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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비리①] [단독] ‘5조원대 차세대통신망 사업’ 단가 부풀리기 의혹

의혹 제기되자 ‘공짜 납품’으로 증거인멸 정황…작은 부품 단가조차 2~3배 뻥튀기

이민우 기자 ㅣ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8.07.11(Wed) 10:50:00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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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방산)비리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불거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다. 방산비리는 단순히 부패범죄에 국한되지 않고 국방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방산비리가 잇따르자 정부는 2014년 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조사인력을 꾸려 범정부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을 출범시켰다. 합동수사단에 검찰과 경찰, 금감원 등의 정예 인력 100여 명이 모여들었다. 합동수사단은 1년여의 활동 끝에 비리 규모 총 1조원대의 방산비리를 적발해 사법조치를 취했다. 전·현직 고위급 장성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그러나 합동수사단의 활동을 두고 체면치레를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방산비리를 적발했지만 빙산의 일각만 밝혀냈을 것이란 의미다. 그 후로도 합동수사단이 밝혀내지 못했던 방산비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방산 협력업체 관계자가 기자를 찾아왔다. 이 관계자는 방산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몇 해 되지 않은 소규모 업체의 임원이었다. 이 관계자는 두꺼운 서류뭉치를 꺼내들더니, 업계 전반에 방산비리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소한 물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조차 원가가 부풀려지고 있고, 원청인 대형 방산업체는 의도적으로 눈을 감는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납품 과정을 감독해야 할 방사청이 적어도 몰랐거나, 알고도 눈을 감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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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 SW가 1000만원으로 둔갑?

 

방사청이 2007년부터 추진한 사업이 있다. 이른바 전술정보통신체계(TICN·Tactical Information Communication Network) 사업이었다. 기존에 무전기로 정보를 주고받던 통신망을 와이브로 기반 통신망(3.5세대)으로 대체하려는 사업이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엔 나름 신기술에 해당했다. 통신망부터 수백 가지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선 막대한 예산이 필요했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만 5조원이 넘었다. 엄청난 예산 규모에도 불구하고 전투기나 방탄복 같은 특정 물자를 교체하는 게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았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진 사이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이 일어났다. 핵심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상당 기간을 소비했다. 이후 뒤늦게 사업을 추진했지만 원가 부풀리기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동기지국 운용관리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SW) 단가를 놓고 해당 업체 내부고발자로부터 단가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하청업체에서 납품하는 견적서엔 해당 소프트웨어 단가가 한 개당 100만원으로 기입돼 있었다. 그런데 이 소프트웨어를 다시 핵심사업자인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측으로 보고하는 과정에선 단가가 1000만원으로 반영돼 있었다는 의혹이었다. 

 

논란이 될 당시 방사청은 이상한 논리를 폈다. 하청업체에서 납품할 때 단가는 1년 단위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견적이었다며 총 수명주기(30년)를 계산할 경우 비용이 오히려 상승하기 때문에 ‘영구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해당하는 견적을 다시 받았다는 해명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방산 부품의 경우 나사 하나까지도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에 기록돼 있다”며 “해당 소프트웨어는 이미 기품원에 등록돼 전력화 판정을 받았음에도 문제가 불거지자 개발품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은 내부고발자의 폭로 내용이 사실에 가깝다고 볼 만한 자료를 입수했다. 소프트웨어 단가 부풀리기 의혹에 휩싸였던 S사 임원이 하청업체와 나눈 대화 녹취록이다. 2016년 12월 S사 김아무개 상무와 이아무개 부장은 하청업체 이사와 업무 협의를 하면서 “우리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100만원짜리를 1000만원으로 견적을 넣어서 900만원의 부당이득을 취해 나눠먹으려 했다는 것”이라며 “소프트웨어 상용화 목록에서 빼버렸다. 아예 품목이 없으니까 돈을 줄 수가 없고 방산비리의 여지가 없어져버렸다”고 말했다. ‘무상 공급으로 합의를 본 것이냐’는 하청업체 관계자의 질문에 김아무개 상무는 “예, (S사) 사장님은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얘기밖에 안 했는데 소프트웨어 상용화 목록에서도 빼버렸다”며 “우리가 오늘 한 내용은 최소한 감사받는 사람들한테 똑같은 진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곁들였다. 사실상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S사 임원은 “우리 회사에 금품을 요구하던 사람들이 악의적인 제보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모두 단가를 부풀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임원은 녹취록에 대해서도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 있지만 업무 처리 절차 중에 상용 소프트웨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개발 소프트웨어란 점이 밝혀지면서 0원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감사를 언급한 것도 TICN 사업 관련해서 감사가 나올 거란 건 업계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업무 처리 절차 과정을 똑바로 하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물품 내역서 입수, 직접 견적 받아봤더니

 

해당 소프트웨어만 문제였을까. 납품단가 부풀리기 의혹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원가보고서를 입수하게 됐다. 방산 협력업체끼리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제출한 참고서면 속에 물품 공급 계약서를 확인한 것이다. 이는 당초 업체 간 보안 특약 등으로 인해 외부에 공개되지 않던 내용이다. 계약명은 ‘TICN TMCS 초도 양산 접속장치, 통신장비용 RT-704K 외 10종 구매’로 돼 있었다. 이 중 중계기 세트(무선용 RT-702K)에 필요한 부품 총 324개의 내역과 단가, 수량 등이 적시돼 있었다.

