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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음은 이미 2020년 대선에 가 있다

‘단계적 비핵화’ 선봉장 된 트럼프…김정은 전략 통했나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0(Tue) 11:00:00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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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요리를 하고 있다. 여러분은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 서두를수록 나빠질 것이고, 오래 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다.”

 

지난 6월2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노스다코타주에서 열린 유세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 관해 불쑥 칠면조 요리 방법론을 꺼내 들며 언급한 말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하더라도 ‘빅뱅(Big Bang)’이나 ‘일괄타결(Grand Bargain)’이라는 단어가 언급될 정도로 단숨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이 180도 바뀐 셈이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만나서 몇 분이면, 다 알 수 있다. 일이 잘 안 되면 회담장을 걸어 나올 것”이라고 큰소리쳤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에는 오히려 “비핵화는 좀 천천히 하자”는 식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주장인 ‘동시적 단계적 타결’의 선봉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야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문제 인식 변화가 단번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그는 5월22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도 북한 문제에 관해 “일괄타결이 될 수 있다면 분명히 더 나은 방식이 될 것”이라면서도 “꼭 일괄타결이 돼야 하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또 같은 날 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모든 과정을 한꺼번에 끝내는 편이 좋다”면서도 “그러나 물리적인 이유로 정확히 한꺼번에 끝내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렇게 서서히 이른바 ‘단계적 해법론’을 모색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나서는 완전히 장기전 태세를 준비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칭찬도 빠뜨리지 않으면서 연일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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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교묘한 포장 방식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관해 ‘단기적 해결론’에서 ‘장기적 낙관론’으로 선회한 이유에 관해선 분석이 난무한다. 북핵 해결이 단기간으론 쉽지 않다는 현실 인식이 그 밑바탕에 깔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당장 다가오는 11월에 실시될 미 의회 중간선거 이전에라도 무언가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그 카드 자체가 북한 손에 달려 있는 만큼 쉽지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폐기보다도 지난 8개월 동안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에 대한 방증이다. 또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의 송환 등 실제로 단기간에 추진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에 매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당장 몇 달 안에라도 핵무기 전체와 미 본토를 타격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부를 미국으로 반출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만세를 부를 수도 있다. 물론 이는 거의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 현재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장기적 대북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7월3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북한과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그것은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전역이 흥분에 차 있다. 만약 내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쯤 북한과 전쟁 중이었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6월에도 거듭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면 수천만 명의 희생자가 생기는 초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다는 비난에도 6·12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가 화해 모드에 접어들고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우려가 크게 줄었다는 점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려는 의도다. 어쩌면 당장 ‘북핵 폐기’라는 비현실적인 성급한 목표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라는 가시적인 목표로 방점을 옮긴 셈이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숙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미 국무부도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을 계기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FFVD)’라는 새로운 용어를 다시 들고나왔다. 무엇이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근본 목표라는 것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직후 그에 대한 찬사와 함께 “좋은 신뢰 관계가 형성됐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는 것에 주목한다. 칠면조 요리론까지 내세우며 장기적인 해결로 방향을 틀고 있는 그의 의중엔 드러나지 않는 속내가 있다는 것이다. 오는 11월에 실시될 의회 중간선거가 아니라 2020년 실시될 미 대선에서의 재선이 최종 목표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북한 문제 해결의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의 재선 운동 기간에 충분히 이용하겠다는 발상이라는 분석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과 서로 짠 것”이라고 단언했다. 홍 위원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확한 속내를 읽고 재선될 때까지 나를 좀 이용하라고 언질을 준 것”이라며 “소위 ‘북한 카드’를 좀 오래 써먹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위원은 또 “재선시켜 주겠다는 것 이상의 상호 신뢰가 더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트럼프의 언급을 보면 올가을에 끝나는 미국 중간선거는 예고편일 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정은, 트럼프 속내 미리 읽었나

 

재선을 핵심 목표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 의중이 이렇다고 할지라도 그의 뜻대로 일이 잘 풀려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집권 공화당 인사마저도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성과물도 없으면서 무턱대고 북한을 신뢰하고 있다는 비난을 연일 쏟아낸다. 미국 조야(朝野)는 물론 언론들도 정보기관 보고를 인용하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은폐하고 있고, 실제론 비핵화를 추진할 의지가 없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미 국무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앞둔 7월3일 북한 비핵화 일정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시간표(timeline)를 내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 의중에 따라 북한에 성급하게 독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전 태세를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 속내가 달성될 수 있을지도 북·미 관계의 향후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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