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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아들은 꽃으로 때려도 되나?

아무리 봐도 잔혹하기만 한 남자 키우기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9(Mon) 08:00:00 | 14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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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남자고등학교에서 정말 전설을 몰고 다니던 분이 전근을 오셨다. 탁월한 실력이 전설의 주된 내용이었지만 이런 것도 있었다. 선생님은 수업 중 졸거나 떠들거나 또는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학생을 향해 신고 있던 슬리퍼를 던지는 기벽이 있었는데, 절묘할 정도로 그 학생의 이마(마빡)에 맞는다는 거다. 그러면 해당 학생은 공손히 그 슬리퍼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는 선생님 앞으로 나아가 신겨 드리고 손바닥을 맞고 돌아가야 한단다. 

 

바로 이웃한 고등학교의 전설이라 우리도 익히 들었다. 그 신비한 무공이 우리 학교에선 언제쯤 발휘되나 하고 은근히 기다린 것은 물론이다.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그것도 바로 우리 반에서다. 옆자리 친구에게 계속 쿡쿡 찌르며 말을 시키던 아이 하나를 향해 문제의 슬리퍼가 날아든 거다. 다행히 이마는 아니고, 책상과 책상 사이 통로로 내밀고 있던 아이의 발등을 향해 정확하게 가서 맞았다. 그리고….

 

그 아이는, 모두의 예측과 전혀 다르게 행동했다. 벌떡 일어서더니 슬리퍼를, 손이 아니라 볼펜으로 들어 올렸고, 선생님 앞으로 나가서는 발 앞에 떨어뜨리더니, 그 볼펜을 교탁 옆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은 것이다. 아, 이 일을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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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 할 것 없이 우리는 웃기로 했다. 처음엔 서로 눈치를 보면서 어색하게, 그러다가 그 선생님을 포함한 교실 안 모든 사람들이 당사자 학생만 제외하고 배를 잡고 웃어버렸다. 

 

이 이야기를 연애 시절 남편에게 하자, 남편은 외계인 이야기를 들은 표정을 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정도는 약과라고 낭만적 회고를 하는 남편과 끔찍해하는 나 사이엔 우주적 거리가 있는 것 같았다. 슬리퍼를 던지다니, 그것도 이마에? 라고 생각한 여학교 출신과, 이유만 타당하면 모욕적인 징벌도 감수하는 남학교 출신 사이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은 달라도 매우 다를 것이다. 

 

 

남성에게 익숙해진 폭력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들 중 내면화된 폭력성향에 대한 보고가 있다. 폭력을 당하고 자라서 폭력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폭력은 단지 물리적으로 아픈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존감을 꺾고 자긍심을 짓밟아 인격적 성장을 가로막는다. 가해자 역시 언어를 통한 문제 해결에 무능해지면 성숙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왜 우리 사회는 남자를 길러내는 방식으로 그토록 폭력을 선호할까? 물론 끔찍할 정도의 폭력을 저지르는 청소년들 중엔 여자아이들도 많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남자청소년을 양육하는 방식으로 물리적 폭력을 배제하지 않는 문화가 너무 강고하다는 사실이다. 

 

그 선생님이 나중에 졸업해 나간 우리에게 하신 말씀은 이랬다. “전인교육 어쩌구 말은 하면서도 학생을 사람으로 존중하는 연습은 니들 덕분에 했다.” 처음부터 ‘말이 통하는’ 분이었을 것이다. 말로 안 하고 폭력으로 해도 괜찮았던 그런 교육현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더 문제인 것으로 내겐 생각된다. 운이 좋아서 우연히 연습할 기회를 얻은 게 아니라, 그냥 제도가 그렇게 되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체벌이 없으니까 아이들을 통제할 수가 없다는 선생님들, 아들은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부모들, 남자는 서로 싸우며 큰다는 어른들, 하지만 여전히 내게 남는 의문은 이거다. 

 

아들은 꽃으로 때려도 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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