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일당천하’ 광주시의회 감투싸움에 개원 ‘파행’
  • 광주 =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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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의원들 ‘자중지란’ 이틀째 파행

 

더불어민주당 천하인 광주시의회가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끼리 감투싸움으로 연 이틀째 파행으로 얼룩졌다. 개회 첫날 광주시의회는 전체 23개 의석 중 22석을 장악한 민주당 의원들끼리 편이 갈린 자중지란 끝에 사상 초유로 개원식까지 연기하는 등 ‘식물의회’로 전락했다. 시의회는 개회 연이틀째인 10일에도 파행을 이어갔다. 

 

이처럼 ‘다당 구도’에서 민주당 ‘일당 독점’으로 바뀐 광주시의회가 개원 첫날부터 ‘감투싸움’을 벌이자 의회 안팎에서는 일당 독점의 폐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의회 의장 선거 과정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민주당 재선 의원들이 앞장서 볼썽사나운 ‘자기 사람 심기 다툼’만 했고, 변화와 혁신을 외쳤던 당내 초선 의원들조차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아 “이들에게 의정을 맡겨야 하느냐”는 의원 자격 논란마저 일고 있다. 특히 시의장 후보들이 각각 지역구를 둔 민주당 지역위원장 출신 광주지역 유력 정치인들에 의해 의장단 선거판이 수시로 흔들렸다는 ‘외부 입김설’ 의혹도 일고 있다.

 

제7대 광주광역시의회 본회의 장면 ⓒ광주시의회

3파전서 반재신·김용집 사퇴, 김동찬 단독 출마…‘외부 입김說’ 파다

 

광주시의회는 9일 오전10시, 8대 의회 첫 임시회인 제270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소집한 뒤 전반기 의장과 부의장 2명 등 의장단을 선출하고, 상임위원회 위원을 선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례회의는 민주당 의원들간의 자중지란으로 채 2분도 되지 않아 멈췄고, 파행과정에서 자리 나눠먹기 논란도 불거졌다. 

 

이날 의장이 없는 탓에 최다선, 최연장자 자격으로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반재신(북구1) 의원은 “민주당 의원총회 소집 요구가 있어 정회를 선언한다”며 의사봉을 두드린 뒤 일방적으로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결국 정회한 본회의는 끝내 다시 열리지 못했고 개원식도 연기됐다. 10일에도 의장 직무대행을 맡은 반재신 의원이 의장 선출 안건만 상정하고 황현택 의원의 요청으로 정회를 선포했다.  

 

광주시의회의 파행은 원 구성을 둘러싼 민주당 의원들 간 ‘자리 나눠먹기’ 다툼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의회는 현재 의장 선거에 단독후보로 나선 김동찬 후보 측 의원과 후보를 사퇴하고 의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반재신 의원 측 등 두 편으로 갈려 의장단·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반재신 의원 측은 후보를 사퇴하면서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2석을 김동찬 의원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동찬 의원 측이 이를 무리한 요구로 보고 난색을 보이면서 양 측이 대립하고 있다.

 

애초 전반기 의장 선거에는 반 의원을 비롯해 김동찬(북구5), 김용집(남구1) 의원 등 시의회 재선 3인방이 모두 도전했다. 하지만 김동찬 의원 쪽으로 지지세가 기울어지면서 이날 오전 반 의원과 김용집 의원은 김동찬 의원과 조찬 모임을 갖고 본회의 개회에 앞서 사퇴했다. 두 의원이 나란히 사퇴하면서 김동찬 의원의 당선이 확실해졌고, 한때 의장단 선거가 순항한 듯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세 후보들 사이에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소위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해 이견차를 보였고 이후 협의점을 찾지 못해 파행을 겪게 된 것이다. 

 

특히 반 의원 측이 부의장·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광주지역 8개 국회의원 선거구별 지역별 안배’를 김동찬 의원 측에 노골적으로 요구했다는 점이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반 의원은 “광주 국회의원 별 8개 지역위 별로 골고루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맡을 수 있도록 몫을 나눠야 하고, 여성도 다수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광주의 유력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하면서 파행을 겪게 됐다는 배후설이 설득력을 더 얻고 있다. 당초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광주시의회 의장 선거를 이형석 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 겸 북구을 지역위원장과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강기정 전 북구갑 지역위원장 간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김동찬 의원의 지역구는 북구을에 있고, 반재신 의원의 지역구는 북구갑에 위치하고 있다.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후보들이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는 점과 애초 상임위원장 두 자리를 놓고 서로 조율하다가 느닷없이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2석으로 요구조건이 바뀐 것도 외부 입김설을 뒷받침했다.

 

 

광주시의회 독식 민주당…“변화·혁신 외치더니 구태정치만 반복” 비판

 

시의장 선거과정에서 편가르기와 줄서기 구태가 되풀이되면서 지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민주당 의원간 물밑 ‘감투싸움’이 표면화하면서 시의회가 개원식도 열지 못한 채 삐걱거리자 의원들은 두 편으로 나뉘어 식사도, 회의도 따로 따로 갖는 등 두 동강난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일부에서는 “선거 때는 ‘원팀’을 강조하더니, 개원도 하기 전에 편가르기한 것도 모자라 개원 첫날 ‘식물의회’로 전락시켰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당초 양 진영의 표가 각각 결집하면서 의장선거는 김동찬, 반재신 의원 간 2파전으로 진행됐으나 김용집 의원의 지지표가 김동찬 의원 측에 몰리면서 두 후보가 사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처럼 광주시의회가 개원과 동시에 파행을 빚게 되자 민주당 집안싸움에 야당은 ‘부끄럽다’는 입장이다. 광주시의회 유일한 야당의원인 정의당 장연주 의원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민주당 의원간 자리다툼을 강하게 비난했다. 장 의원은 “민주당 내홍에 할 말을 잃었다. 광주시의회가 민주당 의회로 전락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 부끄럽다”면서 여당 의원들의 행태에 일침을 가했다.

 

광주시의회는 의장 선출을 하루 동안 더 논의한 후 10일 오후 6시까지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파행이 사상 초유의 개원식 연기로 이어진 데다 해결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어, 쉽게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의장 직무대행 교체 가능성을 공식 거론해 이를 강행할 경우 두 편으로 갈린 시의원들 간 물리적 충돌 우려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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