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산 수하물 3만원 때문에 소송 당한 에어서울
  • 윤시지 시사저널e. 기자 (sjy0724@sisajournal-e.com)
  • 승인 2018.07.09 15:03
  • 호수 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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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확한 약관으로 과금 물려 소송…LCC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

 

합산 수하물에 과금을 부과받은 한 이용객이 부당이득금 3만원을 돌려달라며 최근 에어서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의 불명확한 합산 수하물 규정을 놓고 유사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관련 판례가 정립될지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A씨는 에어서울 국제선에 탑승하기 위해 수하물 위탁 절차를 밟던 중 예상 밖의 지출을 했다. A씨는 일행들의 수하물을 포함해 총 6개의 수하물을 접수했는데, 이 중 하나가 23kg으로 에어서울의 1인당 무료 위탁 수하물 중량인 15kg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A씨는 담당직원에게 일행의 수하물 총량 위탁을 허용하는 합산 수하물 규정 적용을 요구했다. 합산 수하물은 2인 이상 승객이 동일한 항공편으로 동일 목적지까지 여행할 경우 일행의 수하물 총량을 합산해 계산한다. 에어서울은 홈페이지 하단에 국제운송약관을 게시해 관련 사항을 안내하고 있다.(국제운송약관 제9조 3항 나호)

 

이에 따라 A씨는 수하물이 6개면 각 수하물의 무게와 상관없이 1인당 무료 위탁 수하물 중량인 15kg의 6배인 90kg까지 무료 위탁이 가능하다고 봤다. 당시 원고 일행의 6개 수하물은 23kg의 수하물 하나를 빼면 모두 15kg 미만으로, 총 중량 역시 90kg을 초과하지 않았다. 

 

에어서울이 최근 합산 수하물에 부과한 과금이 부당하다며 이용객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주목된다. ⓒpixabay·에어서울 제공


 

“자의적 해석으로 부당 과금 물렸다”

 

그러나 약관 중 ‘허용량’이라는 조건을 두고 에어서울 담당직원과 A씨의 해석이 엇갈렸다. A씨는 허용량을 수하물의 ‘총 허용 무게’라고 해석한 반면, 담당직원은 ‘수량’이라고 주장했다.  담당직원은 합산 규정을 적용해도 15kg이 넘는 수하물에 한해선 초과 요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합산 규정의 전제조건은 ‘수하물 1개당 15kg’(국제운송약관 제9조 3항 가호 1목)이며, 허용량의 합산은 무게 합산이 아니라 ‘개수만의 합산’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직원은 15kg을 초과하는 23kg 수하물에 3만원의 초과 요금을 부과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A씨는 부당한 피해를 입었다고 여겨 소송 준비에 들어갔고, A씨를 대리한 법무법인 폴라리스는 에어서울을 상대로 지난 3월 부당이득금 3만원 반환을 요구하는 청구 소송을 인천지방법원에 제기했다. A씨는 에어서울이 불명확한 약관을 앞세워 소비자에게 부당한 과금을 부과해 왔다고 주장했다. A씨의 지적대로 에어서울의 약관엔 ‘허용량’을 두고 무게에 대한 규정인지, 수량에 대한 규정인지, 혹은 두 조건 모두 포함하는 것인지에 대한 조건이 적시돼 있지 않다. 

 

이번 소송을 대리하는 이수진 변호사는 “일반 고객이라면 합산 규정 중 ‘허용량’을 두고 수하물에 관한 규정들의 양적 기준이 되는 수량과 무게 모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할 여지가 크다”며 “총 수하물의 무게가 합산 무게를 초과하지 않으면 무료로 위탁 가능하다고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합산 수하물 규정이 제각각이어서 관련 소송이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시사저널 이종현


 

아울러 이 변호사는 에어서울이 명확하지 않은 약관을 고객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해 초과 요금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에어서울의 해석처럼 ‘수량만의 합산’으로 계산할 경우 고객에게 초과 요금이 부과되는 범위가 확대된다는 주장이다. 이는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않을 경우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에 에어서울은 지난 3월경 홈페이지 무료 수하물 합산 안내 부분 하단에 ‘무게 합산은 불가하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제운송약관엔 반영되지 않은 상태다. 사실상 승객은 항공사와 국제여객약관에 따라 항공운송계약을 맺는 까닭에 법적 효력은 미미한 안내 사항이다. 

 

이에 대해 에어서울 관계자는 “수하물은 15kg 이하 무게에서만 무료 위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합산 수하물에 대해 고객들의 오해를 방지하고자 지난 3월부터 홈페이지에 해당 ‘무게 합산이 불가하다’는 조건을 추가해 안내하고 있다”며 “올 초부터 약관 개정을 추진하면서 합산 수하물에 대한 규정도 개정될 예정이다. 다만 약관 개정은 국토교통부의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일이 걸리는 만큼 8월1일부로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장 사본


 


LCC 동일 약관에 유사 피해 잇따라

 

일부 LCC도 이와 동일한 합산 수하물 약관을 갖추고 있어 유사 소비자 피해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진에어는 합산 수하물 규정 적용을 요구한 이용객에게 초과분에 해당하는 과금 50달러(5만4300원)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 이용객은 합산 수하물 위탁 시 1인당 위탁 수하물 중량(23kg)의 4배인 92kg까지 무료 위탁이 가능하다고 여겨 총 72kg의 4개 수하물을 위탁했지만 수하물 중 하나가 23kg을 초과해 추가 요금을 물었다.

 

에어부산과 티웨이항공 또한 국제운송약관엔 합산 수하물의 수량, 무게에 대한 별도의 조건이 명시돼 있지 않은 상태로 확인됐다. 홈페이지에만 무게 합산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명시하고 있다. 다만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티웨이항공은 약관에 기재된 ‘허용량’을 ‘무게’로 규정해, 현장에서 무게 총량을 기준으로 합산 수하물을 계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같은 약관을 두고도 항공사들마다 현장에서 적용하는 해석이 다른 경향도 두드러진다.

 

업계에선 이번 소송이 사실상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항에서 수속 절차를 밟는 소비자가 담당직원이나 회사에 규정에 대한 이의를 현장에서 제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합산 수하물의 경우 청구금액 규모가 적어 소송까지 이어지기도 어렵다. 전문가들은 불완전한 약관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항공업계 구조상 보상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김지혜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항공사의 약관 자체가 회사에 유리하게 설계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혼란도 가중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소비자 피해에 대한 항공사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미비할뿐더러 사실상 소비자가 소송까지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항공사도 알고 있어 다소 안일한 대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소비자원의 권고 조치를 불이행한 항공사별 기록을 공개하는 등 강제력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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