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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맨과 와스프》, 가장 ‘디즈니’적인 ‘마블’ 영화

투톱 히어로 앙상블 기대했건만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6(Fri) 17:14:24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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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엔 저런 쇼킹한 능력자 없어?”

 

2년 전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치러진 앤트맨/스캇 랭(폴 러드)의 어벤져스 데뷔전을 지켜본 아이언맨/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관전평이다. ‘팀 캡틴’과 ‘팀 아이언맨’의 대결이 그려졌던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의 공항 시퀀스는 액션 아이디어가 창의적일 뿐 아니라, 각 캐릭터 매력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치된 화끈한 이벤트였다. 이때 기대 이상의 기량을 선보이며 매력을 적극 어필한 인물이 바로 앤트맨.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거스르고 ‘자이언트맨’으로 변모한 앤트맨의 능력은 아이언맨의 말마따나 쇼킹했다. 

 

상영 시간 중 가장 높은 데시벨의 관객 웃음이 여기서 터졌다. 이는 앤트맨이 대세 슈퍼히어로 그룹 어벤져스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예고이기도 했다. 그의 역할은 ‘유머’다. 회를 거듭할수록 진지해지는 마블 히어로들 사이에서 앤트맨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스타로드(크리스 프랫)와 함께 코미디 부분 자웅을 다투는 캐릭터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이에 대한 명명백백한 증거다. 모든 장면이 유머에 복무한다.

 

《앤트맨과 와스프》는 《앤트맨》(2015)의 속편이다. 어벤져스 멤버로 승격했지만 스캇 랭의 처지는 여전히 딱하다. 1편에선 전과기록으로 구직활동에 애를 먹더니, 이번엔 가택 연금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서 히어로 활동 금지 협정을 위반하고 캡틴/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편에 서서 싸웠다는 게 이유다. ‘팀 캡틴’ 쪽 히어로들이 법망을 피해 전 세계를 활보하는 와중에 앤트맨만 가택 연급이라니. 미국 정부가 앤트맨만 차별해서? 앤트맨의 능력이 부족해서? 전과기록 때문에? 물론 아니다. 그에겐 일상을 버리고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금지옥엽 딸 때문이다. 

 

1편에서도 주지한 바, 앤트맨을 움직이는 동력은 딸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이고 싶은 마음이다. 이는 앤트맨이 여타 마블 히어로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면모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안에서 《앤트맨》 시리즈는 디즈니적 색채가 두드러진, 그러니까 가장 가족 친화적인 영화다. 

 

마블이 개봉한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모션 픽처스


 

1편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패이튼 리드 감독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 기존 테마를 심화시키는 방법을 택한다. 가족애 강화다. 1편의 근간은 ‘부녀의 정’이었다. 이번엔 행크 핌의 아내이자 1대 와스프인 재닛 반 다인(미셸 파이퍼)까지 투입시킨다. 행크 핌과 그녀의 딸 호프/와스프(에반젤린 릴리)가 양자 영역에 갇혀 죽은 줄 알았던 아내/엄마를 되찾으려 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 모험을 스캇 랭이 돕고, 사물을 통과하는 능력을 지닌 악당 고스트(해나 존-케이먼)가 방해하면서 사연이 쌓인다. 

 

아쉬움이라면 테마를 운용하는 전략이다. 1편이 ‘강탈영화(heist movie)’ 구조를 취함으로써 다양한 장르적 재미를 줬다면, 이번 편은 그러한 장르 비틀기가 없어 다소 심심하다. 이는 히어로 영화의 단조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장르 끌어들이기에 한창인 마블의 최근 행보와도 대척된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첩보물을, 《닥터 스트레인지》가 오컬트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SF 장르를 적절히 녹여 색다른 히어로물을 선보인 전례를 떠올렸을 때, 특히 아쉽다.

