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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에 열광하는 스웨덴, 그러나 한국을 모른다

스웨덴 10대들의 ‘한국 대중음악=아이돌 문화’라는 편견

이석원 스웨덴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1(Wed) 14:00:00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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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웨덴에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큰 몫을 차지한다. 스웨덴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중립국감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 나라다 보니 한반도에서 불고 있는 평화의 바람은 스웨덴 사람들이 한국을 관심 있게 보는 일 중 하나다. 

 

러시아월드컵도 그렇다. 한국과 스웨덴이 같은 조에 편성됐다. 조별 예선 첫 경기를 치렀으며, 6월27일 끝난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까지도 서로의 성적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더욱 그랬다. 스웨덴이 멕시코를 꺾고 16강에 진출한 같은 시각, 한국이 비록 16강엔 탈락했지만 독일을 2대0으로 이긴 것에 대해 스웨덴 사람들은 놀라움을 표했다. 

 

하지만 그것은 특별한 이벤트, 이내 관심 밖으로 밀려날 수 있는 사안이다. 스웨덴 사람들에게 가장 특별한 한국은 바로 K팝이다. 특히 스웨덴의 미래를 짊어질 10대들에게 한국의 K팝은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열광적인 관심이다. 

 

지난 6월9일 오후 스톡홀름 시내 칼라플란(Karlaplan)에 있는 맥심 극장(Maximteatern)은 빈자리가 하나도 없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주로 10대로 보이는 소녀들과 소년들. 손에는 소박한 야광봉 두 개씩 들려 있고 극장에 입장할 때부터 한껏 들떠 있었다. 

 

무대가 열리고, 화려한 조명과 함께 모두 15팀의 경연이 벌어진다. ‘2018 K팝 월드 페스티벌’ 스웨덴 예선이었다. 거의 스웨덴 현지 청소년이나 청년으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한국 아이돌의 히트곡에 맞춰 똑같은 안무를 구사하거나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부른다.  

 

KBS 창원방송이 주최하는 이 행사는 매년 전 세계 K팝 팬들의 열광적인 참여로 열린다. 각국의 예선에서 1등을 한 팀 중 30~40팀을 다시 선발해 연말 경남 창원에서 K팝 월드 페스티벌 본선을 치른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도 K팝 열기는 그 어느 나라 못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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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행사 열릴 때마다 인파 몰려

 

스톡홀름은 물론 예테보리와 말뫼, 웁살라 등 스웨덴 각지에서 온 참가자 중 2명은 노래를, 그리고 13팀은 아이돌 댄스를 선보였다. 특히 아이돌 댄스 싱크로율은 99%. 원곡 소유자인 미스A나 CLC, 마마무 등 한국 아이돌의 살인적인 연습량을 감안하면 참가자들의 실력은 대단하다. 거의 원곡자에 뒤지지 않는 발군의 실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연습량이 결코 적지 않음도 알 수 있다. 이건 스웨덴에서 K팝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지난해 8월 ‘왕의 정원’이라는 뜻의 공원 쿵스트래드고덴(Kungstradgarden)에서 열린 ‘한국 문화 축제’는 한국의 전통 의상과 소품, 음식과 생활 문화, 그리고 한글 등을 선보이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던 행사다. 연인원 2만 명이 몰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올해도 8월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그런데 이 축제에서도 가장 스웨덴 사람들의 관심을 끈 것은 태권도나 한복, 한식이나 한지 공예 등이 아니라 K팝이었다. K팝 춤을 가르쳐 주고, 함께 춤을 추는 부스는 축제 기간 내내 스웨덴 청소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행사에 참가했던 한 스웨덴 고등학생은 “스톡홀름 애들은 모두 여기 모인 것 같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복 체험이나 한지 공예 체험, 태권도 시범 공연 등이 관심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당시 축제의 주인공이 K팝 체험인 것은 사실이다.

 

 

한국어 교실도 덩달아 인기 

 

스톡홀름 시내 한 고등학교엔 한국어 교실이 있다. 지난해부터 학생들이 몰렸다. 보통 한 반에 30명 이내인데, 한국어 교실은 그 숫자를 넘어서 과밀 현상까지 빚었다. 수강 신청이 끝났음에도 청강을 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학생들이 몰린 것은 K팝의 영향이다. 학생들은 한국어 교실을 통해 K팝을 더 알고 싶어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스웨덴의 K팝은 열광적이다. 많은 사람들은 K팝이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기아자동차나 앞서 언급한 월드컵과 남북 정상회담보다 더 스웨덴 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얘기한다. 거의 사실에 부합하는 얘기다. 하지만 좋은 시선으로만 봐야 할까. ‘아는 것’과 ‘제대로 아는 것’의 엄청난 괴리감이 존재한다. 5월21일 스톡홀름대학 한국어과에서 ‘한국의 대중음악’을 주제로 강연을 한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는 “K팝으로 대표되는 현재 한국의 대중음악이 스웨덴은 물론 해외에서 큰 관심을 받는 것은 한국 대중음악을 왜곡해 인식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이기도 한 김 교수가 1920년대 윤심덕의 《사의 찬미》부터 촛불혁명까지 관통하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역설하는 것을 들은 스톡홀름대학 한국어과 학생들 대부분은 김 교수의 이런 지적에 동의했다. 한국 K팝에 관심이 많은 일부 학생은 K팝의 원류인 한국의 아이돌 대중음악이 갖는 단편적이고 소비지향적이며 감각 일변도의 표현이 자칫 한국 대중문화를 편향적으로 곡해하도록 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아이돌 연습생들에게 가해지는 청소년 학대와 성폭력조차 K팝이라는 이름으로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를 오히려 한국 내부가 아닌 스웨덴의 대중문화계에서 제기하기도 한다. 일부 성공한 K팝이 한국 아이돌 대중문화의 병폐까지 불가피성 또는 통과의례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2018 K팝 월드 페스티벌’ 스웨덴 예선에 참가한 15팀 중 노래를 부른 건 2명뿐이다. 한 명은 엑소의 노래를, 그리고 한 명은 아이유의 노래를 불렀다. 아이돌의 곡이 아닌 것은 15팀 중 단 한 곡뿐이다. ‘한국 가요계는 아이돌뿐’이라는 10년이 훨씬 넘은 ‘왜곡’은 스웨덴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K팝으로 기억된 대한민국은 과연 어떨까. 한국 아이돌의 춤을 추고,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스웨덴의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한국= K팝’으로만 한국을 어필해야 할까. 그렇게 알린 ‘한국’은 진짜 ‘대한민국’의 어느 정도일까. 모모랜드의 《뿜뿜》으로 이날 1등을 하고 경남 창원으로 갈 꿈에 부풀어 있는 스웨덴 소년소녀들인 ‘R-10’이 한국에 간다면 또 다른 한국을 더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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