 

업체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해 해당 제품에 적시된 부품 가운데 임의로 2종류를 선정해 단가를 조사해 봤다. 첫 조사 대상은 통신용 파워엠프(품번 MMPA572GTA)였다. 이 부품 단가는 개당 1만5700원으로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대만의 ‘마이크로 모비오’라는 업체로부터 올해 5월18일 견적서를 받아본 결과, 해당 부품은 개당 6.5달러(약 7000원)에 불과했다. 시점마다 시세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점, 마진이나 배송료 등을 감안해도 배 이상 부풀려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S사 측은 “구매 수량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데다 운송료와 관세 등을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며 “구매 대행에 따른 대리점 비용 등을 고려하면 부풀려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국내에서 제작해 공급받을 수 있는 다른 부품은 어떨까. 와이브로 통신칩(품번 GDM7205K)의 견적도 받아보기로 했다. 해당 부품 단가는 4만2300원으로 기재돼 있었다. 해당 부품은 현재 단종된 상태여서 탑재된 메모리의 일부 차이가 있는 유사 제품 견적을 업체 관계자에게 요청했다. 5월15일 D반도체 업체에 해당 부품 견적을 요청한 결과, 개당 1만4000원의 견적을 보내 왔다. 단종 이전 가격이 비슷했다면, 국내에서 1만4000원에 받을 수 있는 제품이 3배로 부풀려진 셈이었다.

 

납품단가가 부풀려졌다면, 이 제품을 납품받는 삼성탈레스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구조적인 문제를 얘기했다. 민간업체에선 단가가 부풀려지면 제품을 공급받는 업체는 손해를 보는 셈이다. 그런데 방산 사업에선 다르다. 원가를 검증한 뒤 마진을 보장해 주는 시스템이다. 마진율이 8%일 경우 부품이 100만원이면 마진은 8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부품이 1000만원이 될 경우 마진은 80만원에 달한다. 원가가 올라가면 이익도 올라가는 셈이다. 사실상 마진을 보장하는 구조에선 공급받는 업체도 굳이 단가를 까다롭게 검증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사실상 최종 납품을 받는 정부의 돈, 즉 국민의 혈세만 더 많이 투입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흔히 방산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은 턴키 업체(중간유통업체)를 통해 가격을 부풀린다고 했다. 이 턴키 업체를 통해 납품단가 부풀리기가 이뤄지는데, 문제가 될 경우에도 턴키 업체가 책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위에 언급된 제품을 공급하는 과정도 턴키 업체를 거쳤는데, 이 관계자는 “해당 턴키 업체의 임원은 삼성탈레스 구매팀 출신”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견적서를 작성했던 방산 협력업체 측은 “개별 단가를 받았을 때 비용보다 턴키 업체를 거쳐 구매한 것이 총액 측면에서 낮아졌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며 “납품 단가를 부풀렸다는 주장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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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은 몰랐을까, 눈감았을까

 

물론 방사청에도 원가 검증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현장 검증까지도 거친다고 했다. 그런데도 납품단가 부풀리기가 횡행하는 것은 의도적으로 눈을 감았거나,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해당 관계자는 방사청도 납품 비리에 관련돼 있느냐는 질문에 “증거가 없어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시스템 문제에 대해선 입을 열었다. 그는 “방사청에서 원가 검증 업무를 맡는 인력에 제한이 있다”며 “방사청 직원 1명이 삼성탈레스 원가 전체를 검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 가지 제품에도 수백 가지 부품이 들어가는데, 이를 제대로 심사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게 이 관계자 설명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원가 부정행위를 한 협력업체는 물론 체계업체(대형 방산업체)에도 책임을 물어 부당이득금과 가산금 부과 등의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어 쉽게 원가 부풀리기를 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방사청은 원가 산정 시스템의 부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 TICN 생산업체인 한화시스템도 방사청 원가담당 직원 여러 명이 담당하고 있다. 내부직원뿐 아니라 민간 전문기관과 자문위원 등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 관련기사

☞ [방산비리②] 5G 시대에 와이브로 쓰려고 5조원 쓰는 軍 

☞ [방산비리③] [단독] 비리 부풀리는 먹이사슬 구조

☞ [방산비리④] [단독] “프랑스 나흘 머물며 1시간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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