 

‘강탈영화’로서의 면모가 사라지면서, 액션 장면 역시 박력보다는 웃음을 선사하는 쪽에 맞춰서 짜였다. 신체와 물건 사이즈를 바꿀 수 있는 앤트맨의 능력 덕분에 헬로키티 머리핀이 무기로 둔갑하는 식의 위트 있는 장면이 펼쳐진다. 다만 이러한 아이디어가 《걸리버 여행기》 《애들이 줄었어요》 등에서 이미 실험됐기에 신선도가 높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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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부족 와스프+허약한 빌런

 

무엇보다 이 영화는 《앤트맨과 와스프》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두 캐릭터 사이에서 파생되는 흥겨운 합을 보여주는 데 게으르다. ‘투 톱 영화’의 관건은 상부상조다. 그래야 캐릭터가 살고 영화도 산다. 아쉽게도 앤트맨과 와스프는 임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이렇다 할 창의적인 협업을 보여주지 못한다. 와스프 캐릭터가 너무 가족애에 함몰된 것 역시 적지 않은 실책이다. 와스프에겐 기존 마블 여성 히어로들이 저마다 증명해 보였던 개성이 희미하다. 매력 부족이다. 그래서 《앤트맨과 와스프》에선 여전히 앤트맨만 남는다. 

 

악당 캐릭터가 허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마블의 문제점은 이번 편에서 그 수위가 다소 심각하다. 손가락 하나로 우주를 튕겨버린 타노스(조슈 브롤린)라는 빌런을 목격해서이기도 하지만, 타노스가 아니더라도 《앤트맨과 와스프》의 악당은 위력이 약하다. 이는 내년에 개봉하는 《어벤져스 4》 이후 마블이 짊어져야 할 거대한 숙제로도 보인다. 타노스 이후 마블은 악당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눈길은 최근 21세기폭스 인수에 돌입한 디즈니(마블)의 행보에 꽂힌다. 악당 캐릭터의 한계를 ‘시빌워’라는 내전에서 찾은 바 있듯, 마블은 앞으로 이 문제를 ‘엑스맨(폭스 소유) vs 어벤져스’로 풀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란 강한 예감을 보여주는 게 바로 《앤트맨과 와스프》다.

 

축소해서 요약하자면 《앤트맨과 와스프》는 전작 《앤트맨》보다 덜 인상적이다. 유머는 동어반복이고, 장르적으로 심심하며, 액션은 기시감이 크고, 악당 캐릭터가 별로다. 만듦새가 모자란다기보다는 너무 평이하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앤트맨과 와스프》는 건너뛰어도 무방한 그렇고 그런 오락영화인가. 

 

여기엔 어쩔 수 없이 ‘아니다’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영화를 향한 기대는 엄밀히 말해 《앤트맨》 속편이라는 것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이후 등장한 첫 번째 마블 영화라는 것에 팬들의 이목이 쏠린다. 우리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히어로의 절반이 가루가 돼서 사라지는 엄청나게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려고 감독이 저러나, 그 추측의 끝에서 호출된 게 앤트맨이다. 실제로 마블은 ‘양자역학’을 다루는 《앤트맨과 와스프》가 《어벤져스 4》에 대한 거대한 열쇠를 쥐고 있다고 연신 ‘떡밥’을 뿌리는 중이다. 확인 결과, 기대만큼의 거대한 ‘떡밥’은 아니지만 쿠키를 통해 중요한 연결성을 보여주긴 한다. 

 

《​어벤져스 4》를 위해서라도 《앤트맨과 와스프》는 피하기 힘든 영화라는 얘기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마블 히어로들은 서로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하나의 유기적인 공동체가 됐다. 모든 개별 시리즈가 호평받은 건 아니지만, MCU 안에서 심폐소생의 기회를 얻으며 부활해 왔다. 앤트맨과 와스프의 향후 활약에 대한 기대를 거두지 않는 이유다. 쿠키는 두 개다. 안 먹으면 큰 손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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