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대란’ 뒤에 숨은 하청업체의 비밀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7.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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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시간 초과근로’ 시키는 아시아나 계약사 샤프그룹…“하청-재하청 연결되는 갑질 고리”

 

‘갑질’이 대물림되는 모양새다.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얘기다. 기름을 부은 사건은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샤프도앤코의 협력사 사장 윤아무개씨가 7월2일 자살한 일이었다. 경찰은 윤씨가 납품 문제로 큰 심적 압박을 받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뿐만 아니라 샤프도앤코도 압박에 가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둘 모두 법적 또는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는 7월1일 샤프도앤코와 납품 계약을 맺었다. 승객들이 기내식을 먹지 못한 건 이때부터다. 하루 2만5000~3만 개의 기내식을 필요로 하는 아시아나가 공급을 제때 받지 못했던 것. 게다가 아시아나는 납품 계약을 맺을 때 ‘기내식 공급이 늦으면 납품단가를 깎을 수 있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담았다고 한다. 샤프도앤코 입장으로선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기내식 대란' 관련 입장발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아시아나→ 하청→ 재하청으로 이어진 압박

 

하지만 샤프도앤코가 하청업체라고 해서 ‘을’이라고 하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생산 능력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샤프도앤코의 기내식 생산 능력은 하루 3000개에 불과하다”고 썼다. 그러나 샤프도앤코 관계자는 7월4일 시사저널에 “우리는 하루에 3만개 이상의 기내식을 생산할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역시 기자회견을 통해 “(샤프도앤코는) 충분히 수행능력을 갖췄다”고 했다. 

 

대신 아시아나는 전날 사과문을 통해 “기내식을 포장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혼선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최종 잘못은 포장을 담당한 윤씨 업체와 운반업체에게 있다는 뉘앙스다. 샤프도앤코는 이러한 업무를 4~5개의 하청업체에 나눠 맡겨왔다고 한다. 

 

 

“회사에선 내가 잘못했다고 한다”

 

또 윤씨는 숨지기 하루 전 지인에게 “내가 다 책임져야 할 것 같다. 회사에서는 내가 잘못했다고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서 ‘회사’가 아시아나인지, 샤프도앤코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윤씨 업체의 한 직원은 7월4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샤프도앤코의 압박이 있었을까’란 질문에 “누가 보더라도 그렇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샤프도앤코가 받은 압박이 윤씨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샤프도앤코는 주로 중동 항공사에 할랄푸드(무슬림이 먹는 음식) 기내식을 납품하며 성장했다. 비행기 운항 지원, 즉 공항지상조업을 전문으로 하는 샤프에비에이션케이가 2016년 설립했다. 이곳은 샤프도앤코 외에 샤프티이씨앤엘(여행업), 샤프엘빗시스템즈에어로스페이스(항공기부품 제조업), 샤프테크닉스케이(항공기 정비업), 샤프에스이(온라인정보 제공업)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업계에선 ‘샤프그룹’으로 통한다. 

 

그룹의 정점인 샤프에비에이션케이는 이전에 직원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공공운수노조 샤프항공지부에 따르면,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직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292.8시간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근로시간인 167.2시간(고용노동부 4월 조사)보다 100시간 이상 많다. 



‘을’인줄 알았던 하청업체의 ‘갑’질?

 

이런 갑질이 가능한 배경은 현행법에 있다. 근로기준법상 공항지상조업은 연장근로에 제한이 없는 ‘항공운송업’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소속 김진영 샤프항공지부 지부장은 시사저널에 “회사가 근로자대표와 합의면 얼마든지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비행기 착륙부터 이륙까지 전부 대응해야 하는 우리들은 사실상 노예노동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회사는 제대로 된 처우도 해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급여를 주면서 각종 수당은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백순석 샤프에비에이션케이 대표가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근로자 130명이 받아야 할 수당 5억원을 안 줬다는 혐의다. 시사저널은 백 대표의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인 것을 확인했다. 그는 샤프도앤코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김진영 지부장은 “케이터링(기내식 납품)을 포함해 항공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하청에서 재하청으로 연결되는 갑질의 고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번 기내식 사태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하청-재하청으로 연결되는 갑질 고리 계속돼”

 

하청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6~7개월 전까지만 해도 샤프도앤코의 외주 인력이 80%에 달한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번 사태 때도 샤프도앤코는 협력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를 통해 인력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는 승승장구했다. 샤프에비에이션케이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900명이 넘는다. 중견기업의 판단기준 중 하나인 ‘근로자 1000명’에 다소 못 미치는 규모다. 매출은 2016년에 668억원을 올렸다. 지난해엔 11% 오른 756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의 최대주주는 백순석 대표다. 본인을 비롯해 아버지 백종근 회장, 형제 백순명·백순진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가족회사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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