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경남 지방권력 후폭풍…곳곳서 원구성 ‘파행’
  • 경남 밀양·양산 = 김완식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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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양산시의회, 민주당 약진 후폭풍…여야 의장단‧상임위원장 배분 놓고 마찰

경남 밀양시의회와 양산시의회가 원 구성을 두고 상대적으로 의석수가 적은 정당 의원들이 도중 퇴장하는 등 첫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번 8대 밀양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약진으로 자유한국당의 일방적 수적 강세가 깨지면서 자리 배분을 놓고 깔끔한 합의를 보지 못했고, 여야가 뒤바뀐 양산시의회는 원 구성을 놓고 한국당이 반발하면서 불협화음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밀양시의회는 7월4일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파행을 겪었다. 이번 선거에서 한국당 8명, 민주당 5명이 당선됐는데 각 당이 제시한 의장단 배분 차가 너무 컸다. 다수당인 한국당은 민주당 측에 상임위원장 3석 중 1석을 제시했지만, 민주 측은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각 1석을 요구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앞서 7월3일 선거에서 전반기 의장에 3선의 한국당 김상득 의원, 부의장에 재선인 같은 당 정정규 의원이 8표를 얻어 선출됐다.

민주당 설현수 의원은 의장 선거와 부의장 선거에서 두 차례 모두 5표를 얻었다. 의원들이 이탈 없이 자당 출신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결과였다.

부의장을 바라볼 수 없게 된 민주당 측은 이번엔 상임위원장 3석 중 2석을 요구했지만 한국당 측은 요지부동이다. 설 의원 등 민주당 측은 이번 선거 결과 민의를 반영한 원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지난 7대 밀양시의회에선 한국당 12명에 민주당은 비례대표 1명에 불과했던 데 비해 엄청난 변화다. 민주당 시의원 5명은 7월4일 오전 본회의에서 협의하다 한국당 측으로부터 상임위원장 2석을 거절당하자 회의장을 나와 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의 민주주의와 협치를 저버리는 한국당의 독선과 오만”이라며 규탄했다. 민주당 설현수 의원은 “시민의 절반가량이 우리 당을 지지하고 있고 시의원 5명이 원만한 원 구성과 협치를 요구했지만, 철저히 묵살당했다”며 “이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시민 여러분만 바라보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 주장에 대해 김상득 의장은 “민주당 의원은 5명 전원이 초선인 데 비해 한국당 의원 8명 가운데 초선은 3명뿐이고 재선 이상 5명 가운데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출마자가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이어 한국당과 민주당 초선에서 각 1석씩 상임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정리하고 후반기에 가서 다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민주당 시의원들이 본회의를 보이콧하는 사이 한국당 시의원 8명은 오후 본회의를 속개해 재선의 황걸연 의원을 총무위원장으로, 초선의 박영일 의원을 산업건설위원장으로 각각 선출했다. 한국당 측은 7월5일 다시 열린 본회의에서 의회운영위원장에 민주당 정무권 의원을 선출하며 민주당의 반발 잠재우기에 나섰다.
 

밀양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 5명이 한국당측의 일방적 원 구성에 항의하는 회견을 열고 있다. ⓒ 연합뉴스

‘9대 8’ 여야 역전된 양산시의회…한국당 “1당 민주 독주” 반발 


여야가 뒤바뀐 양산시의회도 의장단 선출 등 원 구성을 놓고 불협화음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산시의회는 7월2일 더불어민주당(9명)과 한국당(8명) 소속 의원 1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원구성을 위한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의장에 민주당 서진부(3선) 의원을 선출했다. 하지만 부의장 선출을 앞두고 한국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 민주당 의원들만이 투표에 참여해 한국당 김효진(3선) 의원을 부의장으로 뽑았다.

한국당 의원들은 오후에 속개된 3개 상임위원장 투표에도 불참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만의 선거로 기획행정위원장에 정석자(재선·민주), 도시건설위원장에 임정섭(재선·민주), 운영위원장에 박일배(4선·민주)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하지만 부의장에 선출된 한국당 김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며 곧바로 사임계를 제출했다.

문제는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렸기 때문에 부의장 선임은 유효하지만 김 의원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 부의장은 사실상 공석이 돼 의사일정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앞서 민주당의 의장단 선임자 내정 내부 결과가 지역언론에 보도되면서 한국당 측이 이를 시의회 심의·의결권 침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비롯됐다.

한국당 측은 언론보도를 근거로 민주당이 겨우 한 석 많은 의석을 갖고 부의장을 제외한 의장과 상임위원장 3석을 모두 차지하려 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부의장 이외에 상임위장 한 석은 차지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원래 안을 강행하면 부의장직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하고 있다.

한국당 양산시의원(대표 이상정 의원) 8명은 7월4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회견을 열고 “한국당 의원들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한국당 김효진 의원을 부의장으로 선출한 것은 시민들이 보고 있어 민망해서인가, 협치 흉내라도 내보려고 억지 춘향 짓을 한 것인가”라며 김 의원이 낸 사퇴서를 조속히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당 측은 부의장 자리까지 내놓으며 의장단에는 전혀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겨우 1석 많은 다수당의 위력을 발휘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재선·다선 의원의 자리 욕망으로 독차지해 버렸다”며 “지난 7월2일 본회의에 앞서 서진부 의장 당선자 등과 접촉하며 협상을 제의했지만 확정된 당론 변경 불가라는 차가운 답변만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어 “민주당이 주장하는 적폐청산이 이런 건가”라면서 “민주당 형태를 보면 양산에서 신(新)적폐가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측은 그러면서 제5대와 6대 의회 당시 상황과 현재를 비교하며 민주당 측을 비난했다. 한국당 측은 5대 상반기에서는 전체 15명 의원 중 새누리당 12명, 민주당 1명, 진보당 1명, 무소속 1명 등 12대 3 비율인데도 상반기 상임위원장 1석, 후반기엔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2석을 할애했다. 또 6대 후반기에는 새누리당 10석, 민주당 6석이었는데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2석을 배정해 협치를 위해 노력했다고 한국당 측은 강조했다.


양산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7월4일 원 구성과 관련해 민주당 독주를 주장하며 유감을 표했다. ⓒ 김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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