배척하고 반대했다. 하지만 헬무트 콜은 총리가 된 후 오히려 빌리 브란트 정책들을 이어 나갔다. 그것이 통일을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독일 통일이 서독의 흡수 통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소련이 붕괴되며 일어난 변화들이 동·서독 통일로 발전한 것은 맞다. 동독의 경우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당시 소련이 붕괴되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당시 고르바초프는 개혁·개방 정책을 펴며 ‘늦게 오는 자, 역사가 처벌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게 동독 지도부엔 큰 부담이 됐을 테고 결국 긴장완화로 나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동독 주민 스스로가 통일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미국·소련 등 주변 국가들은 처음에 독일 통일에 회의적이었는데 결국 주변국의 합의를 이뤄내고 나중엔 지지까지 받았다. 결국 빌리 브란트의 긴장완화 정책으로 신뢰가 구축되지 않았다면 통일은 힘들었다. 지금 문 대통령의 정책은 주변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 한 축이라면, 또 한 축은 남북 간 신뢰를 쌓는 일이다.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협정이나 합의는 꼭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에 계속 신호를 보내야 한다. 한반도 통일은 긴 프로세스의 마지막에 있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한국은 그 프로세스에 집중해야지, 끝에 있는 목표, 즉 ‘통일’에 대해 자꾸 이야기를 하면 대화 상대인 북한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은 통일이라는 목표를 늘 염두에 둬야 하지만, 통일 그 자체를 너무 많이 말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한국은 통일로 가는 길 위에 있다. 그 길이 곧 우리가 도달하려는 목표인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통일은 길이자 목표다.”

 

그 말을 어느 한 체제로의 흡수 통일이 쉽지 않다고 이해하면 되겠는가. 

 

“통일은 민주주의적인 시스템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민주적인 체제 아닌가. 필연적으로 그 길로 갈 것이다. 그런데 굳이 지금 북한의 체제 변화를 얘기할 필요가 있을까. 체제 변화는 역사가 결정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의 프로세스에 있어 역사가 자연스럽게 방향을 잡아나갈 것이다. 프로세스가 이제 막 물꼬를 텄는데, ‘사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절대 독재인 너희 체제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하면 협상이 잘 되겠는가.”

 

여전히 한국 보수주의자들은 북한의 체제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먼저 독일과 한국의 상황적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독일이 통일될 때 소련의 공산체제는 붕괴됐고 옛 동구권은 소련에서 독립한 상황이었다. 당시 동독은 기존 체제가 붕괴되고 민주화로 가던 폴란드, 체코 사이에 놓여 있었다. 그 변화의 물결에서 동독 주민들은 결코 소외되고 싶지 않았다. 북한 정권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해 주고 싶다. ‘지금 한국엔 ‘역사적 시간의 창(Historical Time Window)’이 막 열렸다. 지금 그 창을 닫으려는 사람이 있다면 역사가 벌할 것이고 국민이 벌할 것이다’라고 말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행동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이 발견되는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말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 그가 보인 모습들은 아주 현명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후 협상과 대화 과정에서 진정성은 자연스럽게 판단될 것이다. 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교육받은, 즉 서구 체제나 문화에 상당히 익숙하고 그것을 배운 적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있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한국 정부에 감히 조언을 하자면 지금은 신뢰를 쌓는 데 더 투자할 시기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북한이 합의를 잘 이행해 가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문 대통령이 한국 국민들로부터 충분한 지지를 얻는 것도 필수다.”

 

빌리 브란트는 통일에 반대하는 유럽 내 세력을 적극적 지지로 바꿔놓았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 당국자들에게 주변 열강들과 어떻게 통일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하는지 독일의 노하우를 알려 달라.

 

“현재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들은 주변 열강들과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데 방향을 잘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미국과 대화도 필요하지만 러시아, 중국과의 대화도 필요하고, 주변 강대국들이 통일 한국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게끔 하는 외교정책이 필요할 거다. 이들은 통일 한국에 두려움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가 비핵화되고 그래서 세계 평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되면 이는 주변 강대국에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한반도 평화 통일은 그들의 최대 관심사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못지않게 중국, 러시아와의 균형 잡힌 대화가 필요하며 이들에게 통일된 한반도에 대해 전혀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충분히 강조해야 한다. 그 좋은 예로는 1989년 전환기 당시 헬무트 콜이 통일 이전 주변국들에 독일 통일에 대해 아무런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설명했던 것을 들 수 있다.”

 

※ 계속해서  [슈뢰더 인터뷰③] “北, 인권 개선하려면 개혁·개방 유도해야” 편이 이어집니다.

 

 

“축구선수 못 돼 총리 됐다” 

 

슈뢰더 전 총리는 농담 삼아 “축구선수로 성공하지 못해 할 수 없이 연방 총리가 됐다”고 말할 만큼 축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실제 어린 시절 유소년 팀에서 축구선수로 뛴 경력이 있으며 센터백으로 활동했다. 슈뢰더는 당시 100m를 11.2초에 끊을 만큼 재빠른 발을 가졌었다. 아내인 김소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에 따르면, 슈뢰더는 축구를 볼 때 직접 해설을 할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 어느 선수가 어떤 팀에서 뛰는지도 다 알 정도로 관심이 깊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 하노버96의 오랜 팬이다. 2016년부턴 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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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7일 열린 한국과 독일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을 본 그의 소감은 어떨까. 이날 슈뢰더는 아내와 함께 러시아 카잔 경기장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한국이 더 잘했고 더 역동적으로 뛰어 이긴 거다. 독일 선수들은 4년 전보다 다들 나이를 먹었고 배가 부르다. 더 이상 ‘헝그리 정신’이 없다”고 평가했다. 유임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던 요하임 뢰브 독일 대표팀 감독에 대해선 “뢰브 감독이 실수한 건 맞고, 특히 굉장히 잘하는 공격수 두 명을 기용하지 않은 건 잘못 판단한 것 같다”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패배가 모두 그의 잘못은 아니니, 감독을 교체하는 것보다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한국-독일전에서 부부는 각자 고국 팀을 응원했다. 우리 대표팀이 첫 골을 터뜨린 순간 둘의 엇갈린 표정을 옆에서 지켜보던 루스탐 민니하노프 타타르스탄 대통령이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김소연 대표는 “총리님은 한 골 먹어서 굉장히 진지하게 경기를 곱씹고 계셨고 나는 서서 박수를 치며 좋아했는데 그 모습이 포착됐다”며 “그게 화제가 돼 지인들로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중 아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슈뢰더는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과 손흥민 선수를 꼽았다. 특히 그는 차 전 감독과는 과거 방한 당시 비무장지대를 함께 방문한 인연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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